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쿠사마 야요이, 그녀의 무한한 세계로

글 입력 2020.12.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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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현대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이라면 쿠사마 야요이라는 작가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점들이 무한하게 반복되는 패턴으로 특히 유명한 이 작가는 일본의 여류 화가로서 1950년대부터 활동해왔다. ‘여류’ 화가라는 표현을 선호하지 않지만, 그녀의 최근 활동에 비해 과거의 작품들은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이유와 순탄치 않았던 삶이 그녀가 아시안 여성이라는 데서 비롯한 것임을 알게 되면 한번은 아프게 짚고 가야할 사실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필자가 갖고 있던 배경지식은 유명한 작품 '호박'과 '거울의 방' 등이 전부였다. 어린 시절의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 영감을 받았다는 그녀의 점 패턴이 작가에 대한 이미지를 대신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어지러운 패턴 사이로 그의 표현 욕구나 의도는 어느 정도 가려져 교양 시간에 배웠던 현대 작가 중 한 명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쿠사마 야요이의 생애나 작품에 담긴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영화를 보고 절감하며 그간의 오해와 편견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영화 소개



 

”이 영화는 성차별, 인종 차별, 정신 질환을 극복하고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좇아온 한 개척자의 이야기다."

 

- 감독 헤더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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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여성 아티스트 역대 경매가 1위 / 국내 미술 경매가 해외 아티스트 중 1위 / 미술 전시 중 세계 최다 관람객 동원

 

‘호박’, ‘무한 거울의 방’ 등,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현대 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

 

성차별과 인종의 편견을 무너뜨린 독보적인 스타일! 압도적 존재감의 명작들을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만난다!

 

 

쿠사마 야요이의 명작들과 작품 세계를 최초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가 개봉한다.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는 독보적인 작품들로 차별과 편견을 깨고 여성 작가 최초, 최고의 자리에 오른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마법 같은 작품 세계를 그린 영화.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 미술품을 비롯해 초기작들과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들도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그의 전시를 기다려온 미술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며, 미술관이 아닌 큰 스크린으로 향유하는 명작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예술적 쾌감까지 선사할 것이다.


여기에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이야기와 강박과 트라우마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비하인드 스토리를 쿠사마 야요이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어 감동은 배가될 예정이다.

 

또한, 화려한 명성 뒤에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서양 남성 위주의 현대 미술계에서 동양인 여성 아티스트로 살아남기까지의 과정 역시 공개되어 모두에게 큰 영감과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독보적인 스타일과 압도적인 존재감, 지금도 가장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현대 미술의 거장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명작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무작정 미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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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일본 태생의 화가로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어린 시절엔 유복하였으나 화목하지 않은 가정환경으로 인해 공포감, 무력감 등을 자주 느꼈지만 그것이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그림은 그에게 유일한 해방이자 안식이었고 세상을 향한 소통의 창구였다. 아무도 그녀를 주목하지 않았지만 수 점의 작품을 그리며 전시회를 열었다. 역시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앞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1950년대에 미국행을 과감히 결정했다.


1950년대는 추상표현주의가 성행하던 시기였다. 이제 막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로 가려는 과도기였다. 작가의 내면을 중요시하는 형태나 무의식에서 생겨난 우연한 결과를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추상표현주의의 흐름은 액션페인팅과 색면 추상으로 다시 나뉘어, 미술사의 한 축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우리에게 유명한 작가로는 대표적으로 잭슨 폴록, 윌렘 드 쿠닝, 마크 로스코 등이 있다. 쿠사마는 이들과 같은 때에 출신도 인종도 성별도 다른 완전한 이방인으로서 서구 미술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이때의 작가들이 지금까지 생존해있는 경우도 드물고 이미 70년 가량 지난 이때의 역사는 가까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가지만, 당시엔 젊은 여성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쿠사마가 지금은 가장 많은 관객이 찾는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사실은 영화를 보며 새삼 놀랍게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미국에서 화가로서 첫 발을 내딛었을 때는 일본에서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과 푸대접이 그에게 일상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이방인이어도 괜찮아



