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 깊은 향유를 위한 입문서 - 방구석 미술관 2

글 입력 2020.12.23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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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는 충남 작가 소장전 '낯익은 해후'를 진행하고 있다. 충남에서 공통된 문화권을 공유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간 21명의 작가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볼 수 있는 진귀한 전시다.

 

책을 읽기 전 관람했던 이 전시는 느긋함과 담담함으로 귀결되는 충청도민의 기상을 느껴볼 수 있었으며, 특히 이 책에서 다뤄지는 10인의 인물 중 2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로 고암 이응노와 장욱진. 이 책을 읽기 전 감상했던 전시라 작품들의 미학적 가치와 깊이 있는 이해를 하지 못한 채 돌아왔지만, 내년 4월이 가기 전에 이 전시를 꼭 한 번 다시 관람할 예정이다.

 

이 책이 그저 작품집에 지나지 않았다면 다시 그 작품들을 만나러 갈 이유를 다시 찾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관람'을 해 봤기 때문에. 그러나 이 책을 읽고는 작품을 '감상'하러 갈 이유가 생겼다. 어떤 의미에서 그려진 작품들인지, 그 작품이 그려진 까닭에는 작가의 어떤 인생이 담겨있었는지, 이 책은 작가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중섭 화백의 작품에 유독 '소'가 많은 건 다들 알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왜 하필 '소'인지, 그에게 있어서 '소'는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또한 수원의 나혜석 거리를 숱하게 걸어 다녔음에도 대체 어떤 이유로 그 넓은 수원 번화가에 나혜석의 이름이 새겨진 거리가 생겨났는지, 백남준 작가는 왜 TV를 오브제로 사용하였는지, 어째서 세계적인 예술가로 이름을 날리게 됐는지. 작가들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사건을 풀어줌으로써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소개한다.

 

그들의 인생을 전해 듣고 작품을 바라보면 그들이 창조해낸 미적 세계를 유영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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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방구석 미술관 1'이 발간되고 호평이 자자했던 것이 기억난다. 예술 분야 최장기간 베스트 셀러 및 스테디셀러 1위라는 말을 전해 듣고는 대체 어떻길래 사람들이 극찬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미술 교양서적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친절할 줄은 몰랐다.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이 책에 녹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책을 소개하는 문구처럼 화자는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이 책에 녹아들도록 인도한다. 방구석 미술관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친절한 큐레이터가 되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덕분에 작가의 탄생부터 미술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 작가의 정점까지 한 사람의 일대기를 전해 들으며 작품 너머에 우리가 모르고 있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또한 150여 점이 넘는 작품의 이미지, QR코드로 들을 수 있는 생생한 스토리텔링,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더 알아보기] 섹션을 통해 화가들의 미술사적 의의나 작품 속 비밀코드, 영향을 주고받은 미술가 등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알찬 이야기를 듬뿍 다뤄 내용을 더 풍성하게 장식한다. 한 페이지씩 읽다 보면 이 책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얼핏 느껴지기도 한다.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
 

 

생각해 보면,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에 대해 잘 아는 게 많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로 생각한다. 당장 내 책장에도 <러빙 빈센트 展>의 프로그램 북이 꽂혀있지만, 한국 미술과 관련한 저서는 단 한 권도 꽂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서양의 클래식이 우리의 국악보다 더 익숙한 경우가 많고. 분명 우리 것이지만 왜 이렇게 낯선지. 어떻게 보면 '방구석 미술관'은 마땅히 2편으로 나와야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에게 제일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집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방구석 미술관'. 코로나 19로 멀리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미술 교양서가 아닐까. 보기만 했던 미술이 아닌, 이해할 수 있는 미술을, 공감할 수 있는 미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추천해 본다.

 

 

*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미술 입덕 교양서 -


지은이 : 조원재

출판사 : 블랙피쉬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52*210

쪽 수 : 424쪽

발행일
2020년 11월 18일

정가 : 18,500원

ISBN
978-89-6833-284-5 (03600)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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