[Opinion] 내가 사랑한 짧은 영상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2.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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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재미있는 영상들이 정말 많다. 지금 당장 '넷플릭스'나 '왓챠'에 들어가도 알 수 있듯, 과연 우리가 살면서 다 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수없이 많은 영상이 존재한다. 전 세계 제작자들이 매일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이야기 소재를 고민하고 바쁘게 촬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그들 덕분에 하루의 일부, 소중한 여유시간을 밀도 있게 즐겁게 만들 수 있다.

 

볼 수 있는 영상은 참 많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 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은 늘 다르다. 어떤 날은 다른 일들로 지쳐서 피곤한 몸으로 잠깐의 시간만 영상 시청에 사용할 수 있지만, 어떤 날은 편안한 환경에서 긴 시간 영상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영상을 나눠서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의 영상을 보겠다고 다짐하면 꼭 그날 끝까지 보고 자는 편이다. 영상이 나눠 보게 되면 앞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전체적인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주고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영상 작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드라마, 영화 같은 1시간이 넘는 영상들이지만 상황에 따라 영상의 러닝타임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날이 있다. 그럴 때 길지 않은 시간으로도 웬만한 장편 못지않은 여운과 마음의 울림을 주는 짧은 영상들을 찾아보는 걸 좋아한다. 오늘 소개할 작품들은 30분도 채 되지 않지만, 단편의 강력한 몰입력을 보여준다.


 

 

단편영화 <페루자 FERUZA>


 

 

 

작년 8월, KBS1 <독립영화관> 프로그램에서 처음 접한 작품이다. 첫 만남은 전혀 계획에 없던 만남이었는데 한 번 본 이후로 주기적으로 생각이 나서 다시 처음 영상을 접했던 감동을 떠올리며 이따금 찾아본다. 단편영화에 속하는 영상인데 재밌는 점은 애니메이션처럼 그림이 나오는 장면과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이 공존하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 '페루자'는 신혼여행으로 전국 일주를 떠난 부부가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한 소녀의 이름이다. 페루자의 가족은 부부가 하룻밤을 묵기 위해 향한 마을에서 여행자 숙소를 운영한다. 인터넷이 되지 않고 주소도 없는 오지 마을에서 그녀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부부를 맞이한다. 6년 전 TV가 생기면서 한국 프로그램들을 보며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사실 한국어뿐만이 아니다. 페루자는 한국어를 포함하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5개 국어를 익혔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많은 여유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생활 속에서 언어를 배웠다는 점에서 페루자가 정말 멋진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페루자를 만난 부부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고, 그녀가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듯 그 과정은 쉽지 않았으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페루자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페루자의 예쁜 웃음과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과 함께 인상적이었던 건 숙소에서 친해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도왔고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했다는 것이다. 페루자를 위해 정보를 찾아주고, 그녀를 위해 깜짝 파티를 열어주는 모습을 보며 국적이라는 구분이 사소하게 느껴졌고 영상으로 보던 내 마음도 뜨거워졌다.

 


 

광고 <2019 Apple Holiday - The Surprise(뜻밖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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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거나 인터넷에서 영상을 찾다 보면 우리는 무수히 많은 광고를 피하지 못하고 반강제적으로 접하게 된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지속해서 노출하는 광고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가 모두 있을 것이다. 유튜브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홍보할 때 광고 없이 편하게 플랫폼 이용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관련 있다.

 

근데 나에게는 일부러 찾아보는 광고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2019년 Apple 광고이다. 휴일에 할아버지를 뵈러 가는 두 여자아이의 가족. 시끄럽게 노는 아이들에게 부모님은 그들을 조용히 시킬 수 있는 아이패드를 준다. 자매가 아이패드로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을 계획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자매가 거실에 있던 어느 날,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다. 영상을 보자 할머니가 그리워져, 비디오테이프 속 영상들을 활용해 돌아가신 할머니를 추억하는 영상을 가족들 몰래 준비하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지막 날, 아이들은 가족들을 불러 준비한 영상을 보여준다. 영상을 본 가족들 모두 할머니를 향한 따뜻한 사랑을 느끼며 광고는 끝이 난다.

 

광고는 2019년 성탄절을 앞둔 11월에 공개되었다. 애플 기기들의 장점을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드러내던 심플한 광고들과 달리, 명절에 가족을 생각나게 하며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였다. 광고도 하나의 영상 제작물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마음으로 깨닫게 해준 따뜻한 영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뮤직비디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드라마를 보다가 어느새 OST 앨범을 찾아 듣고 있는 경험을 아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노래 자체가 좋은 이유일 수도 있지만, 노래만 들어도 드라마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발매되는 모든 곡이 뮤직비디오가 있진 않지만,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발매하는 앨범에 적어도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세상에 공개한다.

 

잔나비의 대표곡 중 하나인 <뜨거운 겨울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2017년에 방영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라이브 무대를 보고 노래가 좋아서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담고 '노래만' 랜덤 재생으로 들었다. 어느 날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기 전까진 그저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100곡이 넘는 곡 중 하나였다.

 

뜬금없이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있을지 궁금해진 마음으로 처음 뮤직비디오를 찾아본 후, 먼저 영화 같은 연출에 놀랐고 예상하지 못한 깊은 여운에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알고 보니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참여한 이래경 감독은 '짙은'의 곡 <해바라기>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많은 작품을 통해 이미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분이셨다.

 

영상은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영화 한 편을 담아놓은 듯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과 스토리가 아름답게 담겨 있다. 처음에는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며 점차 영상에 몰입하게 된다. 끝으로 가면서는 영상의 흐름이 느려지며 가사에 집중하게 되는데, 마치 주인공의 마음을 들려주는 듯하다. 영화의 분위기와 퀄리티를 지니면서도 노래 가사와 연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영상을 모두 보고 난 후 노래를 다시 들으면 영화 OST를 듣는 것처럼 장면이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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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영상을 바라볼 때 나의 보편적인 영상의 기준은 사실 아직 장편이다. 길어도 45분 상영 시간을 넘지 않는 단편영화는 독립영화들을 찾아보면서 이제는 익숙해졌으나 영상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광고와 뮤직비디오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잊고 여전히 무언가의 부속품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것 같다.

 

짧은 영상들에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서 가진 생각은 러닝타임 외에는 장편과 다른 점이 크게 없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기획하는 시간과 실제로 촬영하기 위한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마무리 편집을 하는 과정까지, 장편보다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차이만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이 지난 차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영상을 바라보는 좁은 사고를 깨운 건 분명 오늘 소개한 영상들만은 아닐 것이다. 여러 종류의 짧은 영상들을 반강제적으로나 만나면서 점차 하나의 예술 분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짧은 영상 중 단편영화와 광고의 경우는 특별한 행사를 통해(단편영화제, 광고제) 제작한 사람들에게 영광스러운 순간을 선물하는 반면, 뮤직비디오상은 아쉽게도 아직 아티스트에만 편중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영 시간의 장단과 관계없이 누군가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예술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영상들, 특히 아직 비주류 장르인 짧은 영상들이 지금보다 더 빛을 보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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