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여름의 우리 집 지키기 프로젝트 - 우리집 [영화]

글 입력 2021.01.2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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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화면에 밥그릇과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밥도 먹지 않고 싸우는 부모님과 아침밥은 됐다며 서둘러 나가려는 오빠. 그 사이에서 안절부절하며 밥 먹으라고 애원하는 하나가 보인다.

 

오늘 아침도 다 같이 밥을 먹기는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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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집’은 어느 가정에나 존재할 가족에 대한 고민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풀어낸다.

 

초등학교 5학년인 하나는 학교에서는 선행상을 받고, 집에서는 맞벌이 부모님을 대신해 곧잘 장을 보고 밥상까지 차리는 야무진 아이이다. 하지만 하나의 집안 분위기는 썩 좋지만은 않은데, 부모님은 매일같이 싸우고 오빠는 사춘기를 겪고 있다. 가족들과 밥 한 끼라도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것이 하나가 매일같이 바라는 것이다.

 

부모님이 이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하던 하나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바로 가족 여행을 가는 것. 하나가 어릴 적에도 부모님의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족 여행을 계기로 관계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한편, 하나와 같은 동네에 사는 유미, 유진 자매는 집안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고 부모님과 떨어져 보내는 시간이 많다. 게다가 부모님의 직업 특성상 이사를 꽤 자주 다녀야 하는데,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

 

하나와 유미 자매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나 친해지게 되고, 각자의 가족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며 마음을 터놓게 된다. 하나는 가족 여행을 가기 위해, 유미와 유진은 이사를 가지 않기 위해, 그렇게 서로 손을 잡고 한여름의 ‘우리집’ 지키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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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단어는 때로 강력한 의미를 가진다. 소속감과 유대감을 주는 동시에 공동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책임감도 쥐여준다. 하나 역시 ‘우리집’의 일원으로 어떻게든 가족 간의 불화를 해소하려고 노력한다. 가족 식사와 가족 여행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좀처럼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아무도 하나에게 ‘왜 가족 여행을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지’ 묻지 않는다. 하나 역시 가족 구성원의 일부로서 충분히 그 의견이 존중되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러나 하나가 어려서 잘 모른다는 듯,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는 듯, 그 의도와 생각을 들어보려는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실 이건 하나네 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연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존중해 왔을까? 이 영화를 봤던 것처럼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이게 될 계기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그 상태로 부모가 되었더라면, 나 역시 아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 주었을지는 의문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아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나 역시 그랬듯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 게 많고, 때로는 유치하고, 누군가의 도움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우리집’에 등장하는 하나는 주체적이고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어른들 못지않게 깊은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순수함과 솔직함, 섬세한 배려심은 덤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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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은 처음과 같이 식탁에서의 소리로 마무리된다. 밥그릇과 수저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뜨거운 밥을 입김과 함께 삼키는 듯한 소리도 들려온다.

 

영화 ‘우리집’에서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돋보이고 아이들의 동심 또한 섬세하게 살아있다. 학교의 종소리라든지, 종이접기나 상자 꾸미기, 놀이터 등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절로 떠오른다.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면 마음만은 그 시절의 여름에 들어갔다 나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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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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