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을 담은 게임 - sky: 빛의 아이들 [게임]

글 입력 2021.01.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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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글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원래 게임을 별로 즐겨 하지 않는다. 게임 업종에 종사하고 게임을 즐겨 하는 사람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동안 나에게 있어서 게임이란 그저 머리를 비우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며 아까운 삶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작년, 우연히 초대받아 가게 된 국제 게임 전시회에서 그러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생각보다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제작하여,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게임이 많았다. 그중에서 특히,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가상의 우주선 내부를 여러 사람과 함께 꾸미는 게임은 현대미술의 한 장르인 퍼포먼스 아트가 연상될 정도였다.


그리고 얼마 전, 아주 흥미로운 게임 하나를 발견하였다. 개인적으로 나름의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여 소개해 보고자 한다.



Sky Poster B.jpg

SKY - 빛의 아이들


유형: 모바일 게임

제작사: That Game Company

 

 


회화적인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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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예쁜 그래픽 때문이었다. 현실의 풍경을 모방하는 데에만 급급하지 않고, 가상의 장소이기 때문에 가미할 수 있는 비현실적인 요소를 살려 회화적인 느낌을 연출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판타지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엔 배경 그래픽이 마음에 들어 한동안 여행 다니듯 이곳저곳을 구경해 보았을 정도였다.

 

또, 캐릭터가 단순하게 표현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전통적인 동양화 작품에서 여백의 미를 남기듯, 정확하게 묘사되지 않은 단순한 외형의 캐릭터를,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의 상상력을 통해 머릿속에서 완성해 볼 수 있었다.

 

 

 

감성을 끌어올리는 음향



그래픽 다음으로 관심이 간 것은 음향이었다. 클래식 스타일의 차분한 배경음악과 현장감을 높여 주는 환경 소리가 잘 어우러져, 게임에 감성적인 느낌을 더한다. 때론 비가 내리는 맵에서의 빗소리가 좋아 그 맵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기만 하기도 했다.

 

게임 내에서 재화를 모아 악기를 사면 실제로 연주해 볼 수도 있는데, 게임 내에서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고 있으면 나름 운치 있어,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마음을 조금 달래 볼 수 있었다.

 


실제 게임 내 연주 영상

 

 

 

철학적인 스토리



스토리에 대해선 제작사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해석은 없지만,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본 해석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


게임 [SKY - 빛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한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빛의 아이라고 불리는 캐릭터는 첫 맵인 <여명의 섬>에서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선조들의 영혼과 날개를 찾으며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여기서 선조들의 영혼은 우리 인간이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게임에서는 그 지혜를 캐릭터가 구현할 수 있는 제스쳐로 표현하였는데, 우리 인간이 선사시대부터 발전해 오며 더욱 복잡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어떠한 행동에 의미를 만들어내었다는 것을 보면 제스쳐로 표현한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후에 이 제스쳐는 다른 사람들과 더 고차원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날개는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 얻는 힘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속에서 노력하여 더 많은 날개를 찾을수록 캐릭터는 더욱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우리가 삶 속에서 노력할수록 더 힘을 키우게 되어 더 많은 기회를 노려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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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날개

 

 

7개의 각각 다른 맵은 인간의 일생을 7가지의 기간으로 나누어 표현하였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맵 <여명의 섬>은 유아기를, 두 번째 맵 <햇빛초원>에서는 갓 태어나 겪는 아동기, <비밀의 숲>에서는 청소년기, <승리의 계곡>에서는 청년기, <황금 황무지>는 중년기, <지식의 도서관>은 노년기, <에덴>은 죽음을 뜻한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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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맵, <여명의 섬>

 

 

<여명의 섬>은 7가지 맵 중 가장 작고 단조롭다. 처음엔 끝없어 보이는 분홍빛 사막에 막막함을 느껴 살짝 겁을 먹게 되지만 금세 이 맵에서 나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끔 보이는 나비 외에 보이는 것은 부드러운 모래와 하늘, 바위뿐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있어서 세상은 이 맵과 같이 단조롭고, 살짝 막막하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보호 속에 있기에 어떠한 위험 없는 평온한 것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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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맵, <햇빛초원>

 

 

<햇빛초원>은 우리가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 속 풍경과 가장 흡사하다.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섬과 사람보다 커다란 가오리가 있으며, 언제나 햇빛이 화창한 날씨에 풀밭에는 색색의 꽃들이 잔뜩 피어 있다.

