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철딱서니 없는 나의 소비 이야기 [사람]

돈이 필요한 사소한 이유
글 입력 2020.12.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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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을 다시 시작하려고 동네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주택청약 업무를 담당하지 않으니 다른 은행으로 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촌동네가 싫어지는 순간 중 하나였다. 농협을 몇 군데를 들렸는데 이번에도 또 작은 농협이였다니. 흐음- 하고 한숨과 고민이 섞인 소리를 내자 이내 담당 은행원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하는 말이,

 

"2016년에 만든 적금통장 있는데, 만기 된지 한참 된 것 같은데요?"

 

아아, 나에게도 적금 통장 같은 게 있었던가. 설마 나도 모르게 내 입출금통장에서 매달 쥐도새도 모르게 빠져나가 어딘가에 나도 모르는 엄청난 돈이 모여있는 걸까? 기대 아닌 기대를 잠시 품었다. 하지만 은행원의 말의 의미를 생각해봤을 때, 그것이 약간은 웃음기 섞인 말이였다는 걸  깨달았다.

 

4년 전에 큰맘 먹고 개설한 20대 대학생 적금(아마 금리가 꽤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통장을 발견했다. 잔액은 놀랍게도 5320원. 더 엄청난 사실은, 4년 동안 붙은 이자는 320원이였다. 와우.

 

은행을 나와 손에들린 오천원과 동전들을 보며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잠시후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럼 그렇지. 사실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상황이었다 (내가 만화가나 영화감독이 된다면 꼭 이 장면을 작품에 넣고 싶다). 그나저나 오천원 갖고 뭘 할까. 저 앞에 있는 호떡이나 사 먹을까.

 

 

 

남을 위한 소비, 쓸데 없는 일일까?


 

2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 주변 사람들이 주식이나 재태크를 시작해서 조바심이 난 것일 수도 있다. 적금으로 몇 천만원을 모았다던 친구 이야기나, 요즘같은 코로나 시대에 주식 안하면 바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 덕분이다. 또 혼자 살기도 해서 소비 습관에 대해서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안 그래도 이번달부터 다시 돈을 모으려고 적금 통장을 하나 팠다. 월급쟁이 부자되는 재태크 책도 대충 읽어보았다(절반도 이해 못한 게 함정이다). 버는 돈도 없는데 통장은 쪼개서 뭐하나, 돈을 묶어놓으면 급한 일이 있을 땐 어떻게 해야하나, 뭐 이런 걱정거리만 늘었다는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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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를 시작한지 1년이 훌쩍 넘었고 슬슬 경제관념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이젠 등본상으로도 내가 세대주가 되어, 나름 1인 가구가 되었단 말이다. 물론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지 않는 탓에 고정적인 수입은 없는 상태이지만,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와서 대학생 치고는 돈을 꽤 벌고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소득 증명서를 떼면서 연간 수입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금액이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는 1년 사이 이 많은 돈이 어디로 증발 한 걸까? 의문도 들었다.

 

한참 혼자 살 때 절약정신을 발휘한답시고 한달동안 가계부를 쓴 적이 있었다. 가계부 분석 결과, 예상대로 쓸데 없는 소비가 여러번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금 의외였던 것은, 남을 위해 쓰는 돈들이었다. 친구 밥을 사주거나, 술 취해서 카드를 막 긁거나(?), 누구 생일을 챙겨주거나, 아니면 그냥 뭘 사주거나(거의 오다 주웠다 식으로) 등등 굉장히 자비정신을 발휘한 지출들이 꽤 있었다.

 

계산을 해보니깐 너무 그떄의 소비들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아마 그 돈들만 적금통장에 따박따박 넣었어도 여행 한 번은 갔을거란 생각 때문인가... 그런데 웃긴 건 지금도 종종 그런 소비들을 즐겨 한다(지출 중에 경조/선물 비용이  약 10퍼센트이다). 물론 그리 높은 금액대의 지출은 아니지만, 항상 누군가를 위해 계속 돈을 쓰고 있다.

