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픔이 받아들여지는 세상 -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도서]

글 입력 2020.12.2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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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은 저자가 책을 통틀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자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 소망이다. 마음이 아플 때 털어놓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혹은 지역 사회의 차원에서 다방면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난 후에 제목이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정신질환자들의 삶을 정말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단순히 개인들이 살아가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회에서 어떤 상황과 처지에 놓여 있으며 사회의 일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동안 나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책을 읽으며, 부끄럽게도 그들의 삶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그 구성이 굉장히 짜임새 있다고 생각했다. 입원 제도에 대한 문제점으로 시작해서, 과거에서부터 발병되어 온 정신질환과 이에 대한 정신병원, 치료법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환자들에게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어떠한 태도로 이들을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역 사회 공동체의 역할 등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보고 들은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서도 그들의 삶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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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러 정신질환 중 조현병에 대해 특히 자세히 다룬다. 조현병은 2011년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명칭이 개정되었다. '조절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조현병은 정신분열병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반감과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그 병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편견은 사라진 것 같지 않다.

 

또한 최근에 조현병 환자들로 인한 몇몇 범죄가 부각됨에 따라 조현병 환자는 단순한 반감을 넘어서 '잠재적 범죄자'라는 공포의 이미지마저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일반인보다 범죄율이 낮고 치료를 잘 받으면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한다.

 

따라서 조현병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아는 것 또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현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양상이 사람마다 정말 다양하다. 망상과 환각이 핵심적인 증상이고 이 외에도 언어 및 행동의 와해, 음성 증상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병으로 인해 누구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환자 본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몸이 아플 때처럼 자신의 경험과 증상,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주변에 털어놓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환자의 주변인들은 환자들이 본인을 믿고 털어놓을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들은 병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이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과격하다기보다 조심스럽고 위축되어 있다. 책 속에선 이들이 정신질환의 증상을 겪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 경험에 대해 직접 말한다.

 

환자들의 입원 역시 결코 손쉬운 해결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입원은 정말로 필요한 환자에 한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입원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가 행해져야 하며 퇴원 후에도 환자들이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차원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사회의 안전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속해있는 NGO 단체에서 캄보디아로 파견을 가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없는 만큼 낙인이나 편견이 적어, 대체로 증상을 느낀 후 자신을 찾아오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미친 사람이라고 여겨질까 봐 두려워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만큼 자신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을 때 받아들여졌던 경험이 많았던 것이다. 한국 역시 하루빨리 아픔을 말할 수 있는 사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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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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