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없어진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뿐이다 -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언젠가 발견될 잃어버린 작품들

글 입력 2021.01.0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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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은 허무하다. 평생 존재할 것처럼 보이지만 갑자기 한순간 사라진다.

 

남대문이 불타는 모습을 생중계로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배웠다. 전쟁에도 살아남았던 남대문인데 누군가의 작은 불씨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 허무했다. 노트르담의 화재 소식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몇백 년의 유산도 한순간에 사라지는구나. 불멸의 존재는 없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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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차분하고 잘 정리되고 연출된 공간이다. 그런 미술관에서 미술품을 바라보는 행위는 삶에 여유와 위로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작품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는다.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는 다양한 사건들로 사라진 작품들에 대해 열거한다. 두 해동안 루브르에서 도난당했던 <모나리자>, 전쟁의 폭격과 방화 속에서 사라진 클림트의 회화들. 작가는 사라지고 없어진 작품들이 다시 돌아오게 되는 과정, 어떻게 보존되고 있었는지, 사실 자체만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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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작가의 사관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서 초반에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 이 책에서 기대했던 것은 역사와 미술사가 함께 나오면서 작가의 사관은 어떤지, 소설 같은 진행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담담한 작가의 문체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때만의 사실만을 전달하면서 독자가 새로운 소설을 쓸 수 있게끔 여지를 남겼다.

 


알카사르 화재 때 궁정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창밖으로 미술품들을 던졌다. 그들이 구한 미술품과 구하지 못한 미술품의 목록이 알려져 있다. 그들 자신의 이름은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역사가들은 화이트홀의 화재와 여기서 소실된 유명한 작품들을 기록했지만, 화재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의 이름은 대부분 잊혔다.

 

-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101쪽

 

 

작품들은 파괴되었지만, 작품이 불탈 때도 자신의 목숨을 잃더라도 작품은 살리려고 했던 사람들, 파괴된 후의 작품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

 

왜 그들은 그렇게까지 해서 그 예술 작품들을 지키고 싶어 했던 것일까? 그저 누군가 만들어놓은 물품일 뿐일 수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노력해서 다시 복원하고 지키려 했던 것일까? 목숨보다 앞서는 미술품이 적반하장처럼 느껴졌다. 그렇게까지 해서 무엇을 지키고 싶었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술품 그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언가의 정체성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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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후 파괴되었지만

다시 복원되었다

 

 

2001년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면서 건물 속에서 수많은 미술품들이 부서지고 불탔다. 그중 알렉산더 칼더의 <구부러진 프로펠러>도 파괴되었지만, 후에 전문가들의 노력을 통해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미술품을 복원하면서 그날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복원하려는 것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미술품 복원은 결국 나라의 정체성, 그날의 상황을 극복하자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 같다. 모두가 사랑한 미술품에는 그 지역만의 정체성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미술품을 찾고 복원하는 이유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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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보관함에 있던

도난 미술품을 꺼내는 모습

 

 

세계 2차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유럽의 유대인 가문이 소유했던 예술품들이 도피 자금을 위해 팔리거나 나치에게 몰수당했다.

 

미술 애호가였던 히틀러는 미술품이 연합군의 손에 넘겨지지 않도록 소금 광산에 다수의 작품들을 넣었다. 내부에서 보존되길 바라면서 광산의 입구를 폭파하고 봉쇄했다. 후에 광부들에게 발견되어 미술품들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몇몇 작품들은 일부러 불타졌다. 임멘도르프 성에는 수많은 미술품들이 있었으며 불타기 전날 밤에 친위대 장교들은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불타기 전 친위대가 미술품을 빼내고 폭탄을 설치했을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작가는 오히려 행방이 묘연한 것이 미술품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언급한다. 언젠가는 찾을 수 있으며 아직 확실하게 없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라짐은 재발견에 대한 바람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언급한다.

 

미술품은 희귀성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희귀하고 갖고 싶어지는 것이면서 환상을 부여한다. 그래서 미술품이 마치 불멸의 존재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래서 미술품이 사라졌다는 표현을 통해 그 불멸의 존재가 어디에선가는 살아 숨 쉬고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투영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디선가 있을 미술품을 찾아다니며 환상을 좇고 정체성을 다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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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다시 찾은 모나리자 작품.

두 해동안 루브르 박물관에서 떠나있었다.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들이 불타없어지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지만, 친구는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남은 그의 작품들을 공개했다. 더 나아가, 기술이 발달하면서 작가들이 덧칠해서 그림들이 발견된다.

 

사람들은 미술품의 희귀성을 좇고 사라진 것들을 찾아나간다. 사라진 미술품은 오히려 호기심만 자극한다. 지금도 수많은 미술품들이 없어지고 작가들이 숨겨놓은 작품들이 존재한다. 언젠가 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사라진 것을 찾으러 나간다.

 

 

*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 The Museum of Lost Art -


지은이
노아 차니
 
옮긴이 : 이연식

출판사 : 재승출판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52*224

쪽 수 : 352쪽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정가 : 22,000원

ISBN
979-11-88352-39-5 (03600)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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