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를 지키는 일, 일을 통해 유지되는 일상

2020년을 마무리 하는 느낌으로,
글 입력 2020.12.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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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끝나간다. 코로나19가 1년이라는 삶 곳곳을 파먹은 것 같아 헛헛한 기분이 들지만 이런 형태의 1년 역시 마무리는 해야 하는 법.

 

연말이 되니 평소와 같은 일들도 왠지 모르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질문들과 그것을 기록하는 일들이 그렇다. 이 두 가지는 아무렇게 지나가려는 시간과 성찰의 찰나가 남다른 무게를 지니게 해준다. 연말을 집에만 콕 박혀서 마무리하게 된 요즘, 차라리 넉넉해진 시간을 기회로 삼아 올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보다 마음을 두고 준비하며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된다.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되어 계획되었던 오프라인 필진 모임이 취소되었다. 대신 함께 나눌 질문을 서로 주고 받았고, 그 질문들에 대한 나의 답을 글로 써서 이곳에 공유하게 되었다. 하나하나 여러 의미로 쉽게 넘길 수 없는 질문들이었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질문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질문도 있었다. 그리고 나만 대답하기 아까운(?) 좋은 질문들도 있었다. 7개의 질문 중 와닿는 것이 있으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질문 키워드들을 아래에 간단히 정리해두었다.


[Q]

1. ‘좋은’ 예술

2. SNS 전시 홍보

3. 불안

4. 공부

5. 삶

6. 글

7. 디저트


이제부터는 질문들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한다.

(정말 말하는 느낌으로, 조금은 편하게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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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예찬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예술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엘리트주의적인 시각인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삶의 순간순간을 의식하게 하는 예술 작품을 만난 기억이 있으신가요?


A.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예술은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를 위해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그러한 표현과 방식으로 상대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어떤 감각을 느끼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깊이 이해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예술관을 추구해 나가는 예술이라 생각해요.


‘어떠어떠한’ 예술을 말해야 할 때마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데 바로 “예술은 정의될 수 없다. 예술은 모두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에요. ‘좋은’ 예술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사람마다 다른 방향으로, 다양한 의미로 이해될 거라 생각해요.


그러기에 세세한 답변에 앞서, 제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무엇인지 짧게나마 언급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미술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다양한 예술 중에서도 미술에 대한 제 경험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보려 해요. ‘나’라는 사람도 다양한 관점과 입장을 지니기 때문에 예술 역시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보게 될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쓰며 드러나는 제 자신은 예술이 안겨주는 외적, 내적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예술, 작품은 일련의 시간 동안 함께 공존하려는 사람들에게 사유할 가치가 있는 내용을 전해주고, 성찰하고, 생각하게 하며, 때론 참여를 통해 직접 움직임으로써, 반복되는 현실의 삶 속에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인간으로서의 자신과 살아가는 세상을 마주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흔히 예술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이 말의 의미가 바로 예술이 지닌 이러한 힘에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동시대 미술이야말로 우리 삶의 순간순간을 의식하게 하는 예술이 아닐까 싶어요.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깊이 고민해보지 못한 주제에 대해서도, 그것을 이야기하는 작품 앞에서는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들을 통해 무엇인가를 생각하려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하거든요.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주제를 예술이 먼저 건네기도 하고요. 예술은 이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익숙하게 쓰인 문장으로 소통하는 것 역시 유의미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고 같은 시대의 사람으로서 연상할 수 있는 감각과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로 말하는 예술의 소통 방식 역시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맥락에선 ‘좋은’ 예술은 그 예술 자신이 지닌 존재 의미와 가치를 사려 깊게 다루고 세상에 소통하려는 예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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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최근 SNS에서 인상깊게 본 전시 홍보 사례가 있나요?


A. 우선 제가 SNS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고,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국내 미술관, 갤러리, 신생공간, 대안공간 등 동시대미술, 현대 미술에 초점을 맞춘 공간들을 팔로우하고 전시 소식을 받고 있어요. 그 외 테이트 모던이나 뉴욕현대미술관같이 미술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해외 기관들과 시각예술 관련 언론사들을 팔로우하고 있어요. 그래서 동시대 미술을 깊이 다루는 곳에서 열리는 전시 관련 게시물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질문을 받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유독 독특하다거나, 눈에 띤다거나, 새로운 시도여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다 싶은 전시 홍보 사례가 따로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대형 블록버스터 전시 같이 마케팅과 홍보에 비중있는 관심을 기울이는 전시회의 경우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전시의 경우에는 전시회에서 파생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마케팅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생각되어요). 다만 이러한 미술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들의 전반적인 운영 방식이나 그 성격에 자체에 대해서는 인상깊은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도서 『줄서는 미술관의 SNS 마케팅 비법』의 저자는 전시회 홍보 게시물을 올리는 비법으로 담당자 자신이 만족할 만한 기발한 홍보 전략보다는, 관람객이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전시 정보와 소식을 꾸준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제가 팔로우하고 있는 국내 전시 공간들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아요. 전시 오픈 전 디데이와 함께 전시 제목, 장소, 일자, 서문을 정리한 게시물을 전시 포스터와 함께 올리고, 오픈 이후에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작품 세계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등 기본적인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해보면 ‘홍보’라는 표현보다는 소식과 소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게시물들이 대다수인 것 같아요.


