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의 모든 '떡상'을 이걸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도서]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
글 입력 2021.01.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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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극적인 변화의 순간을 마주한다. 상품이 입소문을 타고 대박을 터뜨리고, 새로운 트렌드와 유행이 출현하며, 수많은 신간에 묻혔던 책이 극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순간, 발매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던 노래가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고, 2년째 구독자가 100명이었던 유튜브 채널이 갑작스럽게 화제가 되어 구독자가 급격하게 오르는 시점.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티핑포인트'라고 부른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의 순간에도 반복되는 패턴과 근본적인 원리가 있을까?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책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에 담겨 있다. 그는 티핑포인트의 원리를 세 가지 법칙으로 정리했다.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이 바로 그것이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면, 누구나 극적인 변화와 유행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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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은 유행과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원리는 바이러스가 전염되어 확산하는 원리와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티핑포인트 이론을 살펴보기에 앞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첫 번째는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더라도 온종일 집에만 있는 사람이라면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이러스 감염원 그 자체의 성질이 중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바이러스 그 자체의 전염성과 지속성이 강력할수록 확산이 빨라진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와 그것을 옮기는 전파자를 둘러싼 외부의 환경이 전염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 환경이 의미하는 것은 그날의 날씨, 계절, 그 지역의 위생상태, 경제적 수준, 의료 제도, 그 외 다양한 맥락과 상황의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바이러스의 전염은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극점에 도달한다. 이 극점이 바로 티핑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전염을 만드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들을 다른 말로 하면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에 들어오고, 본격적인 유행을 타게 된 것은 ‘대구 31번 확진자’가 발생하고 난 뒤였다. 어디선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31번 확진자는 2월 9일 대구 신천지 집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2월 20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일일 확진자 수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확진자 중 대부분의 사람이 대구 신천지 집회에 참가했거나 신천지와 연관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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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일 확진자와 누적 확진자 추이

(출처: 중앙방역대책본부, 2020.6.6 주간 발생 보고서 기준)

 

 

이때, 대구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를 코로나 바이러스의 ‘티핑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31번 확진자는 ‘소수의 법칙’에 해당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강력한 전염성과 지속성은 ‘고착성 요소’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외에 신천지 집단이라는 특수한 조건과 주변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을 ‘상황의 힘’이라 한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세 가지 요인을 말콤 글래드웰은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세 가지 법칙이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어떻게 티핑포인트를 만드는 지, 지금부터 그 내용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소수의 법칙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 브레도 파레토는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범죄자의 20%가 80%의 범죄를 저지르고, 술을 마시는 사람 중 20%가 전체 주류 소비량의 80%를 차지한다. 이를 두고 경제학에서는 80대 20의 법칙 혹은 파레토 법칙이라 부른다.


이러한 개념은 경제학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패션, 미용, 음악, 영화와 같은 사회적 트렌드가 확산되는 과정, 그리고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전염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유행이나 트렌드는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와 같은 소수의 사람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고, 에이즈와 사스와 같은 전염병에서도 대게 소수의 사람이 대다수의 사람에게 병을 퍼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상품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는 과정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메시지가 여러 사람에게 확산되는 과정이나, 전염병이 대다수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과정은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속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한 명의 개인이 모든 사람과 연결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 음악, 전자기기, 패션, 등의 유행은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되기도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세계적인 유행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연쇄 편지 실험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6단계만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이 실험은 전염이 일어날 수 있는 경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실험은 무작위로 160명의 사람을 뽑아서 다른 지역에 사는 A라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과제를 부여한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A와 전혀 모르는 사람도 6단계 이하를 거치면 결국에는 편지를 전해줄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생각하면 한 명의 사람이 모든 사람과 연결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직간접적인 연결 고리를 통해 모두가 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국에 사는 철수로부터 시작된 전염병이 몇 단계를 거치게 되면, 지구 반대편의 찰스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밀그램은 편지가 전달되는 과정을 모두 추적하였는데, 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160명이 편지를 전달하는 과정은 모두 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친구를 통해서 편지를 전달한다.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친척을 통해서 혹은 학교 동창을 통해서 전달된다. 그리고 1단계 만에 전달된 사람도 있고 6단계를 모두 거쳐서 도달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50% 이상의 편지가 A에게 전달되기 바로 직전의 도달점이 3명으로 같았다. 즉, 출발점이 모두 다른 편지들이 마지막 단계에서는 단 3명에 의해서 80명의 편지가 A에게 전달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넓은 인간 관계망을 가진 소수의 사람을 통해서, 세상의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수의 사람을 말콤 글래드웰은 `커넥터`라고 부른다. 커넥터가 있기에, 우리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세상의 수많은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소수의 커넥터에 의해 전염이 촉발된다. 그래서 전염병에서는 슈퍼 전파자 한두 명이 감염자 대부분을 만들게 되고, 패션과 상품의 유행은 소수의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대중의 트렌드를 주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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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터는 사회적인 네트워크망을 구축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커넥터는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는 것을 즐긴다. 단순히 많은 수의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도 쉽게 어울리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흔히들 발이 넓다고 부르는 사람들이 커넥터에 해당한다. 커넥터는 사회적 전염의 핵심 허브이자 연결 다리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커넥터만큼이나 전염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또 다른 유형의 특별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말콤은 이들을 메이븐과 세일즈맨이라고 부른다.


