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라진 것들은 수많은 가정을 낳는다 -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사라짐은 재발견에 대한 바람의 다른 표현일 뿐
글 입력 2021.01.0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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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무엇이 남아있고 무엇이 사라졌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오묘한 기분이 든다.

 

남아있는 것들은 우선 너무나 당연하다. 언제까지고 우리 곁에 혹은 어딘가에 존재하며 얼마든지 닿을 수 있는 것이기에 같은 시공간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사라진 것들은 수많은 가정을 낳는다. 지금도 존재한다면, 도난당하거나 불타 없어지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들은 이미 사라졌거나 행방을 확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 후회를 낳는다.

 

저자는 '사라짐은 재발견에 대한 바람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한 챕터의 제목을 짓기도 했는데 바로 이런 감정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 소개

 
"잃어버렸다고 해서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세상에는 수많은 미술관과 엄청난 양의 미술품이 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미술품이 각기 다른 이유로 사라지거나 숨겨졌다. 지진으로 파괴된 거대 청동상, 종교개혁의 시대에 파괴된 성상, 나치가 강탈한 미술품, 테러리스트들이 파괴한 고대의 유적,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도난당하고 은닉되고 파괴되는 작품들. 만약 잃어버린 미술품들을 되살릴 수 있다면 현존하는 박물관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박물관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사라지거나 때로 다시 발견된 미술품이 겪은 사연과 불운을 살펴본다. 비잔틴 제국의 하기야 소피아를 꾸몄던 눈부신 모자이크는 400년 동안 덮여 있다가 1934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야, 피카소, 말레비치의 사라진 작품은 엑스선을 비롯한 최신 기술을 통해 다른 작품 밑에서 발견되었다. 미술관에서 도난당한 윌렘 드 쿠닝의 회화는 30년이 넘게 침실 벽에 걸려 있다가 2017년에 다시 발견되었다.
 
이처럼 다시 발견된 미술품의 사례들은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영영 사라진 건 아니라는 희망을 준다.
 
 
 
유실된 문화재들

 

황룡사의 9층 목탑, 삼국사기를 제외한 삼국시대의 기록 등 이 책에 미처 실리지 않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유실된 문화재들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양인 저자라서 대다수의 도판과 사례들이 서양사를 기반에 두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유실 문화재를 생각해보면 '만약'이라는 가정이 얼마나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지 좀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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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9층 목탑 등 주요 건물 복원 조감도

 

 

황룡사 9층 목탑은 우리나라 최초의 목탑으로, 우리 나라 최초의 목탑양식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황룡사지와 더불어 사찰 및 목탑의 규모를 보여 준다. 그러나 몽골의 침략으로 불타 소실 되었다.
 
삼국시대의 기록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내용이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삼국시대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공식적인 기록은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유일하여 다른 사료를 참고하려면 중국이나 일본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아야한다는 것이 이 시기 역사 연구에 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물론 가치가 대단하고 연구에 필요하며 우리의 역사 및 미술에 대한 이해를 풍부히 해줄 수많은 문화재와 미술품들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쉬움은 어찌할 수 없지만, 우리 곁에 있었더라면 하는 상상은 계속해서 이들의 부재를 기억하고 행방을 찾게 한다.
 
 
 
소실과 복원

 

미술품이 사라지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흔히 생각하는 도난, 전쟁, 자연재해로 인한 유실 이외에 의도적으로 화가 자신이나 후원자 혹은 범죄자에 의해 파괴되는 경우도 많다.

 


루브르의 <모나리자>는 도난당해서 두 해 동안 사라졌고, 돌아온 뒤에는 돌을 맞기도 했다. 바티칸에서는 정신병 환자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 망치를 휘둘렀고, 예르미타시 미술관에서는 렘브란트의 <다나에>에 산을 뿌렸고,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는 레핀의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이 금속 봉에 찢겼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훼손된 미술품들은 수리할 수 있고, 도난된 것들은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아예 사라져버린 것들은 돌이킬 수 없지만 발전된 기술로 복원하는 시도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미술품이 처음 완성된 그 순간은 결코 영원할 수 없기에 우리가 보고 있는 작품들은 완성의 첫 순간의 모습을 담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월에 부식되거나 여러 사건을 거쳐 모습이 변형된 이후가 많기 때문이다.
 
작품에 담긴 원작자의 미적 감각이나 수 세기의 더께를 두른 역사성과 그 보존 및 예술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사건을 거쳐 훼손되거나 유실된 작품들은 영영 그 상태로만 존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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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개선문. 2015년에 IS가 성상숭배라는 이유로 파괴하였다.

  

 
그건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이미지나 영상으로 작품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져 복원 기술과 질도 이전보다 더 발전했다. 죽은 거장의 작품을 분석하여 새로운 그림을 그려낼 수도 있고 기록과 사본, 드로잉 등을 바탕으로 평면 뿐아니라 입체로까지 작품을 구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라진 것들이 다시 존재하게 되는 것인가?
 
이 또한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현과 재현일 뿐, 우리로 하여금 이 replica(; 복제품)는 미술과 역사에 대한 이해를 풍부히 해주겠으나 원본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여기에는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영혼은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감동과 떨림을 불러일으키고 작가의 예술에 공감하게 하지만 replica는 복원 혹은 복제된 것으로 'origin'을 담고 있지는 않다. 복원 기술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며 다양한 흥미로운 시도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겠지만, 무엇이 origin이며 미적 가치가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곧 미술계의 빈번한 토론 주제가 될 수도 있겠다.
 
사라진 작품은 앞서 말했듯 그리움과 아쉬움, 미스터리함으로 종종 사려졌다는 사실 그 이상의 매력을 가지며 수많은 가정을 낳는다. 불타지 않았다면, 약탈해가지 않았다면, 도난당하지 않았다면 - 우리가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었을 텐데. 무용하지만 이 ‘what if?’로 인해 우리는 지금 존재하는 것의 중요함을 반대로 다시 깨닫기도 하고, 재발견을 소망하며 작품이 사라질 것에 대비하기도 한다.
 
이 책의 수많은 사례를 읽다 보면 어느 사라짐은 슬프지만 빈번하고 역사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행위예술이나 설치작품, 성상 파괴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떤 사라짐은 '상실'하지 않기 위해 경계하고 존재하도록 지켜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앞선 '로스트 아트'들이 지금껏 존재해온 미술품에 주는 교훈이란 생각이 든다.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 The Museum of Lost Art -


지은이
노아 차니
 
옮긴이 : 이연식

출판사 : 재승출판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52*224

쪽 수 : 352쪽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정가 : 22,000원

ISBN
979-11-88352-39-5 (03600)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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