작품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전시 전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작가 인터뷰나 준비 과정 영상을 공유하며 전시 소식을 함께 알리는 게시물이 많아요. 꾸준히 올라오는 게시물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작품에 호기심이 생기면서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홍보! 느낌이 나지 않아 보는 데 부담이 없고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팔로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알아갈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직접 갈 여건이 되지 않는 전시 공간도 모두 팔로우하고 있어요. 비록 직접 전시를 보러 갈 수는 없으나, 한 전시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은 작품과 작가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테이트 모던 인스타그램(@tate)의 피드는 정말 온라인 전시회 느낌이 날 정도로 작품과 작가만을 중심으로 게시물이 구성되어 있어요. 앞서 언급한 도서 속 표현을 빌리자면 단지 홍보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문화적 게시물로서의 역할도 함께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로선 이러한 부분이 SNS에서 이뤄지는 전시회 홍보 방식 자체의 인상 깊은 지점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Q3] 불안이 오는 이유에는 여러 갈래의 원인들이 있을텐데요. 불안을 삶의 동력으로 삼고자 마음먹었다고 하셨는데, 최근 예찬 님을 불안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요. 그런 요인마저 에너지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A. 최근에는 말하자면 “지금까지 난 뭘 한 거지?”라는 회의 상태에 빠져서 불안을 느꼈어요. 나름 잘 지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회의감이 갑자기 일어서 조금 당황스러운 것 같아요. 연말이 되니까 괜히 일어나는 우울감(+코로나19)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내년을 생각하고 올해를 마무리하려니 ‘성취’에 대한 생각이 예민하게 일어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다른 한편에서는 최선을 다해 정신 차리며(?) 미래의 제가 이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많은 불안을 겪어왔으면서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이 불안도 잘 이겨낼 거라 믿어보려 하는 것 같아요.


언젠가 불안에 대해 생각해보니 많은 것이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에서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글을 더 좋게 쓰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지난 글이 후회스럽다거나 지금 마음이 너무 풀어진 것이 아닌지 이토록 감정까지 더해가며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만큼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고, 불안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니까 오히려 뭐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불안을 잘 파악해보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나름대로 시도해보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아요.


불안에 무작정 감정적으로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잠시 거리를 확보하고 그 불안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불안이 일으킨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는 것 같아요. 이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불면증으로 이어질 정도로 불안에 심하게 느낄 때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불안 하나로 정말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불안을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고(무작정 제 잘못이라 생각했고, 생각하려 했던 것 같아요), 사실 불안을 어떻게 판단하고 다뤄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번 불안이 엄습하면 바로 그것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를 가지기가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고요(뇌에 시커먼 쇠공이 꽉 들어차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최근 느낀 건데 이럴 때는 뜬금없는 ‘딴짓’을 하는 게 의외로 좋은 것 같아요. 불안의 원인과 해결에 바로 천착하기 보다 잠시 딴짓하며 여백을 두는 게 정말 효과적일 때가 있었어요. 설거지를 한다거나, 바닥을 청소한다거나, 잠시 나가서 분리수거를 하고 온다든지요. 그러다 보면 감정이나 고정된 사고 회로에서 잠시 거리를 둘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그때부터 불안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일상적인 움직임을 통해 불안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비결이라기엔 사소한데, 제게는 이게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면 그때부터 왜 이 불안을 느끼는지 질문하는데,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지”처럼 제 자신에 대한 감정적인 판단은 최대한 배제해보려 해요. 불안 자체에 대해서만 질문에 질문을 거치고, 그러다 보면 좀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 떠오르는데 그걸 일단 앞뒤 안 보고 해보는 것 같아요. 딴짓처럼요. 이때도 일단 해보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움직이는 것이 심리적인 여유를 주는 것 같아요. 원래 제가 완벽하게 계획되거나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저도 제 자신을 믿지 못하고) 시작하지 않고 미루는 성격이었는데 이번에 이런 방법을 직접 해보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유연해지고 여유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무어라 말하기 너무 부끄러운 것 같아요. 아직도 불안을 다루기가 참 어렵고, 나란 사람 실수를 많이 하는 것 같고... 하지만 살아가고는 싶으니까... 이런 생각 속에서 여러 불안과 잘 살아보려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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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요즘 들어 특별히 공부하거나 배워보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가요?