 

요즘은 가족들이 많이 생각나서, 본가에 갈 때마다 종종 뭘 사갖고 간다. 부모님 생신은 물론이고, 좋아시는 음식이나 간접적으로 필요하다고 애기한 것들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월급 들어오면 사드려야지 하면서, 내심 신나는 마음으로 돈을 쓴다. 또 며칠전에 본가 집에서 오빠를 만났을 때, 의료계열 국시를 준비한다고 진득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에만 매진한다고 다른 것에 신경을 못 쓰는 것 같아 오빠가 안쓰러웠다. 입은 옷을 보니깐 대부분 오래된 옷들이어서 조금 신경 쓰이기도 했다. 그리곤 세상 처음으로 원수(?)같은 오빠에게 옷을 사주고 싶다는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일단 국시 합격하면 사준다고 쿨한척 둘러대긴 했지만.

 

어찌됐든, 남을 위해 쓰는 지출은 아깝지 않다. 다만 가끔은 그러한 지출들을 조금이라도 막으면 달라지는 게 있을까 궁금하다. 쿨하게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돈 쓰고 싶은데 어느순간 돈을 모아야겠다는 조바심 때문에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소비 습관이 잘못 든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한숨).

 

 

 

나를 위한 소비, 잘하고 있는 걸까.



같이 일하는 친구가 월급 이야기를 꺼낸다. 이번달엔 얼마나 받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냥 평소대로 받을 것 같다고 넘겼다. 그러니 그 친구는 굳이 "한 00만원 정도 되겠네?" 라고 되물어본다. 뭐 그렇지- 하면서 대충 끄덕이고 대화를 이어갔다.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는 그 적지도, 많지도 않은 돈을 어디에다 쓰는지일 것이다. 사실 이런 대화에서 나는 별로 자신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살이 형식의 지출을 계속 이어나가는 중이라, 그 이야기를 하면 한심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아서였다. 물론 혼자 사는 것보단 가족들과 같이 사는 게 돈을 모으기 쉬울 거라는 핑곗거리도 있었지만, 확실히 나는 돈을 모으려고 크게 노력하진 않았기에 가족들과 같이 살았어도 돈을 못 모았으리라. 아무튼 내 이야기는 이러하고, 그 친구는 매달 받는 월급의 4/5를 적금에 넣는다고 한다. 그게 가능한 거냐고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그 친구는 연애도 하고 흡연자(?)인데...

 

그 친구 왈, 돈을 모으는 이유는 6개월간의 유럽 여행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 친구에게는 여행의 경험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꼭 하고 싶은 일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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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들을 할 때마다 가끔은 약간의 자괴감이 밀려온다. 어떻게든 절약해서 돈을 모으라고 하면 모으라고 하겠지만, 애초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돈을 모으고자 하는 분명한 목적 자체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본 결과, 내가 하는 소비는 '행복'이라는 목적지로 향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다만 거창한 게 아니라, 소소하게 우리가 누리는 기본적인 행복이라 말하고 싶다.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인간다운 행복이랄까. 우선 가장 생각나는 것으로는,스트레스 받을 때 쓰는 돈이다. 맛있는 걸 먹거나, 물건을 사는 일.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해줘야 한다.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에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확 줄어서, 그거라도 해줘야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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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며칠 전, 집이 휑해보여서 인터넷에서 적당한 크기의 패브릭 포스터를 산 일이다. 빛이 들어오는 벽면에 부착하니 나름 화사해진 것 같아서 기분도 환기가 됐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은 그날 이것저것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정작 내가 진짜로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새로 산 패브릭 포스터 달기가 전부였다는 것이다. 다른 일들은 해야할 일들이었지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었다.

  

이럴 떄 크게 외치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은 정말 하기 싫은 것 투성이구나!"

 

*


하루종일 누군가가 원하는 (혹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시간을 보냈을 때 밀려오는 허무함. 그 허무함을 깨트리기 위해, 즉 잠시라도 행복하기 위해서 뭔가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 중에 하나가 돈을 쓰는 일이다.

 

그렇게 행복해지는 노력으로 사소한 일들을 시행한다. 따뜻한 집에서 쉬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장바구니에 넣어놓은 물건을 사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는 일 등등.


한편으론 참 아이러니 하다.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 데, 스트레스를 돈으로 풀고 있으니.

     

 

[김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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