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에게 또 다시 위로를 받습니다. - 지구에서 스테이

글 입력 2021.01.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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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의 예감은 빗나갔다.

잿빛 잔해만 남은 도시가 아니라

거짓말처럼 푸른 창공과 새하얀 구름이 날마다 아침을 연다.

 

거짓말처럼 - 김소연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창문을 열면 마주하는 푸른 하늘과 기분 좋은 햇살은 지난 한 해의 기억을 잠시 잊게 만들어 준다. 어렸을 땐 2012년이면 전 세계에 지진해일이 휩쓸고 2020년이면 외계인의 실체가 어느 정도는 밝혀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더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2020년을 휩쓸고 지나갔다.

 

sns에서 2020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월별로 정리해놓은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코로나라는 악몽은 지난 1월부터 우리에게 다가와 머물고 있지만, 그 외에도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여러 사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웃음을 주거나,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몇몇 존재들이 이 세상을 떠났고, 불쾌하고 혼란스러운 일들도 종종 일어났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365일로 이루어진 1년이었것만,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저리게 만든 시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네도 매일 같이 밝게 뜨는 해가 속도 없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이 너의 아래에서 오늘을 살아가지만, 하루 중 단 5분도 너를 바라보면서 감상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코로라 블루라는 먹구름이 우리들의 감정을 뒤덮었다. 그런데도 아직 지구엔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지난 햇살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지구에서 스테이' 전 세계 18개국, 56명의 시인이 각자의 언어로 편지를 썼다. 이들의 이야기가 치료제가 되진 못하겠지만,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따스한 온기로 다가와 추운 겨울날을 이겨낼 봄을 향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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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감정을 다른 표현으로


 

모든 책을 볼 때 목차를 읽는 단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나 이 책은 여러 국적을 가진 시인들의 작품을 어떤 기준에 맞춰 정렬해야 했다. 몇몇 나라를 포괄하려 구분한 그들의 소제목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1. 한국: 우리도 구하고 싶습니다.

2. 유럽, 영미: 이 도시가 죽은 사람을 바다로 버리기 시작한 것은 사월이었다.

3. 일본: 나는 바이러스 / 맑은 후에 흐림 / 가끔 멸망

4. 중국, 홍콩, 타이완: 적어도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고

 

각각의 카테고리에 묶인 그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결을 갖고 있었다. 문화와 현재 상황의 공통점으로 묶인 연결고리가 시 속에서 느껴졌다. 그런데도 모든 이야기의 담겨있는 감정은 국가와 언어가 달라도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56명의 시인의 시들 중, 나의 마음에 들었던 몇 편의 시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헤이, 나의 적은 공산주의나 제국주의인줄 알았는데......

외계인이나 악몽인 줄 알았는데......

당신이었군요.

 

이장욱 - 적의 위치 中

 

 

삶 속에 존재하는 멀고도 가까운 적들이 얼마나 많은가, 일상의 순간에서도,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들으면서도 어렴풋이 적의 형태를 느끼며 삶을 살아간다. 인생을 예측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시기와 상황에 맞는 적당한 상태의 적은 감각으로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는 너무 강력하고 끈질긴 적이다. 악몽을 꾸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이젠 우리의 무의식에도 코로나가 전염되어가는 것 같다. 코로나 블루, 바이러스가 인간의 무의식에 미치는 증거이자 결과물이다.

 

 

이겨내려는 지구는 눈물의 방호복을 입고 정지된 시간 속을 어둠과 싸우고 있다. 

 

김상윤 - 모든 것들은 그날을 꿈꾸기에 우는 것이다. 中

 

 

종교를 믿진 않지만 매일 같이 감사하고 미안함을 느끼는 존재가 있다. 비포 코로나에는 '지구'에게 그리고 요즘은 '의료진을 비롯한 방역을 위해 힘을 써주시는 존재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다.

 

사랑하는 지구는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로 아주 오랜만의 휴가와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겠지만,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종족에겐 그 안에서도 유독 고생하는 사람들이 나누어져 있는 것만 같다. 주변에 직접적으로 해당 분야에 몸을 담고 있으신 분이 없어 감사의 말을 전한 적은 없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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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세계에서 한 사람만 저녁에 초대한다면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모든 사람이 이동이 금지되어있지만, 한 명만 초대한다면

 

2. COVID-19가 유행하는 와중에도 유명해지고 싶습니까? 어떤 식으로?

 

3. 전화나 ZOOM을 하기 전에 말할 내용을 미리 연습합니까?

 

4. 무엇이 있다면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하루가 '완벽할' 수 있을까요?

 

5. 마지막으로 혼자 노래를 부른 것은 언제였나요? 10분 전?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위해 노래 부른 것은? 그 사람이 그 노래나 가창법을 좋아했습니까?

 

6. 혹 아흔 살까지 살 수 있고 마지막의 육십 년을 서른 살 때의 마음 또는 몸으로 살 수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마음? 아니면 몸?

... ... 

 

타미 라이밍 - 열 가지 질문 中

 

 

책을 읽다가 무의식적으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1번부터 10번까지 이어지는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동안 시라는 장르를 편협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다니, 보이지 않았던 얇은 유리막 같은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굳이 순서대로 적은 것은 아니지만, 질문 중 대답을 공유해보고 싶은 것을 정리해봤다.

 

1. 오늘 밤은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친구를 보고 싶다. 벌써 1년째다. 코로나라는 재난 때문에 만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내가 지난가을에 전역을 하고서도 그 친구는 큰 시험을 준비 중이라 만날 여건이 되지 못했다. 오늘 밤은 유독 그 친구가 생각나는 날이다. 작년 이맘쯤 가장 익숙한 곳에서 만났었다.

 

2. 이 질문을 듣고 생각나는 건 최근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로 많은 1인 크리에이터들이 그의 집 앞으로 모여 문전성시를 이뤘던 것이 생각난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이니깐.

 

하지만 삶의 필수적인 조건이 되진 않는다. 적어도 타인의 권리와 사회가 만들어낸 안전망을 헤쳐가면서까지 이룰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문장에서 언급한 타인의 권리는 문전성시로 소음공해와 코로나 19의 위험으로부터 노출된 이웃 주민들의 권리를 의미했다.

 

그런데도 유명해지고 싶은 방식은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전공을 공부하고 있는 만큼, 내 콘텐츠로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을 공유하고 싶다. 사회와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선 우선 주변 사람들과의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동기부여를 만들어줘야 했다. 유명해지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그런데도 어떤 방법을 행해야 한다면,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방법을 택하겠다.

 

3. 최근엔 zoom을 이용한 회의를 자주 하는 편이다. 물론 말하는 연습을 하는 편이다. 비언어적인 표현이 생각보다 많이 제한되는 만큼, 언어적 표현으로 나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온라인 회의는 생각보다 개인의 재치(?)를 발휘하기 상당히 힘든 조건인 것 같다.

 

4. 여유, 물질적인 것보다 마음의 여유가 우선인 것 같다. '완벽한'이란 형용사는 잠들기 전 내일에 대한 걱정이 없고 지난 하루에 대한 후회가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무르든, 평소와 같은 일상을 사는 것과는 별개로 여유라는 상태를 획득해야 '완벽한' 하루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군대에서 노래방..

 

6. 몸이다. 마음은 글쎄, 세월의 흔적이 멋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만 해도 이상적인 삶이라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이젠 시를 비롯한 문학 작품들에게 위로를 받는 일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인생을 바꿀 만큼 큰 동기부여를 얻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지만, 오늘의 행복과 웃음을 얻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모두가 두려워하고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사회지만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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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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