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머물러야(Stay)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지구에서 스테이(Stay)!

글 입력 2020.12.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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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바닷가에 시체 한구가 떠밀려 내려올 때 파리 떼가 그 위로 몰려든다. 
시인의 자리가 바로 그곳이다.“
 

  

그만큼 세상에 떠밀려온 ‘시체’를 가장 먼저, 그리고 깊게 바라보는 것이 바로 시인이다.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우리의 사회, 문화, 경제, 그리고 모든 일상을 바꾸어 놓은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지구에서 스테이>는 코로나 시대를 바라보는 전 세계 56명의 시인들의 시를 엮어 만든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이다. 그렇다면 이 코로나 사태에, 왜 ‘시의 언어’가, 그것도 전 세계 시인의 시가 필요하다고 느낀 걸까?


일본의 시인 요쓰모토 야스히로는, “시는 슬픔의 바다에 기쁨의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시는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실용적인 마스크가 되어줄 수 없고 그 효과는 무척이나 미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슬픔의 바다에 가장 먼저 떨어뜨리는 기쁨 한 방울이 되어준다. 비록 물 한 방울의 영향력이지만 의외로 폭이 깊고 진한 한 방울이며, 그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희망이라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시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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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는 전염병은 단지 몇 개의 나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국경은 달라도 이 지구에서 무사히 ‘stay’ 하고자 하는 공통의 마음으로 묶여있다.

 

전 지구적 차원의 아픔을 다루는 만큼 누구보다도 먼저, 예민하고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인들의 시적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껴진다. 모든 일상이 멈춰버린(stay) 요즘, 시의 언어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지나야 할 새로운 제시점의 기대를 안고 시집을 펼쳐 들었다.

 

 

 

1. 멈추었을 때(stay) 보이는 것들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 사인지/ 그물에 갇혀보니 알겠어요./ 이 그물망 펼쳐놓은 마왕거미는/ 무척이나 외로웠던가 봐요 이리저리 흩어진 이웃을/ 하나로 묶어주니까요/ 지금,/ 온 도시가 기침 그물에 걸려들었어요.”

 

- 장옥관, <마왕거미가 펼쳐놓은> 중에서

 

 

외로웠던 마왕거미는 사람들이 꼼짝 못 하게 그물을 친다. 우리는 그제서야 서로의 물리적 거리가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알게 된다. 멈추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그물에 걸려든 이후 불필요한 인간관계와 모임들이 정리되었고, 대신 가족과의 시간은 늘어났다. 가족에 대한 해묵은 감정들도 이 기침 그물 속에서 솔직하게 마주하며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이전보다 더 느끼는 기회들도 많았음을 고백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사이가 더욱 좋아졌다는 가정들을 꽤나 많이 보았다.


 

“우리는 다짜고짜 멈춰 섰다. 스테이 홈!을, 개에게 명령하는 것처럼 서로에게 외치면서, 나는 바로 이 ‘스테이’ 체험이 인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기야 어쨌든 우리들은 모두 ‘멈춰 서’야 했다.”

 

- 이토 세이코 <지구에서 스테이하는 우리들은> 중에서

 

 

또한 코로나19의 멈춤은 여러 부분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 초 3월, 대구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의 신속한 방역은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전 세계가 K-방역에 놀라워했고, 우리 국민들 또한 한국 한국의 의료기술과 방역 시스템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올 한해 우리나라가 세계에 보여준 여러 성과들에 더더욱 자랑스러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은연중 가지고 있던 유럽과 영미 선진국들에 대한 열등감이 서서히 깨지게 된 계기가 되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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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으로 여겨왔던 나라들이 보여준 부실한 방역 대처와 그와 상반된 한국의 우수한 의료 및 IT 기술은 선진국을 향한 묘한 열등의식과 고정관념이 깨지고 자국을 자랑스러워하기에 충분했다. 그 외에 우리는 올 한해 코로나 집단 감염의 경로를 따라가며 몰랐던 부조리와 부패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적, 세계적으로도 몰랐던 우리의 ‘민낯’을 확인했던 2020년이었다.

 

 

 

2. 치유와 희망의 노래


 

 

“늘 울고 있다 달에서 보면 푸르게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모든 것들이 그날을 꿈꾸기에, 바위와 짐승, 꽃과 사람이 함께 울고 있다. 울어서 치유된 생명으로, 생명이기 위하여, 삶과 죽음 뒤엉켜 있는 지금을, 이겨내려 지구는 눈물의 방호복 입고 정지된 시간 속을 어둠과 싸우고 있다.”

 

- 김상윤, <모든 것들은 그날을 꿈꾸기에 우는 것이다> 중에서

 

 

코로나 시대에는 정신적 고통과 우울함을 호소할 일들이 많아졌다. 마스크 위의 눈매는 매서워졌고, 도시에는 숭숭 구멍이 뚫려 사람들은 공포를 안고 거리를 지나다닌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졌고, 시의 언어는 더더욱 위로로 다가온다.

 

그리워하고 꿈꾸는 그날을 위하여 우리는 울어야 한다. 멀리서 보낸 친구의 택배 상자와 섬세한 시의 단어를 보며 마음껏 울어보자. 모든 것이 치유되는 그 꿈의 날을 위하여. 이럴 때 시 한 줄이 주는 위로의 힘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꿈꾸고, 치유를 경험할 때 우리는 이 지구에서 안전히 ‘스테이’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급한 언덕길을 간신히 넘은 그 날에는, 친구여,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새로운 세계로 함께 나아가자. 아니, 벌써 그 내일이 지금 ‘멈춰 서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 이토 세이코 <지구에서 스테이하는 우리들은> 중에서

 

 

*

 

코로나로 얼룩진 2020년이 어느새 끝나가는 시점에 와있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와 이렇게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줄을 누가 예상했겠는가?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일들, 모든 모임과 행사가 취소되고 마스크 사재기에 불안에 떨며 큐알 체크인 앞에서 쩔쩔맸던 날들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마스크는 이제 신발을 신고 나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부분이 되었고 필자는 가게를 들어가기 전부터 큐알 코드를 준비해 놓는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의 끝자락에서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이 상황을 바라보았을 시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마무리 결산이자, 내년 2021년을 읽을 이정표가 되어주길 바라며 시를 읽는다.

 

뉴스에서는 영국발 변이 코로나의 위협을 경고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새로운 공포가 도래하는 이 시점에서 시인들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시체를 향해 날아들 것이다. 나는 시를 통해 잊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고, 치유를 얻으며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한다.

 

부디 모두가 안전히 “Stay”하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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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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