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음을 기억하는 명화들 - 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도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죽어가는 존재이다.
글 입력 2020.12.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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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어가는 존재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때까지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으며, 나의 상태를 표현할 때 죽음보다는 삶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살아있기에 살아가는 거지 죽음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사실 하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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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명화 속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고찰해본다. “Part. 1 죽음에 말 걸며 알아가기 :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명화 속 죽음을 통해 ‘과거’의 경험과 인상을 떠올리며 그 의미를 찾는다. “Part. 2 죽음으로 인해 선명해지는 삶 : 죽음을 기억하라”에서 죽음에 대한 성찰과 생각을 기반으로 ‘현재’의 삶 속에서 죽음을 기억한다. 마지막 “Part. 3 죽음 앞에서도 변함없는 사랑 : 죽음이 남기고 간 것들”에서 누군가의 죽음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과 삶의 변화를 말한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깨닫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기를 바란다. 그래서 낯선 죽음을 친숙한 명화로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순간부터 삶과 함께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죽음 앞에 너무도 불편한 진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인데 죽음을 잊고 살았다. 죽음이 멀리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무관심했던 것 같다. 마치 죽음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숨을 쉬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죽음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척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죽음을 끝없이 이야기하는 책 앞에서 더 이상의 무관심은 통하지 않았다. 죽음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삶을 말하고 있기에 나 또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이 찾아왔다. ‘죽음’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삶을 생각하기에 너무나 무거웠다. 죽어가고 있는 인간은 죽음을 기억하기에 벅차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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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을 보았을 때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겁을 먹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화면 안에 죽음이 있었다. 거의 부서진 뗏목에 축 늘어진 시신과 손에 옷을 쥐고 흔드는 살아있는 사람이 엉켜있는 모습은 참혹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군함 메두사호가 침몰 되면서 150여 명이 하나의 뗏목을 타며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그렸다. 표류한 지 15일 만에 15명의 사람만이 생존했던 실제 사건이다. 죽음이라는 무섭고 불안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격렬한 몸부림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죽음의 공포가 주는 불결한 자극은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어 두려운 마음을 증폭시켰다. 죽음 앞에 너무도 불편한 진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일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다소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죽음은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 과연 이러한 죽음 앞에서 자신이 유한한 존재임을 깨닫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인간은 얼마나 될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는 할까. 작품에서 느껴진 소름 끼치는 죽음의 감각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기 때문이다.

 

 

 

'바니타스(Vanitas)', 헛되지 않을 삶을 위하여


 

그래도 타인의 생명과 연관된 죽음의 질문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궤를 달리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또 다른 극단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는 많이들 물어보는 것인데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인생을 들여다볼까 아니면 살아있는 그 순간을 즐길까. 질문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죽음은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는 삶에서 죽음을 바라볼 때의 두려운 느낌이라기보다 죽음에서 삶을 볼 때의 경이로운 감정에 가깝다. 시선을 바꾸어 삶에 대한 간절함과 신중함에 새로운 열망이 생기는 것이다. 때론 삶을 놓치고 싶지 않은 갈급함에 붙잡혀 이성을 잃기도 하지만, 보통은 삶의 유한함에서 느끼는 삶의 소중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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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반 위트레흐트 <바니타스-해골과 꽃다발이 있는 정물화>

 

 

아드리안 반 위트레흐트의 <바니타스-해골과 꽃다발이 있는 정물화>에서 ‘바니타스’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17세기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정물화의 주제 바니타스는 ‘헛됨’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인생의 덧없음과 죽음을 의미하여 바니타스 정물화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소품은 삶과 죽음이라는 상징물이 가득하다.


해골은 누구나 이르게 될 필연적 죽음, 회중시계와 해골 옆의 모래시계는 죽음으로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꽃병에 생생하게 핀 꽃과 시든 꽃은 젊음의 유한함 그리고 담뱃대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의 허무함을 나타내었다.


이외에도 바니타스 정물화에는 곧 사라질 생명을 ‘비누 거품이나 양초, 램프’로 표현하며, 세속의 권력과 부는 ‘금은보화와 지갑, 왕관’으로 그린다. 배움과 지식의 유한함은 ‘책과 지구의’, 인생에 즐거움을 주었던 상징물은 ‘악기와 그림, 트럼프’, 무엇으로도 막지 못할 죽음의 힘은 ‘투구와 창, 갑옷’으로 나타내었다.


이러한 상징물들은 죽음 앞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재의 삶에 집착하여 잔뜩 끌어모아 봤자 죽음과 그 이후 헛되고 헛될 뿐이다. 모든 생명은 언젠가 마지막에 이른다.


우리는 죽음을 기억하는 명화를 보는 것처럼 누군가 경험한 죽음의 사건과 사고를 통해 죽음을 만난다. 이를 통해 죽어가는 삶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또 내가 느끼게 될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성숙한 삶으로 가는 실마리를 죽음을 생각하며 발견하는 것이다.

 

***

 

저자는 삶의 시간이 지나고 다가올 죽음을 인식함으로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한다.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되는 순간 바로 죽음을 품은 인간 본연의 존재와 만나며 한층 성숙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라도 죽음에 이르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을 반갑게 맞이하긴 어렵겠지만, 죽음도 삶과 함께 인생의 한 면임을 떠올린다면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잊지 말자. 우리는 죽어가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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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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