메이븐은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저장하는 데이터 뱅크의 역할을 한다. 또한, 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수많은 정보를 활용하여,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메이븐의 말을 항상 신뢰한다. 그래서 메이븐의 말 한마디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일즈맨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유려한 말솜씨와 매력적인 행동으로, 강한 설득력을 가진 사람이다. 매사에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사람이며, 그들의 말과 표정 그리고 몸짓은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을 바꾸는 힘이 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 이상의 재능을 갖춘 사람이다.

 

메이븐이 메시지를 만들고, 커넥터가 그것을 전달한다. 그리고 세일즈맨이 대중을 설득한다. 때로는 한 사람이 모든 특성을 갖고 있을 때도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은 모두 바이러스로 치면 병을 잘 옮기는 사람들이다. 영화, 음악, 패션과 같은 산업에서는 유행과 트렌드를 잘 퍼뜨리는 사람이다. 사회/정치 분야에서는 대중을 잘 설득하고 인지도 높은 국회의원인 경우도 있고, 회사에서는 뛰어난 마케터인 경우도 있고, 어쩌면 입소문을 잘 내는 옆집 아주머니일 수도 있다. 이 사람들은 넓은 사회적 관계망을 갖고서, 각 분야에서 어떤 메시지나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소수의 사람이 여러 분야의 유행을 주도한다. 바로 이것이 티핑포인트의 첫 번째 요소인 '소수의 법칙'이다.

 

 


고착성 요소



바이러스의 전염이나 새로운 상품에 대한 입소문은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이 특별하다고, 무조건 티핑포인트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염성과 지속성이 없는 약한 바이러스는 아무리 접촉자가 많은 전파자라 하더라도 쉽게 치료되어 전염되기도 전에 사라진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사람에게 광고를 내보낸다 하더라도, 광고의 내용이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지 못할 만큼 형편없거나 상품 그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라면 금방 사람들에게 외면당한다. 즉, 소수의 법칙 하나만으로는 티핑포인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콘텐츠 그 자체의 힘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가 범람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접하는, 듣고 읽고 보는 대부분의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기억되는 광고, 히트 친 노래, 재미있다고 소문난 영화와 같은 것들은, 모두 콘텐츠 그 자체가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수많은 사람에게 전염되어 도달하려면, 먼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각인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성질, 어떤 메시지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그 사람의 머릿속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고착성 요소'라고 한다. 바로 이 고착성이 티핑포인트를 만드는 두 번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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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제품을 광고하더라도 고착성을 갖춘 광고와 그렇지 못한 광고는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를 가져온다. 고착성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착성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고착성은 콘텐츠를 만드는 소재 그 자체에 있기도 하지만, 같은 소재를 갖고도 정보를 제시하거나 구조화할 때 약간의 변화와 변형을 더 해주는 것으로도 고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책 '티핑포인트'에서는 고착성을 높인 여러 가지 사례가 등장하는데, 입에 딱 달라붙고 재미있는 카피를 만들어 유행을 만든 담배 광고.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맥킨의 광고를 단 하나의 작은 아이디어를 더해줌으로써 압도적인 결과의 차이를 보인 분더맨의 광고. 바보상자라 불리던 텔레비전에 고착성을 더해 성공적인 어린이 학습 도구로 만든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와 <블루스 클루스>. 이들의 공통점과 이면에 숨겨진 핵심을 파악하여, 고착성을 만드는 근본적인 원리를 소개한다.


먼저 고착성의 첫 번째 핵심은 콘텐츠가 목표로 하는 대상에 관하여,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세서미 스트리트>와 <블루스 클루스>가 기존의 선입견과 심리학 이론에만 매달렸더라면, 결코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 수 없었을 것이다. 편견을 버리고 끊임없이 어린이들의 행동을 관찰했고, 어느 부분에서 관심이 있고 흥미를 느끼는지 분석했다.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반복하여 데이터를 쌓았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이 <세서미 스트리트>와 <블루스 클루스>였다. 오로지 아이들의 취향에 맞추는 것에 집중했으며, 아이들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어떤 요소가 내가 원하는 대상에게 고착성을 가지는지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결코 개인의 취향이나 선입견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른과 어린이는 다르다. 여자와 남자도 다르다. 20대와 30대의 사고방식 또한 다르다. 이처럼 내가 원하는 대상의 관점에서, 철저한 역지사지의 자세가 고착성을 만드는 데 정말 중요하다.


