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아함에 대한 고찰 (2) [문화 전반]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글 입력 2021.01.1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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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편에서는, 우리에게 좋아하는 것을 이제는 할 때도 됐다며 조언을 하는 많은 이들이, 막상 좋아하는 것을 시작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후의 삶은 각자의 몫인 이유도 있겠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도 권태가 오고 매번 같은 좋아함이 없을 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좋아함을 이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로 일관하는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의 관점에서 이어 나가보려고 한다.

 

 

 

제너럴리스트? 스페셜리스트?



그렇다면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는 사전적으로 '모든 일에 능숙한 사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뇌를 단련하다'에서는 모든 일에 능숙함을 의미하기보단,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을 뜻한다.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제너럴리스트와는 반대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는 한 가지의 좁은 분야에 깊은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직업군이나 성향 등에 따라서 두 가지 중 하나의 유형에 속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유형을 설명한 이유는 이 둘이야말로, 극명하게 다른 '좋아함'의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리스트는 여러 가지 두루두루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고, 스페셜리스트는 하나를 오랫동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페셜리스트 라고 해서 (통상적으로 스페셜리스트를 설명할 때, 한 분야의 의사, 과학자 등을 예시로 든다) 본인의 분야를 꾸준하게 좋아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싫어하지만 꾸역꾸역 외부의 부담으로 인해 이어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과는 반대되는 '인내심'이라는 것이 오로지 외부의 압력만으로 인해 짧게는 몇십 년, 길게는 일평생을 지배할 만큼 대단한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스페셜리스트는 하나의 분야를 꾸준히 좋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궁금한 점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어떻게 하나를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가?

 

 


1. 새로움을 찾는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하나의 분야에서도 '새로움'을 찾으며 본인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쌓아갔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매일 반복되며 비슷하게 진행되는 듯 보이는 일도, 매일의 반복 속 새로운 발견이 존재하고 이는 만족과 활력을 준다.

 

이 발견이 쌓여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달리기하는 사람들이 마약에 도취한 기분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t)처럼, 장인들은 그와 비슷한 워커스 하이(Workers High)를 느끼며 즐거움을 느끼고 더욱 일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다. 물론, 새로운 발견이 주는 활력은 제너럴리스트에도 적용이 된다.

 

 

장인_결과물.JPG

더메이커스, '장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장원섭 교수 인터뷰

 

 

 

2. N잡하기



그렇다고 제너럴리스트가 한 분야를 꾸준히 좋아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한 분야를 넓은 범위 내에서 두루 섭렵하며 N개의 활동끼리 서로 시너지를 내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리스트인 한 디자이너의 예시를 들어보자. 디자인이라는 업계, 더 구체적으로는 IT 쪽 디자인이라는 아주 좁은 업계에서 본업인 UXUI 디자인 일 말고 디자인과 예술에 관한 글을 쓰고 그래픽 디자인 외주를 하며, 커뮤니티의 브랜딩 디자인도 해본다. 또, 해외 디자인 아티클을 읽는 '영어단어 스터디'도 해보고, 통상적인 디자인과는 결이 다른 코딩이나 서비스 런칭을 경험한다.

 

작지만 신규 서비스 런칭을 경험하며, 서비스 유지보수를 구축했던 그는 본업인 UXUI 디자인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 방향성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또, 재미로 시작했던 영어단어 스터디가 누적되며 해외 UXUI 디자이너로 이직하게 되었다. 결국, 조금씩 연결된 N잡에서 쌓은 레퍼런스들이 본업을 더욱 좋아하고 발전하게 만들기도 한다.


혹은 아예 동종 업계 이외의 것을 시도하는 다능인으로써 폭넓은 확장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모인 레퍼런스를 본업에 다시 환원해 더 좋아지게 만들 것인지, 새로운 부업으로 본업을 바꿀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다.


 

다능인_유튜브.JPG

 


Q. 최근 N잡 중 하나인 인터뷰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A. (정혜윤) 제가 배울 게 있는 것 같은 사람들한테 먼저 많이 다가가기도 하면서 삶의 레퍼런스가 다양해진 거 같아요.


-마케터 정혜윤&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 인터뷰 중

 

 

요즘 것들의 사생활, 정혜윤 인터뷰

 

 

물론 N잡도, 아예 다른 분야의 일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플랫폼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내 활동(doing)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채널 역시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렇기에 N잡을 통해, 좋아해서 시작했던 본업에 더욱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3. 주기를 이해한다.



이 '주기'라는 것은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의 공통점이기도 한데, 바로 주기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결 같은 파동 그래프를 떠올려보면 쉽다. 혹은 '발산'과 '수렴'을 떠올려도 좋다. 이것을 조금 다르게 input과 output으로 설명하려 한다. 좋아서 시작한 일에서 퍼포먼스를 내는 발산의 시기가 있다면 반드시 나의 범위를 다른 레퍼런스들로 채우는 수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혹은 발산과 수렴을 동시에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다.

 

 

수렴과 발산.jpg

9와 숫자들의 새 앨범 〈수렴과 발산〉 앨범 아트웍

 

 

어찌 됐건, 발산만 할수도, 수렴만 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지난 연애 경험을 통해 곡을 쓰는 작곡가는 '지난 연애 경험'과 그간 배워왔던 작곡 스킬로, 신곡을 썼다. 그 곡을 대중들에게 노출하며 발산의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곡을 쓰다가, 좋은 기회로 유명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곡을 쓸 기회를 얻는다. 본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곡을 쓰고, 영감을 해석하는 아티스트의 방식을 배운다. 이 수렴의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 작곡가는 다음 곡을 쓸 때 꼭 그 방식으로 레이어링해서 곡을 만든다.

 

이전과 달리, 더욱 확장된 스펙트럼을 자신도 느끼는 것을 보며 확실히 수렴의 단계는, 혹은 새로운 지식의 주입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느끼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었다.


영감이 강조되는 업에만 속하는 원리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주변에 있는 전문직 스페셜리스트인 한의사 한 분만 봐도 그렇다. 매일의 진료로 본인의 강점인 침술을 발산하는 한의사가 있다. 하지만, 주말이면 매주 한의사 학회나, 동종업계 다른 한의사와의 미팅을 통해 정보를 교류한다. 매번 트렌드와 기술을 업데이트하며, 본인의 능력을 본인의 것 이외로부터 채워간다.

 

 


계속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결국 위의 세 가지 방식을 언급한 이유는 단 하나, 좋아서 선택한 일이 권태가 되지 않도록, 그래서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좋아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발견한 세 가지 방식은 꽤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게 발견한 낯선 자극들이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이 일을 왜 선택했는지 잊지 않게 해준다. 그러니 아직 좋아하는 일을 해볼지 말지 고민이라면 이제는 정말 해봐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다.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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