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을 그려낸다는 것의 재미 [사람]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지 5개월.
글 입력 2021.01.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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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그려낸다는 것의 재미

캘리그라피 취미 5개월차


 

최근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생긴 취미가 하나 있다. 바로 '캘리그라피'.

 

학창 시절 때 붓 펜을 사용해 교과서에 나온 시를 써본 것 외에는, 특별히 캘리그라피에 경험이 없던 나는 문득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캘리그라피 펜을 발견했다. 반짝이는 잉크로 써진 아름다운 글씨를 꿈꾸며, 나는 펜과 잉크를 구매하게 되었다. 그게 나와 캘리그라피의 첫 만남이 되었다.

 

펜도 있겠다, 잉크도 있겠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펜대를 집어 든 나는 예상과는 다른 현실에 매우 당황했다. 잉크가 펜촉에 제대로 묻지 않아 소름 끼치는 마찰음만 냈고, 종이에 스며든 잉크는 바로 번지기 시작했다. 적잖아 당황한 나는 바로 여러 정보를 찾아봤다.

 

'펜촉을 먼저 사면 불에 달구라고?'

 

'종이는 두꺼운 걸 사야 하는구나...'


초보자가 하는 실수를 그대로 한 나는 역시 무언갈 배우기는 절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모든 걸 다 갖춘 후, 하나씩 펜촉을 써가며 나에게 맞는 펜촉을 찾기 시작했다. 납작 닙을 쓰니, 무언가 익숙한 캘리그라피 서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쓴 글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사각사각 나는 소리가 기분이 좋아 계속해서 연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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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닙에 익숙해질 때쯤, 많은 사람이 추천한 '블루 펌킨' 또한 써봤다. 처음에는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갈수록 점점 탄력이 좋아지면서 이 펜촉을 애호하게 되었다.

 

잉크를 고르는 것 또한 하나의 큰 재미를 안겨주었다. 잉크의 색상은 결코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으며, 펄이 추가된 신비한 느낌의 잉크도 시중에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런 점에서 가끔 어떤 분들은 잉크를 소분해서 판매하고 있기도 했다.

 

잉크를 새로 구매하면, 새 잉크가 주는 새로운 느낌에 아이처럼 신이 난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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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를 써가면서 느낀 점은, 글씨를 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린다' 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동안의 복잡한 생각은 잊히고, 글씨를 써 내려가는 것에 집중하며 그 단어의 의미를 하나하나 곱씹게 된다.

 

사실 학창 시절에도 그런 이유로 캘리그라피를 시도해 본 것이었다. 교과서에 있는 시 구절이 좋아서, 무언가 계속 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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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좋아했던 시를 최근에는 너무 바쁜 마음에 다시 꺼내 볼 여유가 없었다. 어느 날 친구랑 대화하다가, 갑자기 좋아하는 시인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 당연히 '윤동주'를 소재로 꺼냈지만, 정작 윤동주 시인의 시 제목만 기억할 뿐, 내용을 한편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별 하나의 어머니? 최초의 악수? 학창 시절에서는 다 외우고 다녔는데...'


물론 어떤 시인을 좋아한다면, 그 시인의 시를 모두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 매우 부끄러웠다.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던 시들을 이제는 제목조차 흐릿하게 기억한다는 것을 깨닫고 예전의 시 문학을 향유하던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캘리그라피를 통해 그 여유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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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 구절만 쓰는 것은 아니다. 영화, 드라마의 좋아하는 대사를 '덕후' 같은 마음에 캘리그라피로 소중하게 써서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 공책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대사들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마치 나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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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은 하나씩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서고 있다. 나에게는 캘리그라피가 그런 사례이며, 이젠 내겐 너무 재밌는 하나의 놀이이자 습관으로 정착했다. 앞으로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또한 나 자신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나는 계속 글씨를 그려낼 것이다.

 

독자분들에게도, 본인이 좋아하는 시나 글귀들을 적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꼭 글씨가 이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그 글자를 써 내려가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만약 다 쓰고 나면, 그 글귀는 본인의 마음에 더욱더 깊이 와닿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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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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