두 번째로 고착성은 우리의 욕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왜 우리는 중독성 있는 음악, 재미있는 광고 문구,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영화, 자극적인 사진, 내가 직접 해본 일들은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에겐 우리 자신조차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욕구와 욕망이 있다.

 

반복과 중독의 욕구, 경쟁과 성취의 욕구, 성적인 욕구, 자극과 쾌락을 추구하는 욕구, 성장과 변화를 갈망하는 욕구, 휴식과 치유의 욕구, 배움과 학습의 욕구, 심지어는 고통을 즐기는 욕구도 있다. 매력적인 콘텐츠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욕구까지 자극하고 충족시켜 즐거움을 유발한다. 즐거움은 우리를 콘텐츠에 집중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그로 인해 아주 짧은 순간에도 메시지가 머릿속에 깊이 각인될 수 있다. 이처럼, 고착성을 만드는 원리 중 하나는 사람이 가진 욕구를 자극하고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분더맨의 광고 사례를 살펴보면, 단순히 많은 사람에게 자주 노출한다고 해서 고착성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람은 게임과 보상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욕구를 접목하여 분더맨은 '보물 사냥'이라는 광고를 만들었다. 단순히 많은 노출과 화려한 영상으로 승부를 보려 했던 맥킨의 광고는 고객이 수동적으로 광고를 보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분더맨은 '보물 사냥'이라는 이벤트를 더해줌으로써, 보는 고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광고로 변화시켰다. 맥킨의 광고가 더 큰 비용을 사용했고 심지어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더맨의 광고가 맥킨보다 4배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주 작고 사소한 변화로도 높은 고착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굳이 메시지 자체를 전부 갈아엎지 않아도 된다. 단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구조와 형태에 약간의 변형을 가해줌으로써 전염을 일으키는 강력한 힘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진 선입견에서 벗어나 대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의 욕구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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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작년 초 크게 유행한 지코의 '아무 노래'라는 곡이 떠올랐다. 어떻게 갑자기 이 곡이 이렇게까지 유행할 수 있었을까, 그 당시에는 단순히 노래가 신나고 중독성 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티핑포인트』를 읽고 나서 이 곡이 어떻게 유행할 수 있었는지 좀 더 명확하게 분석해볼 수 있게 되었다.


곡 자체가 좋기도 했지만, 보다 더 결정적인 원인은 노래와 함께하는 춤이 특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춤은 다른 노래의 춤과는 달리, 1분도 안 되는 길이에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춤이었다. 게다가 지코와 함께 여러 유명 연예인들이 이 춤을 추고 SNS에 공유하면서, 그것을 본 사람들은 하나둘씩 '아무 노래 챌린지'에 도전했다. 그렇게 너도나도 춤을 따라 하고 동영상을 찍어 SNS에 공유하면서, 지코의 아무 노래는 크게 유행했다.

 

만약 아무 노래의 춤이 없었더라면, 혹은 다른 곡들처럼 어렵고 멋있는 안무였더라면 가능했던 일일까? 연예인들을 따라 아무 노래 챌린지 동영상을 찍기 위해, 춤을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아무 노래'는 우리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다. 지코와 함께한 동료 연예인들은 훌륭한 커넥터와 세일즈맨의 역할을 한 셈이었으며, 춤이 노래의 고착성을 높인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곡을 하나의 상품으로 봤을 때, 아주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

 




