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겨울 음악 [음악]

글 입력 2021.01.1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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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는 눈이 정말 많이 왔다.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하늘의 선물이지만, 누군가에겐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큰 장애물이다.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걷다 보면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은 황홀함을 느끼고, 흰 옷으로 갈아입은 창밖의 산을 볼 때면 자연의 거대한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이후 차도 위 검게 얼룩진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얼어붙은 빙판길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눈을 싫어하는 분들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나는 눈을 좋아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과 그것이 주는 느낌들을 좋아할뿐더러, 그것과 대조되는 부정적인 생각도 떠오르게 하는 것이 만든 또 다른 오묘한 감정을 좋아한다. 특정 시기에만 찾아온다는 점,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점도 하나의 매력인 것 같다.


작년 7월 장마철, 비에 대한 나의 고찰과 함께 여름비와 어울리는 노래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 눈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동안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한 나의 글들을 살펴보며, 오늘은 앞서 언급한 그 글에 대한 연장선으로, 겨울 노래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한다.

 

 

 

류(RYU) - '처음부터 지금까지'


 

 

 

눈 내리는 바깥 풍경을 보면 가장 처음 듣는 노래이다. 따뜻한 느낌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떠올릴 법도 한데, 나는 언제나 쓸쓸한 노래만 고집하는 것 같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이 노래는 2002년 방영한 KBS ‘겨울연가’의 OST이다. 이제 20대 중반인 나는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 노래 속 전주의 피아노 멜로디가 떠오르고, 그 멜로디를 들으면 눈 내리는 풍경이 떠오른다.


이 노래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겨울과 관련된 가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겨울’은 물론, ‘눈’, ‘추위’ 등 그 어떤 겨울과 관련되지 않았다. 노래가 주는 느낌보다 드라마의 배경이 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겨울이 아니더라도 듣기 좋은 노래인 것 같다.

 

 

 

터보 - '회상(December)'


 

 

 

이 노래와 함께, 겨울 바다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까 한다. 바다는 웬만하면 한결같다.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찰 뿐, 이외의 계절에는 풍경을 즐기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겨울이라고 그 풍경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을 텐데, 언제부터 ‘겨울 바다’ 특유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명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겨울과 바다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해변과 차가운 바닷바람과 만나 만들어내는 그 쓸쓸한 감정이,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과 대조되는 것이 참 흥미롭다. 그래서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과거 연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에 많이 등장했던 것 같다.


터보는 ‘회상’ 말고도 ‘White Love(스키장에서)’, ‘겨울 나그네’ 등 많은 겨울 노래를 들려주었다. 특히, ‘White Love(스키장에서)’는 겨울철 신나는 댄스곡 하면 매번 떠올려지는 희대의 명곡으로 회자되고 있다. 물론 나는 겨울의 쓸쓸함을 좋아하기 때문에 ‘회상(December)’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겨울, 특히 겨울 바다의 풍경을 떠올리며 신나는 노래를 들어도 마음은 쓸쓸해진다. 겨울철 댄스곡, 또는 바다를 주제로 한 댄스곡이야 정말 많은데,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풍경과 노랫말이 현재와 대비되어 그 쓸쓸한 감정이 더욱 극대화되곤 한다.

 

나는 그 감정을 좋아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있고, 귀로 들려지는 것이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나를 영화 속 한 명의 등장인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방탄소년단 - '봄날'


 

 

 

이 노래를 굳이 이번 글에 담아야 하나 싶었다. 근래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담기도 하였고, 이 곡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명곡으로 인정한 곡 중 하나지만, 글을 마무리 짓는 시점에 짤막하게나마 넣어보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곡은 겨울 뿐만 아니라 봄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곡이라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다시 온다는 가사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버린 우리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노랫말 속 화자처럼, 우리는 우리들의 봄날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벌써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그 긴 기다림에 질리고, 지치고, 힘들어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이 노래 속 가사를 되새겨보며, 또다시 다가올 우리들의 봄날을 하염없이 기다려본다.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순 없으니까'.

 

 

 

이호준컬쳐리스트.jpg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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