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들이 만들어 갈 정의의 숲 [TV/드라마]

글 입력 2020.12.0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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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영이 끝난 지 다소 지난 작품으로, 스포일러가 있다는 점을 참고해 주세요.

* 모든 사진은 비밀의 숲 1,2 공식 홈페이지 스틸컷과 공식 영상 캡처본입니다.

 

 

2017년, 시청자는 물론 기자와 평론가를 비롯한 전문가까지 매료시킨 드라마 <비밀의 숲>은 뇌 수술로 감정을 잊어버린 채 정의만을 좇는 냉철한 검사 '황시목'이 반대로 따뜻하고 배려 넘치는 정의로운 경찰 '한여진'과 공조 수사하며 검찰 내부의 비리,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였던 황시목, 그리고 그의 질주와 어울리는 웅장한 메인 테마 연주곡으로 매회 긴장감 넘치는 엔딩을 장식했던 <비밀의 숲>이 2020년 여름, 시즌 2로 다시 한번 정의를 위해 돌아왔었다.

 

"내가 알던 비숲 맞아?"라는 혹평과 "비숲의 특징을 살리며 더 현실감 있는 드라마로 거듭났다"라는 호평이 공존하며 호불호 하나는 극명하게 갈렸던 <비밀의 숲 2>였지만, 결국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같았고, 시즌 1과 2를 모두 여러 번 정주행하면서 디테일을 뜯어보니 두 시즌이 다른 방식으로 그려내는 경찰, 검찰, 정치, 경제(기업)이야기를 넘어선 '우리의 이야기'가 가슴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1. 설계된 하나의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는 여정

"설계된 진실, 모두가 동의를 가진 용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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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에게 상납하던 스폰서 '박무성'이 죽고, 용의자로 검거된 사람이 억울하다며 자살을 하고, 남성들의 스폰 역할을 하던 미성년자 '김가영'이 큰 상해를 입고... '이 모든 것이 우연에 불과할까?'라는 생각으로 황시목과 한여진은 "비밀의 숲"으로 들어갔다.

 

스폰서, 성매매, 기업의 비리까지 모두 파헤치고 나니 그 끝엔 이 모든 걸 설계했던 '이창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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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정의로웠고, 후배들의 신임을 받던 검사였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안 좋은 길로 빠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사회의 모습을 해결하기 위해 자처하여 범죄를 저질렀던 '이창준'은 결국 모든 걸 폭로하고 정의 구현에는 성공했으나, 그의 정의는 결과적으로 뒤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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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낳은 괴물입니다."라고 이창준을 요약했던 황시목은 이창준이 만들었던 숲속에서 비리와 범죄에 맞서 싸웠고, 한 번쯤은 암흑 속에 발 들였던 사람들은 나비효과처럼 모두 인과응보로 자신들의 행동에 발 묶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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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대한 숲 속을 헤쳐나가는 여정

"침묵을 원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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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논쟁'이 메인 테마였던 <비밀의 숲 2>는 통영 익사 사고의 진위 여부를 수사하던 황시목이 수사권 논쟁에서 늘 화두에 오르는 검찰의 '전관예우'를 의심하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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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익사 사고'라는 작은 불씨는 검찰과 경찰 수사권 협의회를 달구는 데 충분했고, 진흙탕 싸움을 지속하던 중, 수사권 협의회와 대기업에 잘 보이고 싶어 이리저리 수상한 사건들을 캐고 다니던 검사 '서동재'가 실종되며 검찰과 경찰의 대립은 불타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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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재 납치 사건 수사로 인해 그가 파헤치고 다니던 과거의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각자 엮여 있던 검찰, 경찰, 기업은 자신들의 행적은 침묵한 채 서로에게 뒤집어 씌우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여러 방해 공작도 있었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황시목과 한여진은 이번에도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정의를 위하여 맞서 싸웠다.

 

미궁 속에 있던 서동재 검사 납치 사건도 해결하고, 감춰져 있던 진실도 밝혔지만 결국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통해 개혁을 할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라는 다소 '찝찝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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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만들어질 정의의 숲

"법관에게 정의란, 영원한 짝사랑이다."


 

외톨이 검사 황시목은 내부 고발과 사회 비리 척결로 더더욱 조직 안에서는 혼자가 되었으나,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한여진과 둘도 없는 든든한 '신뢰' 관계가 되며 권선징악과 주인공의 내면적 성장까지 보여준 시즌 1과 달리, 시즌 2는 양심적으로 행동했던 모든 사람들은 다 자리를 떠나고, 혼자가 된 것에 반해, 밑바닥까지 보여주며 추한 꼴을 다 보여준 악인만이 떳떳하게 살아남는 다소 씁쓸한 결말로 마무리되었다.

 

또한, 첫 사건부터 촘촘하게 사회 비리와 연결되었던 시즌 1과 달리, 시즌 2는 알 수 없는 사소한 사건으로 시작하여 점점 그 연결고리들을 찾아 나가며 진행되었다. 시즌 1이 마치 힘차게 걷다 보니, 거대한 비밀의 숲에 도착했던 것이라면, 시즌 2는 끝을 알 수 없는 그 비밀의 숲 속에서 헤매다가 진실을 마주한 것과 같았다.

 

시즌 1은 고위공직자들의 민낯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과 동시에, 뒤틀린 정의의 모습까지 묘사하며, 그들이 모두 어떠한 형태든 벌을 받게 되는 완벽한 기승전결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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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즌 2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 학교폭력과 왕따, 직장 내 따돌림, 그리고 '별일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함구하는 모습과 함께 오히려 진리와 정의에 매진한 자와 양심선언을 한 사람 모두 질타를 받거나 물러나고, 잘못한 사람들만 목소리가 큰 모습까지 보여준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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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지구대 따돌림, 경찰청 내 따돌림

의정부지검 내 따돌림

학교폭력 조사하는 서동재

 

 

너무 현실적이어서 드라마가 끝났다고 시원섭섭한 것이 아니라, 깊은 한숨과 답답함이 정주행을 할수록 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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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결론은 똑같다. 시즌 1에서는 '밥 한끼', 시즌 2에서는 '전화 한 통'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작점이 되었듯, 모든 일은 '사소한 것과 안일한 마인드'에서 시작되어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리고 고작 '두 인물'만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묻히더라도, 결국은 큰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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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선택을 빙자한 침묵을 강요받았을까요"

 

- 한여진, 비밀의 숲 시즌1 8회

 

 

이제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정의의 숲을 만들어 나갈 차례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묵묵히 정의의 나무를 심고 있는 우리 사회의 황시목과 한여진을 응원한다. 둘이 심어가는 나무들은 처음부터 눈에 띄지 않고, 여러 풍파가 그것들을 헤치더라도, 울창한 숲이 될 것이며 그 그림자는 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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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팔아먹은 사람이면 그걸 매물로 내놓은 사람도 있겠네요. 70년이나 유지해온 권한을 흥정의 대상으로 만든 사람들 말입니다... 남용하고 오용해서 제대로 지키지 못한 사람들."

 

- 황시목, 비밀의 숲 시즌2 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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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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