상황의 힘



1990년대 뉴욕시의 범죄가 급감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30년 넘게 점진적으로 증가하던 범죄율이 고작 2~4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고, 뉴욕시는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 범죄를 유발하는 어떤 요인이 사라지고, 범죄를 줄이는 티핑포인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급격하게 범죄가 줄어든 원인을 대형 범죄 집단의 소탕이나 처벌 제도의 강화, 경찰력 강화, 뉴욕시의 경제 발전과 같은 큰 규모의 일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정말 놀랍게도 단지 지하철에 있는 낙서를 지우고 무임승차를 잡는 아주 사소한 일이 엄청난 수의 범죄를 예방하고 줄이는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어떻게 이런 작고 사소한 환경의 변화가 범죄자의 행동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티핑포인트를 만드는 세 번째 요소인 '상황의 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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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힘이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티핑포인트를 둘러싼 외부의 모든 요인을 의미한다. 타이밍, 계절, 시대적 배경, 경제 상황, 그날의 날씨, 주변 환경,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상황의 힘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환경적 요소부터 전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과 맥락의 요소까지 모두 포괄한다. 이것은 티핑포인트를 만드는 요인에는 수많은 외적인 변수가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등장한 소수의 법칙과 고착성 요소만큼, 티핑포인트에 '상황의 힘'도 정말 중요하다. 콘텐츠 그 자체의 높은 고착성과 훌륭한 메신저가 갖춰진다 하더라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유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 최근 서울의 폭설과 함께 갑자기 유행을 타게된 '눈 오리 집게' 상품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아무리 눈 오리 집게가 좋은 상품이고 뛰어난 메신저를 통해 홍보를 했다 하더라도, 눈이 많이 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을까? 그야 말로 '상황의 힘'을 톡톡히 맛 본 상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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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등장하는 '상황의 힘'의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아주 작은 환경적 요인과 상황의 변화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전염을 촉진하고 티핑포인트를 만드는 데에 대규모 집단보다 150명 이하의 소규모 집단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특성과 환경적인 요인들 그리고 맥락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꾸는 사회적 전염에서 상황의 힘이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일지도 모르는 이 개념은 정말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아주 작은 환경적 요소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사고의 오류를 쉽게 자각하지 못한다. 특히 성격과 개성에 관해서는 자연스럽게 절대적이고 고정된 속성이라 생각한다. 도덕적이고 정직한 사람은 항상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나 그런 성격을 일관되게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짐바르도의 죄수와 간수 사회 실험에서 그 선입견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증명되었다. 평상시에 아주 선하고 인품 좋기로 소문난 사람도, 간수의 역할을 맡게 되는 순간 굉장히 폭력적으로 변했다. 수차례 반복되는 실험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성격도 행동도 급격하게 바뀌곤 했다. 이러한 사회 실험은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성격과 행동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할 때 기본적인 성격 요소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고, 상황이나 맥락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한다. "내 친구 상현이는 정직합니다"라는 말보다, "내 친구 상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정직한 사람이지만, 회사에서는 굉장히 뺀질거려요"라고 말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설명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오류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좀 더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행동을 분석할 때, 일일이 수많은 데이터를 고려해가며 판단하기란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들고 피곤하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그 사람이 가진 근본적인 속성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말콤 글래드웰은 '500명 혹은 1,000명의 집단보다 150명 이하의 집단에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사회적 전염이 더 효과적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다. 보통 단순히 생각했을 때, 유행을 만들기에 150명은 너무 작다고 느껴진다. 최대한 많은 수를 가진 집단에 어떤 정보를 전달하거나 광고를 했을 때, 그 효과가 더욱더 크게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생각과 달랐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인간이 가진 '사회적 수용 한계 능력' 때문이었다. 인지적 한계로 인해, 사람이 하나의 집단 속에서 서로 알고 관계를 맺으며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한계치가 정해져 있다. 실험으로 밝혀진 바로는 그 숫자는 대략 150명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150명 이하의 집단에서는 모든 집단 구성원 간의 관계가 훨씬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지만, 150명이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서로 알지 못하는 관계가 마구마구 생겨나며 집단 구성원 간의 공동체 의식이 조금씩 약화되기 시작한다. 그로 인해 집단 내에서 정보가 도달하지 못하는 부분도 생기고, 업무에서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150명 이하의 소규모 집단이 대규모 집단보다 새로운 메시지나 아이디어가 더 빠르고 강력하게 모두에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집단의 감염까지 촉진하여, 결국 전체로 확산되어 나간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1500명의 집단에 광고를 하는 것보다, 150명의 집단 2-3개에 광고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상황의 힘'은 우리가 얼마나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 존재인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이러한 인지적 한계를 자각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시사한다. 어쩌면 그렇기에, 티핑포인트가 반직관적인 현상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우리의 직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티핑포인트를 만드는 세 가지 법칙에 관하여 각각의 의미와 원리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았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품과 콘텐츠, 아이디어와 메시지, 이념과 문화 또한 세 가지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책 『티핑포인트』에서는 자살처럼 전염성이 없어 보이는 극단적인 행위까지 바이러스처럼 전파되는 사례가 등장한다. 이것은 사회적인 전염이 단순히 트렌드와 유행 그리고 마케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티핑포인트는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틀을 제시한다.


세상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그렇기에 사회적 전염과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가진 사고의 틀을 깨야 한다. 나는 이것이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 생각한다. 티핑포인트를 만드는 세 가지 법칙 모두, 세상은 우리의 직관과는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인 전염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굉장히 변칙적이고 불안정하며, 작은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똑같은 정보를 접해도 어떤 구조와 형태를 보이고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인식한다. 이러한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과 복잡성 때문에,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티핑포인트가 말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기존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케팅을 공부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배운 것은 마케팅 그 이상의 것이었다. 티핑포인트가 가르쳐 준 것은 세상의 급격한 변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었고, 변화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리였다.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내가 만들고자 하는 변화의 물결을, 세상에 전하고 싶은 가치의 티핑포인트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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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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