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뮤지컬 '킬러파티', 뮤지컬적 거리두기 [공연예술]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재치있는 뮤지컬, 그러나 부족한 접근성
글 입력 2020.12.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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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뮤지컬 <킬러파티>는 EMK뮤지컬컴퍼니 산하의 연예기획사인 EMK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온라인 공연이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뮤지컬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졌으며, 재생 시간이 짧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마치 2010년대 들어 수요가 높아진 장르인 ‘웹드라마’와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극장이 아닌 집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뮤지컬이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신영숙, 양준모, 조형균, 김소향 등 유명 뮤지컬배우들의 출연 소식이 더해져 공개 전부터 많은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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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파티>의 가장 독특한 점은 출연 배우들이 각자의 집에서 따로 촬영을 진행한 후, 편집을 통해 각 영상을 합쳐서 하나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뮤지컬을 ‘국내 최초 자가격리 웹뮤지컬’이라는 수식어로 홍보하는 이유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촬영했지만, 자연스러운 장면전환과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내용이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코로나 19로 인한 공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환경을 재치있게 활용해 보는 재미를 높인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촬영 장소가 배우의 집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웹드라마와 같은 일반적인 숏폼(short form) 콘텐츠에 비해 미장센의 완성도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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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파티>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은 전혀 무겁지 않다. 한 저택의 파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을 다루지만,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B급 감성’을 표방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인물의 절절한 감정을 호소하는 방향보다는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데 집중한다.


기존 뮤지컬의 형식을 과감히 탈피했다는 특징을 보이지만, 음악을 활용해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뮤지컬 문법을 놓치지는 않는다. <웃는 남자>, <마타하리>에 참여했던 제이슨 하울랜드가 작곡한 신나고 중독적인 넘버들은 작품 전체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팝, 일렉트로닉, 댄스,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감상하다 보면 뮤지컬 공연이 전하는 즐거움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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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재미있는 점은 이전까지 뮤지컬 무대에서 진중한 연기를 도맡았던 배우들의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평소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신영숙은 초보 형사로 분해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웃는 남자>나 <서편제>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았던 양준모는 다소 엉성해 보이는 연극 연출가가 되어 새로운 연기를 펼친다. 이외에도 ‘오뚜기’ 기업의 자녀인 함연지가 “우리 집안이 별 볼 일 없다면서 나를 무시한다”라고 하소연하는 등 관객의 폭소를 터뜨리는 우스운 상황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이렇듯 <킬러파티>는 재치 있는 줄거리와 음악, 신선한 연출로 공개 이후 뮤지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앞으로의 뮤지컬 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콘텐츠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다소 아쉬운 점 또한 존재한다. 바로 접근성과 가격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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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뮤지컬 <킬러파티>를 보기 위해서는 ‘V라이브’를 통해 26,400원을 지급해야 시청할 수 있다. 한 에피소드의 가격이 2,000원이 넘는다는 것인데, 보통 유튜브나 카카오TV를 통해 수많은 웹드라마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꽤 비싼 가격이다. 시청자가 단지 ‘뮤지컬’이라는 이유로 1시간 40분 남짓의 콘텐츠를 보는 데 26,400원이라는 돈을 낸다는 것은 웬만한 뮤지컬 팬이 아니라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닐 것이다.


<킬러파티>를 ‘V라이브’에서 결제하지 않고 무료로 감상하는 방법 또한 있다. 바로 ‘샌드박스 플러스’라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시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짧고 간편하게 볼 수 있게끔 개발된 ‘숏폼 콘텐츠’를 굳이 TV에서, 그것도 개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채널을 찾아서 보려고 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웹뮤지컬’은 분명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이다. 그러나 제작사가 책정한 높은 가격은 일반 대중들이 예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큰 벽이 되었다. 지금은 넷플릭스나 왓챠 등의 OTT 서비스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내고도 뮤지컬 영화를 포함한 양질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B급 감성’을 표방한 웹뮤지컬이 그 가격은 ‘S급’으로 책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더 많은 대중이 부담 없이 뮤지컬을 접하려면, 제작사가 가격 및 접근성 문제를 지속해서 고민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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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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