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었나. [도서]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by 김승
글 입력 2021.01.31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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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브런치 계정도 개설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네이버 블로그보다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다. 앱을 켜면 자동으로 브런치가 글을 추천해준다. 그렇게 우연히 ‘김승(킨슨요나)’이라는 이름의 작가의 글을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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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는 많은 아마추어 그리고 프로 작가가 글을 올리는 공간이다. 블로그 형식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에세이가 많이 업로드된다. 에세이는 쓰기 쉽다. 본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에세이를 쓰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에세이는 ‘본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대함에 있어서 첫 번째 자세는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솔직한 나의 본모습은 추악하다. 나의 추악함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솔직한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고 글을 써도, 대개는 자신을 포장하게 된다. 솔직해지자면 자신의 추악함을 보여야만 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글을 쓰자면 솔직함을 포기해야만 한다. ‘좋은 에세이 쓰기’는 솔직함과 ‘그럴듯해 보임’ 사이 아찔한 외줄을 타는 일이다.


대부분은 ‘솔직함’과 ‘그럴듯해 보임’ 사이에서 ‘그럴듯해 보임’을 선택한다. ‘솔직함’을 티스푼 한 술 정도 털어 넣고 ‘그럴듯해 보임’은 봉지째 들이부어 놓고서는, ‘나는 나의 비극을 이만큼이나 보여줄 정도로 용감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이것은 수제 양념과 미원 조미료의 비율이 9:1이어야 하는 레시피에 수제 양념과 미원 조미료의 비율을 1:9로 맞추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이다. 순간 감칠맛이 돌지는 몰라도 깊은 맛은 없다. 물론 필자 본인의 글이 예외라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필자가 에세이를 읽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이자, 에세이를 어려워하는 이유이다. 에세이를 쓰는 것은 쉽다. 에세이를 읽는 것도 쉽다. 그러나 좋은 에세이를 쓰는 것은 어렵다. 좋은 에세이를 찾는 것도 어렵다.


그래도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은 종종 희망을 품고 읽어보는 편이다. ‘누군가는 좋은 에세이를 썼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버리지는 못한다. 그렇게 김승 작가의 글을 마주하게 되었다.

 

김승 작가의 글은 솔직했다. 작가는 ‘그럴듯해 보임’을 기꺼이 포기하고 ‘솔직함’을 선택했다.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제 양념과 미원 조미료의 비율이 8:2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에세이에서 새로운 깊은 맛이 느껴졌다.


작가가 책을 출간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눈길이 갔다.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이었다. ‘언젠간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던 도중 ‘밀리의 서재’에 작가의 책이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읽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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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든 모든 부분이 나의 마음에 들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에세이는 필자의 마음을 진하게 울렸지만, 어떤 에세이는 조미료가 꽤 많이 들어간 것 같아서 가볍게 읽고 넘겼다. 물론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감상이며 평가로 비추어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에세이는 정말 맛있었다. 작가는 솔직했지만, 대책 없는 자기비하를 선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본인에겐 보이기 부끄러웠을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지만, 추악해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작가의 솔직함은 필자에게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공감되던 부분이 하나 있었다. 작가는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하며, ‘에디터’는 “푼돈을 받아 생활비로 쓰면서 ‘있어 보이는’ 데 힘을 쓰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친구들에게 한 플랫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말 역시 ‘멋있다.’이기도 하다. 확실히 단어만 들어 보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있는’ 것일까 ‘있어 보이는’ 것일까.


물론 필자는 필자가 ‘에디터’인 것이 너무 좋다. 이 일을 할 때면 살아있음을 느끼고, 하면 할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감사하게도 플랫폼에서는 만약 에디터를 하지 않았더라면 체험하지 못하였을 문화 향유의 기회도 풍부하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였더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과 시간은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한다. 그럼에도 에디터를 하며 배우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이 일을 포기하지는 못한다. 나는 ‘있어 보임’을 포기하지 못한다.


이외에도 여러모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수필집이었다. 보통 시중의 에세이집은 무책임하게 희망적이거나 대책 없이 비관적인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에세이집은 적당히 희망적이고 적당히 비관적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선한 비유가 많이 등장했고, 작가가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 역시 엿볼 수 있었다. 간만에 따뜻한 에세이집을 한 권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최호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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