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좀비물'에 대한 고찰: ① 좀비 소재는 어떻게 흥미를 끄는가 [영화]

좀비가 주는 색다른 공포
글 입력 2020.12.2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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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현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소재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은 수입을 거두었고, 드라마 <워킹데드>는 미국에서 역대 최고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시청률 1위를 6년 내내 기록했다. 더불어 한국에서 좀비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많은 흥행을 하였다.

 

또한 2016년 중순에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1,100만 명 넘는 관객들을 모으며 한국에서 또한 좀비라는 소재가 절대 비주류적이지 않다는 것을 드러냈다. 더해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킹덤>은 조선 시대 배경의 좀비 영화라는 참신한 소재를 통해 400억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렇다면 좀비는 어떻게 21세기 영화계에 열풍을 끌어왔고, 왜 대중들은 좀비에 열광하는 것일까? 또한 한국에서도 ‘좀비’ 소재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좀비물 '덕후'로서 좀비물에 대해 심층적인 의견을 여러번의 주제로 나누어 써내보려 한다.

 

 

 

'좀비'가 주는 색다른 공포



좀비 소재는 사람들의 흥미를 어떻게 끄는 것일까? 물론 잔인한 것을 좋아하는 스플래터, 고어 매니아들도 있지만 그런 매니아층으로 이러한 파급성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느낌이다.

 

좀비라는 존재는 이전의 공포물과는 달리 관객들에게 색다른 공포감을 준다. 모리 마사히로의 ‘불편한 골짜기’ 이론에 따르면, 인간과 유사할수록 그 존재에 대한 호감도는 증가하지만, 인간과 너무 유사하게 되면 우리는 ‘이상하다’라는 느낌인, uncanny, 즉 ‘낯선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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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익스프레스 사례:

'어설프게' 닮았기에 불쾌감이 더 커진 경우다.

 

 

인간이 아니지만, 그 모습과 행동이 지나치게 닮게 되면 급격하게 호감도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듯이 뚝 떨어지며 그에 대한 불편함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불편한 골짜기’ 이론에서는 그 골짜기와 같은 낭떠러지 구간에 대표적인 예를 ‘좀비’라고 규정짓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좀비를 보면 뱀파이어나 괴물을 볼 때와 달리 색다른 공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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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낯선 익숙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원초적 공포감이다. ‘좀비’라는 존재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기에 우리가 좀비를 볼 때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동시에 물리면 저런 존재가 될 것이란 두려움을 느낀다.

 

또한, 우리는 ‘좀비’ 뿐만이 아니라 영화 속 생존자로부터도 공포감을 느낀다. 서로 생존하기 위해 각종 악행을 저지르고 인간성을 저버리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좀비와 같이 인간으로부터 낯선 익숙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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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죽게 할 만큼의 시련은

너를 딴 사람 (stranger) 로 만든다"

라는 조커 선생의 들어맞는 명언.

 

 

그래서 우리는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존재로부터 공포감을 느끼게 되고, 좀비뿐만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도 낯섦을 느끼면서 색다른 공포감을 체감하게 된다. 인간이 좀비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주제가 좀비 영화의 특성이 되면서, 이런 색다른 공포감이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포'와 '희망' 을 드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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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방패를 들게, 나는 주먹을 들테니(?)

 

 

하지만 좀비 영화는 마냥 공포감만 주는 것은 아니다.

 

좀비는 재난 영화처럼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며, 귀신이나 괴수처럼 동떨어지거나 초인적인 존재가 아닌, ‘인간’으로부터 나온 존재이다. 그러기에 좀비는 생존자들에게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주지만, 한편으로 직접 대적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절망적인 상황 속 ‘결단력’과 ‘용기’, 그리고 ‘협동’이다.


그렇게 좀비 영화는 인간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생존자들이 서로 도와가며 주인공이 살아남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좀비’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에 대한 공포심과 인간에 대한 희망, 그 두 주제를 드나들면서 좀비 영화는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며 흥미를 불러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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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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