 

여명의 섬보다는 규모가 확실히 크며, 신기하고 예쁜 것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 없는 유아기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된 아동기 아이들의 세상을 표현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기 아이들의 호기심 넘치는 시선과 창의적인 상상력이 맵 속에 잘 녹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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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맵, <비밀의 숲>

 

 

그다음, 청소년기인 <비밀의 숲>에서는 처음으로 긍정적이지 않은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 안을 걸어가는 나의 기분은 그저 기쁘지만은 않다. 사춘기를 겪으며, 우리는 처음 세상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고 우리 마음속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 나이의 우리를 도와주는 주변 어른들이 있기에, 청소년기의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이 맵에선 캐릭터의 빛을 깎아 먹는 비가 내리지만, 곳곳에 존재하는 빛의 생명체들 덕분에 큰 위험 없이 빛을 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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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맵, <승리의 계곡>

 

 

<승리의 계곡>은 수많은 성공을 이뤄내는 우리의 청년기를 의미한다. 무럭무럭 자라 성인의 몸을 완성하고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우리들은 건강한 신체와 에너지를 바탕으로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 이 맵에서는 이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데, 빠른 속도로 성공을 위해 달려 나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표현하였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이 맵에서 특이한 점은 경쟁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수적이다. 이 시기의 우리들은 남들보다 더 빨리 성공을 거머쥐기 위해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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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맵, <황금 황무지>

 

 

다음으로 나타나는 맵인 <황금 황무지>는 지금까지의 맵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이 전까지의 세상은 큰 위험 없이 아름다웠지만, 이곳은 너무나도 어둡고 무섭고 곳곳에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실수로 검은 물에 발을 빠트리면 빛이 깎여나가고, 거대한 괴물에게 공격당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여 날개를 잃게 된다.

 

중년기에 들어선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나 혼자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라고 느끼게 된다. 또, 거대한 괴물처럼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것도 알며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중년의 어른이 된 우리는 나이를 먹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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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맵, <지식의 도서관>

 

 

무섭고 암울했던 황금 황무지를 뒤로하고 도착한 <지식의 도서관>은 노년기를 의미한다. 맵의 이름과 같이, 노년기에 접어들기까지 오랜 세월을 살아 온 한 인간에겐 각자 걸어 다니는 도서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많은 지혜가 축적되어 있다.

 

맵 <지식의 도서관>은 총 5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층마다 앞의 맵에서 모았던 별자리(선조의 영혼)를 다시 되돌아보며 한 층씩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노년기의 모습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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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맵, <에덴>

 

 

마지막으로 <에덴>에서 우리는 죽음을 겪게 된다. 죽는 것도 쉽지 않은 법인지, 캐릭터가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빛을 빼앗아 가는 빨간색의 불길한 광석과 자칫 잘못하면 몸을 휩쓸고 지나가는 돌무더기, 황금 황무지에서 보았던 무시무시한 괴물까지. 이 모든 위험을 헤쳐내고 죽음의 입구에 도달한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는 날개의 무더기를 발견하게 된다. ‘와!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왔던 보람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그다음 우리는 붉은색 우박이 내리는 곳에서 돌무더기가 된 다른 사람들을 살리며 지금까지 모아왔던 모든 날개를 잃어야 한다.

 

그리고 날개를 모두 잃은 순간, 우리는 비로소 죽음을 맞이하며 천국으로 날아가게 된다. 마치 주마등처럼 지금까지 보아 왔던 모든 맵을 뭉쳐놓은 듯한 천국의 길을 걷다 보면 마지막엔, 우리가 그동안 모아 왔던 선조의 영혼들과 친구들이 우리 옆에서 함께 날고 있다. 그리고 환생의 문 앞에 도달한 우리 앞에, 붉은색 우박이 내리는 곳에서 살렸던 돌무더기의 사람들이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는 문으로 걸어 들어가 환생하여 앞의 모든 것을 반복하게 된다.

 

이 <에덴>에서 돌무더기가 된 아이들을 살리고 날개를 잃는 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부모님이 아이를 낳고 기르며 하는 희생일 수도, 다음 세대를 위해 지혜와 재산을 남겨 놓는 희생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희생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 우리는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 이러한 희생과 환생의 길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여가를 가볍게 보내 보고 싶다면 이 게임을 추천한다. 게임을 플레이한 후, 의미 없는 것에 시간을 보냈다는 회의감보다는 짧은 인생의 여정을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이미지 출처: thatsky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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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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