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태주 시인이 전하는 따스한 위로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를 살린 시가 이제 너를 지켜주기를.
글 입력 2020.12.0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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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전하는 따스한 위로



 

"그래서 나는 사람을 살리는 시를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늘어진 어깨를 일으켜주는 시를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사람과 동행하는 시들입니다."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책머리 중

 

 

대부분 나태주 시인의 시를 떠올리면 [풀꽃]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의 경우 [풀꽃]을 통해 나태주라는 시인을 처음 안 것은 맞지만, 그의 시를 사랑하게 된 것은 시 [멀리서 빈다] 를 통해서였다.

 

[멀리서 빈다] 는 언제나 가을의 계절이 다가올 때마다 생각나는 시이다. 마지막 구절인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를 보고 있자면, 시가 나에게 걱정과 위로,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책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에서의 책머리에 쓰여 있듯이, 그 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나니 그 시는 사실 나를 살리는 시였다. 그렇게 나를 살려준 시인의 또 다른 추천 시를, 이 책을 통해서 읽으며 나는 다시 위로를 받게 되었다.

 

 


김광섭- [저녁에]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 시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중학교 때부터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시였다. 맨 마지막 구절인 "어디서 무엇이 돼서 다시 만나랴"라는 문장에는 무언가 나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애절함이 담겨 있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에 대한 코멘트를 이렇게 달았다.

 

 

좋은 시는 모름지기 좋은 영혼에서 나온다.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세대에게 통한다. 구차한 설명 없이 징검다리 없이 가슴과 가슴을 연결한다.

 

 

실제 나태주 시인의 코멘트와 같이, 하나씩 문장별로 뜯어보는 해석과 설명이 이 시에는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다. 구절들을 하나씩 찬찬히 음미해가며 가슴으로 느껴보는 것이 이 시에는 더욱 어울릴 듯하다.

 

 


천상병 -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전하리라..

 

 

이 시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때였다. 아직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나이였는데, 이 시를 보면서 죽음에 대해서 여럿 생각하게 되었던 계기였다. '이 시의 화자는 어떤 심정일까? "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 책을 통해 이 시를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 또한 들었다. 중학교 때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새삼 났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니 오히려 이 시는 무언가 힘찬 응원을 해주는 듯하다. '아름다운 세상 소풍'이라고 본인의 삶을 표현하다니, 너무 아름다운 결말과 같이 느껴졌다.

 

내 인생 또한 다시 돌이켜보면 이 시처럼 아름답도록, 내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소중함을 찾자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또 10년 후에 이 시를 보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래서 이 시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정희성- [길]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이렇게 몇 안되는 문장으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내는 시이기에, 시는 더욱 매력적인 문학인 듯 하다.

 

[길]은 책 속 서정적인 시들 가운데서 조금 다른 느낌을 가진 시이기에 나에게 인상이 크게 남았다. 이 시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는데, 시 속 작가의 본인에 대한 반성과 다시 의지를 다지는 결심이 크게 와닿았다. 본인의 결심을 이렇게 시의 몇 안되는 구절로 어떻게 이리 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나태주 시인은 정희성 시인과 본인이 같은 시절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가 하며 부끄러움을 가졌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하지만 나는 나태주 시인에게 이런 말을 전해주고 싶다. 부끄러움을 가지기에, 당신은 대단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는 위의 시들을 포함한 시인 나태주가 뽑은 114편의 아름다운 시들을 담고 있다. 정호승, 이해인 시인부터 김용택, 김광본의 시까지 여러 시인의 명시들을 나태주 시인의 코멘트와 함께 읽을 수 있다.

 

시마다 쓰여 있는 나태주 시인의 코멘트를 통해 그가 어떻게 이 시를 접했는지, 어떤 것을 느꼈는지 알아보며 그와 함께 시를 감상하는 듯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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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 시는 찬란한 나의 편 -

 


엮은이

나태주


출판사 : &(앤드)


분야

한국시


규격

117*198㎜


쪽 수 : 260쪽


발행일

2020년 10월 30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90927-96-3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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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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