A. 요즘 문화예술계 곳곳에서 ‘브랜딩’이란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아요. 어떤 기업에 속하기보다는 한 명의 예술가나 기획자로서, 혹은 목표가 맞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직접 활동하는 방식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자신과 자신의 일을 스스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게 된 만큼 함께 언급되는 주제 중 하나가 된 것 같아요. 이러한 상황을 SNS를 통해 자주 마주하다 보니 저도 이 부분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글에도 썼지만 지금껏 ‘그냥’ 하던 인스타그램, 블로그, 글 등등 모두 제대로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새해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목표를 잡고 나를 정의하고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브랜딩 관련 책을 읽어보고 있어요.


더 넓게는 지금 제가 하는 것들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해볼 수 있는 모든 걸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브랜딩이든, 콘텐츠든, 미술사 공부도 마음 다시 잡고 더 해야 할 것 같고, 미학이랑 철학도 제가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더 이해하고 싶고요. 부족한 게 많아서...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최근 제가 현실 감각이 너무 없는 건 아닐까 싶은 불안한 마음에, 들을 수 있는 모든 강연이나 글 같은 것을 보이는 대로 들어보고 읽어보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것을 더 좋게 할 수 있는 건 다 배워보고 싶어요.

 

 

[Q5] 스스로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삶의 방향성을 결정짓고 있는지? 요즘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A. 삶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져서 일상에 집중하고 있어요. 일상의 단위로 이루어진 것이 삶이라는 건 분명하니까요. 지금은 그만큼의 무게를 책임질 수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하루에 하루 하나를 잘 책임져 보려는 태도로 제 삶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지키는 일'과 ‘일을 통해 유지되는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어요. 전자는 나를 보듬어 주는 일, 치열하게 성찰하는 일,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고민과 실천들을 의미하고, 후자는 삶이 흐트러짐 없이 유지되게 하는 것, 하루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움직임들 - 글쓰기같이 하고 싶은 일을 포함해 밥을 먹고 나의 공간을 정리하는 사소한 일까지 등등 - 을 의미해요.

 

결국 일상의 반복으로 형성되는 것이 삶이라면, 그 일상을 꾸준히 반복하게 하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둘 중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하루가 무의미하게, 다소 서툴게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어요. 반대로 이것이라도 잘 지키면 하루를 잘 보냈다는 만족감이 드는 것 같고요.


지금껏 잘 지키지 못한 일이기도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너무 감각이 무뎌지기도 해서 가장 기본적이고 가까이 있는 것을 지켜보려 노력하게 되는 요즘인 것 같아요. 제게 가장 잘 맞는 일상을 찾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이번 달을 살아가고 있고요.


그렇다면 결국 삶의 의미는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이런 일을 좋아하는구나, 이럴 때는 이런 것을 먹고 싶어하는구나, 이런 일에 고민하고 신경 쓰는 사람이구나,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같은 것이요. 반복되는 일상의 의미는 결국 그 속에 있는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삶이 여기서 시작되는 것 같고, 이것을 지켜야 더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나 자신과 삶 자체에 아주 거창한 의미를 지니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이미 어릴 때부터 나의 의지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거창한 꿈을 짊어지고 살았었는데, 잠시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 사는 일상을 충분히 누리고 싶어요.

 

 

[Q6] 글을 쓸 때 꼭 지키는 원칙이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주어진 시간 + 내가 아는 것 +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나의 능력 = 내 최선의 결과물

 

올해에는 더욱이나 주변과 비교하지 않고 제가 가진 것으로 최선의 무엇인가를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원칙이라면 원칙으로 이 공식을 기억해보려 했지만, 잘 지켰다고는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초심을 되찾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어서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공식을 지키려는 몸부림을 계속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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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요즘 꽂힌 디저트가 있다면?

 

A. 디저트를 잘 먹는 편이라거나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라서 어떤 디저트가 딱 떠오르기보다는 ‘이런 것을 먹고 싶다...’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안 먹고 있지만 생각해 보니 애플시나몬 와플에 푹 빠져 있었네요. 바삭하게 구운 와플에 이왕이면 사과 알갱이가 오물오물 씹히는 사과잼이 발려지고 적당한 생크림을 살짝 얹어서 그 위에 시나몬 톡톡 뿌리고 아메리카노랑 먹으면 딱이에요. 거리 두기 격상 후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와플 가게에 가서 애플시나몬 와플을 손에 쥐고 오는 산책이 지루한 일상의 낙이라면 낙이었는데... 갑자기 다시 먹고 싶네요)


요즘은 초콜릿이 꾸덕꾸덕한 무엇인가가 먹고 싶고 또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무작정 달면 안 되고, 좀 쌉싸름한 맛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질리지 않으니까요. 제가 다크초콜릿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거기에 폭신한 빵이 곁들어져 있으면 좋겠고, 잘 어울리게 체리나 라즈베리로 만든 무엇인가가 함께 뿌려져 있으면 좋겠어요. 아무 생각없이 숟가락으로 퍼 먹고 싶고...낮에는 살짝 식은 아메리카노랑 잘 어울렸으면 좋겠고, 밤에는 위스키랑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재즈 아무거나 틀어놓고 무릎에 담요 덮어 놓고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어요...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연말을 이렇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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