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계가 사회에 미치는 입지에 대한 자각 : 출판저널 520호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과 전망
글 입력 2021.01.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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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얕게, 또는 짙게 스쳐 지나갔던 내 고민의 시의성에 맞아떨어져 잡지 <출판저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체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었던 출판계의 위험, 위급 사항은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 반대로 느껴서는 안 되는 문제였다.

 

전 세계적으로 책에 대한 관심도가 서서히 감소하고, 종이가 품고 있는 활자 옆에 붙어있는 매력의 잔재는 온라인으로 옮겨 타고 있는 추세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현상이 나쁘다고 말하는 바는 아니다. 책을 넘기는 재질과 감성은 사라지지만 그 안에 중심이 되는 활자들은 이리로, 저리로 이탈하는 현상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역 서점을 보존하고, 활자들이 온라인 안에만 묶여있는 현상을 줄일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느껴야 한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안 그래도 복잡했던 현시대에는 코로나19가 더해져 사회가 더 혼란스러워졌다. 대면으로 이루어질 만하면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우선 자영업자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전쟁의 맨 앞에 서서 총알탄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그 뒤로는 직장인들과 학생들 그리고 다른 사회구성원들이 각자 지휘대를 잡고 우직하게 견뎌내며 인내심을 기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 인내심의 기간은 코로나19의 눈치 없는 장기화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행복도, 안락도, 안정도, 기대도 상실했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세한 먼지 같은 존재라, 손 쓸 수 있는 방안은 누구의 손에도 들어있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 경험해보는 사태를 인지하고, 현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21세기는 모든 네트워크 연결망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로지 혼자 숨 쉬고 사유해야 할 만한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 이것을 해결해 줄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활자를 담고 있는 종이책이라고 감지해야 한다. 왜 굳이 책을 e-book 리더기, 오디오북보다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냐고 되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책은 활자만 담겨 있는 예술이 아니라고 말이다.

 

책이 나오기 까지는 주인공으로 비치는 작가 외에 수많은 출판계 사람들의 노고가 듬뿍 들어있다. 책 표지 디자인은 어떻게 할 것이며, 편집은 어떻게 할 것이며,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이며 수 없는 고민이 책 사이사이에 곁들어 있다.

 

이처럼 온라인으로 보는 책은 책마다의 다른 스타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 다른 내용으로 이루고 있는 책들이 똑같은 사이즈 화면에, 똑같은 폰트에, 똑같은 여백을 활용함으로써 책마다 뿜어내는 개성들의 한계를 표현한다. 그에 반면 종이책은 손으로 만질 때의 질감, 넘길 때의 소리, 생각이 필요한 지점에 쉬어갈 수 있는 빈틈의 공간이 조리 있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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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특히나 혼란스러운 시대에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것이 결국 책이고, 책문화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나오는 활자와 여백과 디자인의 합이 외치는 정리 정돈된 사상들을 보존하고 아낄 필요가 마땅해 보인다. 현시대에 종이책이 점차 사라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의견도 마땅하나, 그렇다고 노력 없이 손 놓고 단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의견은 그동안 화자가 외치고 싶던 목소리였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위해 더 많은 의견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화자 또한 배워나가는 단계이기에 공부가 필요했다. 그 공부는 <출판저널>이 도와줬고, 이를 정리해 독자들이 출판계의 입지 보존에 같은 의견으로 수렴하고, 발전에 힘을 모아 이바지했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책이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와 융합이 가능한 지 알아봐야 하고 현재 출판계가 시행하고 있는 도전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잡지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파트는 <세계문학 읽기에 도전하기>다.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계문학전집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가지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단순한 정보 나열처럼 보이지만 독자들에게 흥미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대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 톨스토이, 에밀 졸라, 괴테,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의 문학 작품성에 대한 강조가 아닌, 수많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을 고르는 기준을 열어준다.

 

세계문학을 전집으로 출간하는 회사 중 민음사의 출간 목록이 가장 길고 다음으로는 동서 문화사, 열린 책들, 문학동네가 전체적으로 평판이 좋지만 특정 작품의 번역본은 품질이 떨어진다고 제시한다. 또한 문어체보다 구어체 번역이 많은 최근 번역 연도를 읽어야 하며, 홍난파(외국 소설 번역가), 석영중(러시아 문학)의 번역본이 유명하므로 고르는 기준점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무작정 출판계의 잘하고 있는 표면적 가치만 밀어붙여 설명하는 것이 아닌, 정확한 지점을 살려 독자들에게 비슷한 책의 미세한 눈여김을 갖게 하는 제공을 해준다. 이 미세한 눈여김은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 섬세하게 메꿔져 있는 공통된 결인 것 같다.

 

출판사 상추쌈 정광진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출판계에서 만났던 사람들, 지금도 여전히 떠올리기만 해도 기운을 주는 사람들이 있고, 멀리서 이름을 알고, 그가 어떻게 일하는지 듣는 것만으로도 존경하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처음 주고받는 간단한 업무 메일에도 배려가 담긴 문장들이 꼭 한두 줄 덧대어 오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손에 쥐어지는 책이라는 결과물에서 보이는, 쏟아 부은 애정과 노력 같은 것들이요.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을 찾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출판이라는 분야는.

 

 

짧은 문장에서 오는 강단 있는 문장에서 곧바로 화자는 출판사 민음사가 떠올랐다. 민음사는 유튜브에서 채널 <민음사 TV>를 활용해서 세계문학전집의  작가들의 깊고, 조예 있는 연대기와 함께 작품을 보는 재미를 증대시켜주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작가와 평론가와의 인터뷰, 편집자와 마케터의 아이디어 회의, 출판계 진행자의 사적인 영역까지 오픈한다. 이는 책이 오프라인에서의 한계를 인지하고, 융합할 콘텐츠들을 찾는 과정을 통해 정적이고, 고요하게만 보였던 출판계에 이미지를 변형시키고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는 출판계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증진해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사유의 힘의 육성과 진정한 선진국의 문화강국에 대한 희망을 꿈꾸기 위해 지키려는 성실한 행보다.

 

**

 

공기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사라지면 안 되는 절대적인 요소지만, 매순간 곁에 떠다니니 안일하게 느낀다. 흔한 말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처럼 기존에 있던 책문화가 사라진다면 제일 아쉬워하고 마음 아파 할 사람들이 바로 우리, 인간일 것이다. 발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 급변하는 이 시대를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기존의 것을 보존할 권리는 활자와, 출판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 달려있다. 우리 손과 힘으로 지킬 수 있을 때, 문화의 첫 출발을 선도하고 있는 출판계라는 화분에 물과 빛 그리고 햇빛을 가득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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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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