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과 우울, 그 굴레 [사람]

글 입력 2021.01.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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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우울감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다. 예술가는 우울을 안고 간다.

 

필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들에 적응하느라 주위 사람들의 우울을 보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직접적으로 주변인들의 감정 추이를 보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가끔 친구들을 만나는 순간들, 그리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순간들에서 우울감은 포착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는 우울에 잠식될 뻔한 사람들, 그리고 잠식되는 사람들이 많구나. 코로나19 때문에 악화된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예술을 하기 때문에 우울한 것이 컸다.

 

예술을 하기에 주위에 자연스럽게 관련 지인들이 많이 생겼다. 그렇게 비록 세부 장르들은 다 다르지만, 나도 예술가였고 내 주변인들도 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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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오는 예술과 우울에 대한 말들이 있다. 우울증이 창조성을 발휘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정신 분석가들의 결론, 고흐, 피카소, 헤밍웨이 등 각 예술 분야의 거장들이 앓았던 우울 등 말이다.

 

 

김혜남 신경정신과 의원의 김 원장은 “일반인의 뇌는 수많은 자극 가운데 필요한 것만 선택해 받아들이지만 정신질환 환자의 뇌는 자극을 걸러내지 못해 모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라며 “예술가 역시 색채나 형태의 변화 등 일반인이 알아채지 못하는 미미한 자극에도 예민하다”라고 설명했다.

 

- <거장을 낳은 ‘우울한 뇌’…‘예술가와 우울증>, 동아사이언스, 임소형

 


위와 같이 예술을 하는 데 있어서, 그것이 체육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간에 그 과정에서 우울감을 수반한다. 미술을 예로 들면 더욱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필연적으로 배치, 색, 형태 등 하나하나의 요소에 집착하게 되고 그것이 곧 병리적인 현상으로 귀결된다.

 

나는 이것을 작년에 절감하였다. 날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더 좋은 디자인 결과물들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고, 끝이 없는 무한 경쟁과 완성도 높이기 싸움에서 서서히 병들고 있었다.

 

 

 

우울감 없이는 예술을 할 수 없는가


 

예술은 재미있다. 아예 미술과는 연이 없는 사람들도 나의 작품을 보면 흥미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내 주위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쉬이 자신의 전공을 버리지 못하는 시각디자인 전공자들이 많은 것 아닐까.

 

열심히 하는 모두들 사이에서 조금 더 완성도 높은, 조금 더 감각적인 결과물들을 만들기 위해 각 학생들은 노력을 하고, 결과물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겨눈다. 날 포함한 그들의 단골 멘트는 ‘정(신) 병 걸릴 것 같다’이다. 또한 간혹가다 보면 우울한 것이, 또는 제정신이 아닌 것이 예술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일부러 그 상태를 연출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 굴레 속에 빠져 보았고 멀리 떨어져서도 본 결과, 그것이 예술을 하는 데 효과적이어도 우울은 분명히 피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면 과연 우울감 없이 건강하게 예술을 할 수는 없을까. 경험을 토대로, ‘예술가는 우울하다’라는 공식보다는 ‘예술가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라는 표현이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예술로 돈을 벌고 경쟁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더 조급하게 결과물을 찍어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모두 다 서두르고 있고, 감각을 좀 더 키우기 위해 우울과 맞닿아 있는 예민함을 택한다. 이런 환경적인 면과 예술 특유의 마음가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찌 보면 우울 없이는 예술가가 예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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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니카>, 피카소, 1937


 

나는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다. 내 주위 사람들도 건강한 정신으로 예술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많이 품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뻔한 답만을 내놓을 수 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 길을 택하는데 이유가 있고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 답이다.

 

꽤나 직접적으로 예술과 우울을 겪은 사람이지만 이러한 답 밖에 못 내놓는 것이 안타깝다. 때문에 기계처럼 경쟁하지 않는, 좀 더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예술가의 환경이 빨리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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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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