쿠사마에게 미국행은 일본보다는 진보한 세계로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대단한 결심이었지먼 현실은 예상보다 더 녹록지 않았다. 이방인인 무명 작가가 어디까지 가난해질 수 있는지 경험해야 하는 일상의 연속이었고 후원을 받고 전시에 출품하기 위해 지난한 실패를 겪어야 하는 힘든 생활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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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가 갖고 있던 특출난 한 가지, 그녀의 표현을 향한 욕구와 열정은 쿠사마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매우 감탄했던 부분이지만 실제로 쿠사마는 작품 홍보를 위해 갤러리를 오가며 미술계에서 얼굴을 알리고, 후원을 받기 위해 여러 곳이 손을 뻗었을 뿐만 아니라 초청받지 않은 곳에 가서 행위예술을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얼마나 적극적이고 절박한 마음으로 그 모든 활동을 견뎌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백인 남성들 사이에서 튀는 외모는 그대로 그의 정체성 중 하나였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좋은 무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무한한 세계로의 출발



물론 쿠사마는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그녀만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노력도 계속했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점 패턴은 그녀의 어린 시절 습작에서도 나타나지만, 더욱더 큰 규모로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표현되며 '무한한 세계'를 구축해냈다.

 

어린 시절 무수히 많은 꽃밭 속에서 자아가 잠식되는 듯했던 심리적 경험,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바다의 물결히 무한히 반복되며 굽이치던 시각적 경험 등은 좋은 영감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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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경험을 하고도 이를 예술로 승화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재능이자 능력이지만, 그에게 공황장애와 강박, 집착 등의 정신질환 증세가 있었음에도 계속하여 작품활동을 이어갔던 것은 더 놀라웠다. 다행히 그녀의 능력을 알아본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가며 스스로를 알릴 기회는 많아졌다.

 

하지만 일찍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여러 기회가 백인 남성 위주의 미술계에서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소프트한 조각, 무한 거울의 방, 전시회를 포스터로 도배했던 아이디어는 이미 유명했던 클라인, 앤디 워홀 등에게 최초의 타이틀을 뺏겼다.

 

 


Originality, 인정을 받기까지



이후에도 그녀는 반전 시위, 나체 퍼포먼스 등으로 냉전 시기에 평화의 움직임을 만들어가며 작품활동을 이어나갔지만 이미 너덜해진 마음은 휴식이 필요했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 그녀는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화가였지만 그녀를 기억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회고전을 열며, 드디어 '무한한 세계'를 이해해주는 관객들을 만나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최초 타이틀을 다시 회복하고 진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들을 관객에게 하나하나 들려주며 지금도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쿠사마의 이야기는 여러 교훈을 주었다. 고진감래나 대기만성형 스토리가 아니라 진짜 작가가 추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쿠사마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먼저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의 생애를 통해 말해준다. 창작하는 직업을 가진 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바로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다.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으로 정체화하느냐에 따라 창작물의 깊이가 달라지고 오리지널리티가 분명해진다.

 

필자도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레퍼런스를 보며 모방하고 표현기법을 따라하는 것은 훈련일 수 있지만 온전히 나의 것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의도와 개념에서 도출된 창작물은 흉내낼 수 없는 철학을 가진 작품이 된다.


또 하나는 죽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대단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무한’에 대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무한히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우주 속의 나는 미물에 불과할 수 있지만 분명한 생명의 에너지를 가진 존재이다. 그 생명력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살아낸 작가가, 자신의 온 힘을 다해 그려낸 작품은 고단한 삶 속에서 진부하더라도 희망을 갖고 여정을 계속하라며 말을 걸어온다.

 

 

*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
- Kusama: Infinity -
  
 
감독 : 헤더 렌즈
 
출연
쿠사마 야요이


장르 : 다큐멘터리

개봉
2020년 12월 17일

등급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 77분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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