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 없는 하루는 참 길었어 [음악]

나를 울리는 추모곡
글 입력 2021.01.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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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들을 수 없는 추모곡


 

추모곡의 비애는 정작 그 사람은 들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나는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행복한 날들을 곱씹는 것이 더 괴롭다. 그래서 누군가를 잊고 싶을 때면 일부러 좋지 않은 기억만을 열어보고는 한다.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내 하루의 미련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후회와 자책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슬픔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억을 꺼내어 보고 싶은 날 또한 많다. 그럴 때면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아픔과 동시에 그 순간 느꼈던 행복의 감정으로 가슴이 달아오른다. 결국 잊기 위해 발버둥 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못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였다는 뜻이다.

 

그럴 때마다 듣는 곡이 있다. 멈춰버린 시간 속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묻어 있는 노래들이 있다.

 

 

 

다시 만나면 네가 없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해줄게


 

 

 

찰리 푸스의 'See you again'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주연 배우인 폴 워커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폴 워커는 2013년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영화의 주연 배우인 만큼 국내외 팬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특히 그와 같은 영화에 출연하며 깊은 우정을 쌓았던 빈 디젤은 시상식에서 See you again을 부르며 동료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오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뿐이다'라는 그의 소상 소감에서 억누른 슬픔과 아픔이 느껴졌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잃은 것들을 위해 건배


 

 

 

마룬 파이브의 'Memories'는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본 노래일 것이다.

 

리듬이 차갑고 경쾌해서 가사를 모르면 사랑 이야기로 착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 노래는 전 매니저인 조던 필드 스테인을 위한 추모곡으로, 상실을 겪어본 우리 모두를 떠올리며 쓴 곡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건배를 하자는 노래 가사는 떠나간 사람을 단절된 기억 속 일부로 떠올리기보다 여전히 그들도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추억을 눈물 없이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처럼 묘사한 점이 인상 깊었던 노래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약속했으니까




 

'No surrender'는 미드 글리의 남자 주인공인 핀 역할을 맡았던 코리 몬티스의 추모곡이다. 글리가 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만큼 노래의 가사도 뜨거웠던 그 날의 기억을 회상하는 표현을 담고 있다.

 

학창 시절 꿈꿔왔던 세상과 다른 현실에 지치기도 하지만 우리 함께 버텨내자는 약속, 그래도 너와 함께 했던 젊고 푸르던 날들이 있어 행복했다는 인사.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이지만 실제 배우들이 코리 몬티스에게 하는 이야기 같아서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훼손되지 않는 기억


 

 

루이즈의 익숙한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감정이 북받치며 목이 메었고, 다시 쓰라린 고통이 찾아왔다. 마치 뜨거운 용암처럼 솟구쳐 오른 추억들이 고통으로 마비되어버린 그의 정신을 적시는 단비가 되어 내렸다. 노트의 페이지마다 루이즈의 숨결이 느껴졌다. 루이즈는 여전히 그의 가슴 속에서 따스한 숨결로 살아 있었다.

 

-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추모곡의 축복은 언제든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기억을 꺼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지만, 기억 속 그 사람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 너 없이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그 사람의 빈자리에도 내일을 살아가게 만든다.
 
 

 

에디터_허향기.jpg



[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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