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칼이 된 말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1.28 04: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피해자의 살인


 

 

*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31.jpg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의 시즌 3이 지난 22일 공개되었다. 2018년 시즌 1을 시작으로 올해 마지막 시즌 3을 공개한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탐정단이 사건 의뢰를 받아 추리를 통해 해결하는 예능으로 드라마와 예능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공개된 시즌 3은 전 시즌들보다 몰입도 넘치는 에피소드들로, 이번 시즌에서는 사회적 문제들도 추리에 녹였다고 한다.


에피소드1 후반, ‘구리닝’이 눈에 피가 난 채 죽어있다. 현장에 경찰관과 국과수 연구원이 등장하고 탐정단은 사건에서 물러난 채 에피소드1이 마무리된다. 에피소드2로 넘어가서, 탐정단에 교수님이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사건 의뢰와 사채업자가 찾아와 도박꾼인 자신의 고객에게 돈을 받으러 찾아갔더니 손목이 잘린 채 죽어있다는 사건 의뢰가 동시에 들어온다. 탐정단은 단서들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범인을 잡는 데 성공하지만, 범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범인은 바로 국과수 연구원으로 등장했던 인물로, 악성 댓글로 인해 죽임을 당한 딸을 둔 아버지였다. 구리닝, 도박꾼, 교수님 모두 악성 댓글을 남긴 인물들로, 아버지는 악성 댓글로 죽은 딸에 대한 복수로 악플러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악성 댓글로 인한 자살?


 

knife-316655_640.jpg

 

 

악성 댓글로 인한 자살, 기사 제목으로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악성 댓글로 인한 자살이 과연 자살일까? 말로 인해 죽은 타살이지 않나?


좋은 말을 100개를 들어도 안 좋은 말을 1개 들으면 그 안 좋은 말이 좋은 말까지 다 집어삼켜 없애버린다. 안 좋은 말은 금방 잊고 좋은 말만 기억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에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못하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래도 무플이 낫지 않나?’ 생각하면서도 악성 댓글도 일종의 관심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던 것 같다. 특히 연예인이란 직업에 관심은 필수적이기에 쉽게 생각하고 말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무분별한 비난과 말도 안 되는 억측, 욕설들을 관심의 표현으로 치환하려 했다니, 그 말이 얼마나 잘못된 말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며 그 말에 쉽게 동의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내가 한 말들은 결국 나에게 되돌아온다. 우리가 인터넷에 남기는 댓글은 결국 사람이 보는 것이다. 그러니 눈앞에서 못할 말이라면 댓글로 남기지 말고, 댓글을 남길 때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별 뜻 없이 가볍게 한 말이더라도 그게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결국 그 책임은 나에게 돌아온다. 말로 인한 파장은 생각보다 크게 문제가 되어, 말이 칼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악성 댓글


 

business-2178566_640.jpg

 

 

악성 댓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악성 댓글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자 국내 포털사이트는 연예 뉴스의 댓글을 금지하였지만, 이는 또 다른 공간으로 찾아가게 했을 뿐, 해결방안이 되어 주진 못하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클릭을 유발하여 마치 먹잇감을 던져주듯, 악성 댓글의 판을 깔아주는 기사에 바로 댓글을 달지 못하게 되었을 뿐 개인 SNS, 커뮤니티 사이트 등 악성 댓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차고 넘치기에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였다.


악성 댓글은 공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일반인을 향한 악성 댓글 역시 크게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일반인의 경우 이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어렵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고소하기 위해선 일일이 증거를 수집해야 하고 처벌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악성 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차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악성 댓글 작성에 대한 의식 개선이다. 악성 댓글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이지만,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것은 자신이 쓴 댓글이 악성 댓글인지도 모르는 기도 하고 자신은 적발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기도 하는 등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악성 댓글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도 더 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최아영.jpg

 

 

[최아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