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서,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글 입력 2020.11.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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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프롤로그부터 읽기가 쉽지 않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 책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 슬픔, 절망이 있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가 갑상선암에 걸렸고 빈집에서 혼자 울던 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러면서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용기 덕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타인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상황, 감정을 이름 모를 독자들에게 드러낸 것이 아닌가. 자신의 상황을 드러내면서 이 저자가 회복하고 나아가려는 그 의지가 나에게 책의 마무리를 궁금하게 했다. 그리고 나는 책을 무사히 다 읽을 수 있었다.

 

*


p.47

그리고 난, 다짐했다.

'여기서 멈추면 안돼. 안 되고 말고. 수술 잘 받아서 살자, 기필코 살아내자.'

 

나는 늘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 글 속 주인공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만약 암에 걸렸다면.. 이라는 상상조차 두렵고 무서워서 하지 못했다. 그만큼 무겁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허물어버리는 병이기 때문에 더 무섭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상황과 감정에 집중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삶의 의지를 강력하게 불어넣어 준 것은 바로 그의 가족이었다. 항암 치료를 다 받았다는 것을 목차를 보고 알았으면서도 수술 전의 저자의 상황은 나에게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의 의지가 드러나는 저 문장에 더 마음이 갔다.

 

p.109

하지만 형이 먼저예요. 다른 가족보다 형 건강을 제일 먼저 챙겨요.

 

이 책은 정말 솔직함으로 가득한 책이다. '괜찮아! 나는 이겨 낼 수 있어!'라며 모든 문장이 긍정적이고 꿈같지 않다. 오히려 억울하고 화가 나는 감정, 병문안을 오는 지인들에게 느낄 수 있는 생각을 과감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진솔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수술 후 오는 달라진 몸의 반응, 치료하면서 오는 무력감. 저자가 암 판정을 받은 순간부터 항암 치료까지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을까. 새삼 저 상황을 책으로 남긴 작가의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p.231

게다가 난 '걱정 대마왕'이었다. 어려서부터 알 수 없는 미래를 기대하기보다 걱정하며 '유비무환'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나중에는 '걱정이 없는 지금의 나'를 또 걱정할 만큼 강박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정작 걱정하는 일 중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나 역시도 타인에게 티를 내지는 않지만,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 걱정중에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더 많다는 것을 자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나는 심지어 걱정이 많은 것도 잘 몰랐다. 그래서 이 문단을 읽으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의 소설을 기-승-전-결로 읽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소설이 아니었으며 실제 상황이었다. 나는 보통 아트인사이트에 책을 읽은 후 글을 기고할 때 내가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문장을 적고 내 생각을 담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저자의 수술 과정이나 항암 치료에 내 생각을 담는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아서 이 글이 내 최선일 것으로 생각한다.

 

암이라는 것은 저자가 쓴 것처럼 완치가 될 수 없고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병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평범한 하루의 일상이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저자가 앞으로 느낄 소중한 감정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자기 일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기고한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지연.jpg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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