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채색으로 그려낸 세상, MONOCOLOR To be simple [미술/전시]

모노톤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환기
글 입력 2021.01.1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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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은 살면서 수없이 많은 색상들을 인지한다. 자연으로 표상되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부인할 수 없이 다채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마음의 풍경도 항상 그럴까? 우리는 안타깝게도 매순간 빈틈없이 행복할 수는 없다.


사실 행복감이란 찰나에 불과하며 때로는 기쁨보다는 슬픔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가 더 빈번하게 찾아온다. 다양한 빛깔의 세상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오히려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한 가지 색상으로 축약된 하루를 보내고는 한다.

 

내면에 전혀 흘러들어오지 못하는 수동적인 빛의 스펙트럼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보다 솔직하게 단조롭지만 마냥 지루하지는 않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를 원한다면 현재 갤러리까비넷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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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모두 단 하나의 색상을 작품 구현의 방식으로 택한다. 검정 혹은 톤 다운의 색상이다.

 

그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만들어내는 울림은 피상적인 다색화 그 이상이다. 모노컬러의 작품들이 선사하는 고요함에 몰입한다면 집중적인 에너지를 느낌과 동시에 미뤄두었던 스스로의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빛의 세계에서 무채색은 명암으로만 존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색채심리학에서 무채색이란 대개 그늘진 정서를 암시하며 다층적인 상징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검정은 고급화 전략에 자주 차용되지만 한편으로는 억압과 공포의 상징이다. 따라서 자기 절제력이 높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는 제어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강렬함에 매료되어 검정을 선호할 확률이 크다 간주된다.


흰색은 아무것도 없는 비워진 색이자 모든 것이 채워진 완성의 색이라 할 수 있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흰색을 침묵에 비유했다. 덧붙여 죽음의 침묵이 아닌, 가능성으로 가득 찬 침묵이라 정의했다. 이처럼 흰색은 완전하지만 불안함이 공존하는 입체적 색상으로 순수나 신성함과 동시에 공포와 위험의 상징이기도 하다.


회색은 여러가지 색을 무작위로 섞을 때 흔히 목격된다. 이는 곧 어떤 색과 합쳐져도 조화가 가능함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안정감을 전달한다. 엔트로피가 가장 높은 색이다보니 자극이 제일 적고 수수해 눈에 편안한 것이다. 하지만 회색은 결국 사물이 타버리고 남은 재의 색이다. 그러므로 무와 무기력의 상징으로 생명활동의 둔화나 우울 등을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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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인적으로 무채색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내 안의 세계는 이따금씩 따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노톤의 작품들을 바라볼 때면 무채색이 나에게는 상당한 위로가 되어준다.

 

검정, 흰색, 회색 등의 색상들은 내 마음을 감싸안으며 온기로 남아 외로움을 앗아간다. Melancholy, 그리스어로는 검은 담즙인 다소 침울하고 가라앉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모노톤이 그려내는 특유의 세계에 한번쯤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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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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