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자존감 지킴이 [사람]

글 입력 2021.01.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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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사람들이 나에게 물었을 때 나는 망설임도 없이 "네일 아트요!"라고 답했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손톱에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10대 땐 학교 규정을 지켜야 하다 보니, 성인이 되면 네일아트부터 하고 말겠다는 나만의 소소한 꿈이 있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나자마자 (완전히 성인이 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친구가 소개해 준 네일샵으로 곧장 달려갔었다. 소심한 성격인 나는 막상 네일샵에 도착하고 나니 형형색색의 디자인들을 내 손에 얹을 엄두가 나지 않았고, 결국 한 가지 연한 색을 골라서 '프렌치 네일'을 시도해보았다.

 

맨날 보던 내 손톱이 아니다 보니 물건을 집을 때도, 대화를 할 때도 무언가를 가리킬 때도 내 손가락을 의식하게 되었고,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네일 했네?'를 시작으로 나의 새로운(?) 손톱에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과 예쁘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내 손톱이 자랑스러워졌고, 이 예쁜 손톱을 많은 사람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말할 때도 괜히 더 큰 제스처를 취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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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용기를 내서 강렬한 색깔의 네일, 조금은 화려한 아트를 시도해봤다.

 

역시나 이전처럼 초반엔 어색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보면 볼수록 너무 예뻤고, 주변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관심을 가지니 내 손톱, 내 손, 내 몸이 너무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네일 아트를 하게 되면 손톱도 정기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다 보니, 손톱 모양이나 그 주변도 늘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매달 새로운 색깔과 아트를 손톱에 올리면서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무슨 네일 했어?'는 나랑 친구들 사이에서 매달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가 되었고, 낯을 심하게 가리는 성격으로 인해 '처음' 마주하는 공간과 사람을 너무 두려워하던 나에게 '네일 아트'는 나의 긴장을 풀어주는 소중한 소재거리가 되었다.

 

발표를 할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 대화를 할 때도 손짓을 자연스럽게, 또 시원하게 사용하면서 나의 의견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고, 소심하고 특히 낯을 가리는 상황 속에선 기가 죽는 성격이었던 나에게 내 '예쁜 손톱'은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선물해주었다.

 

 

[크기변환]2.jpg

 

 

그리고 가끔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속상하다가도, 펜을 잡은 내 손을 볼 때, 그리고 새로운 네일 아트를 받으러 샵에 갈 때 기분 전환을 하고 다시 힘차게 걸어나갈 수 있었다. 게다가 네일 아트를 받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손톱 물어뜯거나 그 주변 살점들을 뜯어내는 안 좋은 습관까지 고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내가 달마다 정기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손톱을 단장하는 것이 쓸데없고,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쁘게 꾸며진 나의 손톱은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나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 준 내 손톱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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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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