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나, 우리의 지구 [다큐멘터리]

글 입력 2020.11.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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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유튜브에 “우주의 탄생”을 검색했다. 잔잔한 음악과 신비로운 영상, 귀에 거슬리는 것 없는 내레이션은 나를 꿈길로 안내하곤 했다. 내가 처음 <우리의 지구>, 원작명 OUR PLANET을 찾게 된 것도 그와 같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잠이 오지 않아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 언젠가 저장해둔 <우리의 지구>를 만났고, 편안한 영상일 거라는 기대감에, 나에게 잠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예상을 쥐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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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스케일, 경이로운 영상미와 전 인류를 향한 메시지. 우리 지구에 관한 가장 광대한 탐험을 만난다. 자연의 장관과 공존의 철학을 담은 대작 다큐멘터리“
 

 

우선 압도적인 스케일, 경이로운 영상이라는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감히 상상해본 적도 없는 자연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고, CG로도 구현하지 못할 현실 그 자체의 자연은 납작한 노트북 화면 안에서도 우릴 집어삼킨다.

 

<우리의 지구>는 WWF(세계보건기구)와 넷플릭스가 4년간 협업한 다큐멘터리이다. 영국 BBC ‘살아있는 지구’ 제작진이 참여했으며, 총 50개국에서 촬영했다.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지구의 극지, 천해, 사막과 초원, 공해, 수림 등 꼭 어릴 적 봤던 <살아남기 시리즈>처럼 각각의 ‘공간’에 따른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다.

 

 

 

 

 

Ep 1. 하나뿐인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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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태계의 다양성은 어느 정도일까. 페루 해안의 바닷새들부터 세렝게티 평원의 영양들까지, 각양각색의 생명체를 만난다. 이 모든 자연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아름다운 홍학의 모습, 이동하는 새들, 돌고래의 고등어 사냥을 지켜보며 귀를 기울였다. 여행은커녕 밖으로 발 한 번 내딛기도 무서운 요즘, 언제나 잔잔히 우릴 반겨 주었던 ‘착한’ 바다와 자연의 모습. 연결된 모든 생태계와 먹이사슬. 아름답고도 경이로웠다.


하지만 리카온에게서 도망치는 새끼 누의 모습을 보며 낯선 생각이 들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먹이사슬 하위 계급의 생명들을 응원한다. 엄마를 잃어 독수리의 표적이 된 아기 치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코끼리, 다리를 다쳐 도망칠 수 없는 사슴. 나는 전과 같이, 필사적으로 새끼 누의 편이 되어 그를 응원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자각한 다음엔 나의 모순을 깨달았다. 우린 야생에서 불가피한 사냥에선 ‘먹히는 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동시에 베이컨을 구워먹고 치킨을 베어문다. 초식동물을 두둔하는 것은 먹이사슬 최상위권의 거만함이 아닐까?

 

오늘도 출처 모를 달걀을 풀어 라면을 끓여 먹었고, 어제는 기름진 햄과 훈제 연어를 썰어 먹었다. 비건, 애써 외면하고 있던 행동. 예고도 없이 나의 죄책감은 또 한 번 쌓였다.

 


 

Ep 2. 지구의 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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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끝, 그 얼음 세상에도 다양한 생명체가 산다. 북극곰과 바다코끼리, 물범, 펭귄 그리고 녹색의 조류. 하지만 급변하는 기후가 이들의 낙원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빙하가 녹고 있다. 이는 고등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환경문제다. <지구의 극지> 편에서는 빙하가 어떻게 녹고 있는지, 그에 따라 ‘누가’ 고통받는지에 대해 눈에서 눈으로 전달한다. 무너지는 빙하의 모습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그들이 내는 소리는 지구의 비명소리 같이 들린다.


우선, 빙하가 녹으면서 크릴새우의 개체 수가 줄어든다. 크릴새우는 극지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들의 양분이자 먹이이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혹등고래는 평균 2만 마리의 크릴새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먹이를 잃었다. 빙하가 녹고, 크릴새우의 개체 수가 줄고, 혹등고래의 개체 수도 줄어든다.


바다코끼리는 본래 빙하 위아래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하는 동물이다. 해빙이 사라졌다. 당황한 바다코끼리는 절벽 위로 올라간다. 형질적으로 물 밖에선 시력이 좋지 않은 바다코끼리는 절벽 아래를 바라본다. 거기엔 자신의 무리가 있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바다가 있다.

 

결국 자신의 본거지를 향해 절벽 아래로 낙하하게 되고, 그렇게 수백 마리의 바다코끼리는 목숨을 잃는다.

 

*


야생동물 수의 60%가 감소하고 있다. 이젠 동물뿐만이 아니다. 몇몇 연구에서는 빙하가 녹으면 녹을수록, 봉인되어 있던 바이러스들이 더 많이 해방될 것이라 예언한다. 종국엔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것은 바다의 포식자인 혹등고래나 바다코끼리, 초원의 왕 사자와 표범의 탓이 아니다. 지구는 인간이 정착한 이후 최악의 세대를 맞이했다. 우리가 별 의도 없이 받아 마시던 일회용 컵, 각종 음식점에서 쏟아진 플라스틱 포장기. 우리가 누린 모든 것들은 오직 자본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지구의 피와 살을 뜯고 갉아내어 만들어졌다.


그날 밤, 나는 바다코끼리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는 모습, 한 뼘짜리 공간에서 기계처럼 달걀을 뽑아내는 닭의 모습을 잊지 못해 밤을 새워야 했다. 이 작품으로 쌓아올린 지구에 대한 죄책감을 행동으로 바꾸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누구에게도 적대적이지 않던 우리의 지구를 위해, 우리의 ‘나’를 위해.


“도대체 인간이 무슨 짓을 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우리의 지구>를 시청하길 바란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교육 콘텐츠로서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우리가 배워야 할 건 자연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이다.”

 

- 데이비드 에튼버러

 

 

[이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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