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햇빛 들이치는 봄날과 어울리는 전시, 앙리 마티스 특별전

그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던 마티스의 작품속에서 우리는 생각하고 위안 받는다.
글 입력 2020.11.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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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는 프랑스 북부 시골에서 태어난 종합예술 화가로 50년 간 드로잉(선), 컷아웃(종이 오리기), 유화, 조각, 판화, 책 삽화 등의 작품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직접 의상과 무대를 제작하거나, 자신의 예술적 사상을 건축을 통해 온전한 3차원의 세계로 구현하는 등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자신 만의 개성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는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미술의 모습을 바꿔 놓았을 만한 인물이었으나 인상주의 화가도, 신인상주의 화가도, 입체주의 화가도 아니었다. 그 어떤 예술적 범주로 그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술을 펼치며 그는 오직 한 가지,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에게 안정과 행복감을 주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마이 아트 뮤지엄이 국내 최초로 단독 전시회를 개최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잠시 멈추고 실내 생활이 일상화된 지금, 마티스의 작품들은 햇빛이 내리쬐는 듯한 강렬한 색감을 통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Part 1 오달리스크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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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서면 인트로를 지나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공간은 마티스가 비교적 건강하던 시절, 그가 그렸던 드로잉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기 마티스의 예술적 기법들은 그의 드로잉에 나타난 선의 힘과 우아함에 뿌리를 두고 있었는데, 특히 그가 터키 궁정 궁녀들인 오달리스크를 그려낸 드로잉을 통해 이를 느껴볼 수 있다.


그의 선은 대상을 단순히 사진기가 그러하듯 재현하는 것보다 선이 지니는 표현, 의미 자체에 무게를 두었다. 그는 주로 관능적인 오달리스크들이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거나 소파에 누워 편히 쉬고 있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렸는데, 작품 속 오달리스크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델인 오달리스크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인지, 화가인 마티스의 눈에 비친 모델과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것인지 모호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시선일지 모를 순간으로 점철된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단순히 모델의 포즈가 편해보여서라는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안정감을 주는 마티스의 그림은 모델을 마주보고 앉아 그림을 그려나가는 화가의 모습과 그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의 드로잉에서 눈여겨볼 점은 한가지 더 있다. 바로 대립적인 성향을 지니는 선과 색체가 가지는 고유한 속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작품 속에서 이 둘의 대립적인 관계를 초월하였다는 점이다. 마티스의 작품 속에는 그가 생전에 좋아했던 아라비아풍의 무늬인 아라베스크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주로 인물을 이러한 아라베스크 무늬로 장식된 배경 앞에 위치시켜 낯설면서도 강렬한 색상과 형태의 효과를 구현해낸다. 색채와 선이 아슬아슬하게 한 작품 내에서 공존하면서도 오히려 그 안에서 조화로움이 느껴지는 것이 그의 드로잉이 가진 매력이다.

 

 

 

Part 2 재즈와 컷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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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의 작품 중 가장 유의미한 것은 개인적으로 이 컷아웃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마티스는 1941년 고령의 나이로 건강이 악회된 이후, 이젤에 서있을 수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침실에 누워 보냈는데,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그는 예술을 하고자 하였고,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컷아웃 방식이었다. 누운 상태로 순간 순간 떠오르는 영감과 느낌 만으로 종이를 잘라내고 배치해 붙인 그의 작품들은 1947년 서커스를 주제로한 <재즈> 시리즈로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마티스는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 컷아웃 작품을 핀과 못을 통해 벽에 고정시키고 여러 번의 이동 끝에야 최종적인 배열을 완성했다. 더불어 이 작품들이 그에게 더 유의미한 이유는 그가 이 기법을 통해 선을 먼저 그리고 그 안을 색체로 채우는 기존의 드로잉 방식보다 색채를 가위로 곧장 잘라가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드로잉과 색채 사이의 영원한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그의 컷아웃 작품들은 지금의 마티스 예술의 정체성을 다지는 기반이 되어주었다. 그는 주로 서커스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컷아웃 작품을 만들었기에 제목을 컷아웃과 재즈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그의 컷아웃 작품이 가지는 즉흥성, 변주성이 재즈의 그것과 꼭 닮았기에 결국 재즈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의 컷아웃 작품들은 보는 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제목을 보기 전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이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지 유추해 보며 전시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데, 그만큼 그의 작품은 관람객의 사고를 자신의 그림 틀 안에 가두기보다 관람객이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 일 때로 돌아간 것과 같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스스로 만의 답을 찾도록 만든다. 그의 작품 앞에서는 어떤 생각이든 정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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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용도로 쓰이는 창문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독특한 구도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평면처럼 보이는 실내 공간이 액자의 프레임처럼 창문 밖의 풍경을 감싸는 구도를 지닌다.

 

마치 몽중몽처럼, 혹은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들과 같은 이런 특이한 구도는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창문 밖의 찬란한 색체에 둘러쌓인 풍경을 바라보게 만든다. 마티스가 예술가로 활동하던 당시에 색채는 천박함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시대적 통념에 보란듯이 햇살 같은 강렬한 색채를 그의 작품 속에 사용하며 자유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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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들 중 이러한 강렬한 색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은 다름 아닌 스탠실로 제작된 이 ‘미모사’ 작품일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쓰이는 강렬한 색체들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프랑스 남부의 밝은 햇빛 속의 색과 연관시키지만, 그는 실제로 북쪽에 위치한 마을인 보앵에서 자랐다고 한다.

 

대부분 흐렸던 보앵의 날씨였지만, 그곳은 섬유 산업이 번창한 곳이기도 했다. 마티스는 주변에 항상 넘쳐났던 이 직물을 이용해 미모사 러그 시리즈를 직접 디자인하고 지휘해 제작했다. 작품 속 매혹적인 색조를 지닌 미모사라는 이름의 물결 모양 산호들은 서로 겹치고 뒤엉키며 어쩐지 따듯하고 행복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Part 3 나이팅게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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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2D 작업물들을 통해서만 그의 예술 세계를 표현해왔던 마티스에게 1919년 러시아 발레단의 연출가 디아길레프로부터 발레 초연작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위한 무대와 의상을 제작해 달라는 제의가 들어온다.

 

이러한 제의가 여태까지 평면의 작품 속에서만 그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었던 마티스에게 얼마나 신나는 것이었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 기회를 통해 미술에서의 실험을 무대 위로 연장할 수 있었다. 그는 어릴 적 보앵에서 직물을 다루었던 경험을 토대로 의상의 패턴을 제작하면서 3D의 세상 속에 그의 컷아웃 기법을 시도할 수 있었고, 이는 향후 그의 작품 활동에 미학적으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전시장에는 그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의상이 마네킹에 입혀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으로도 세련되게 느껴졌는데, 일본 황제가 중국 황제에게 선물한 기계식 새를 다룬 안데르센의 동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니만큼 동양적인 오리엔탈 요소가 부각되면서도 마티스 만의 세부적인 디자인적 디테일이 가미되어 적당히 이국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언발란스한 소재와 요소들 또한 마티스의 손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되며 이러한 세련된 결과물이 창조되었다는 점은 충분히 인상 깊었다.

 

 

 

Part 4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의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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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서재처럼 꾸며진 다음 전시 공간으로 넘어가면, 낭만 주의 시의 구절들과 함께 전시된 마티스의 삽화를 볼 수 있다. 마티스는 1941년~1944년까지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초현실 주의 시집에 들어가는 삽화 일러스트레이션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 시기의 그는 시를 산소에 비유하며 아침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이 시를 읽는 일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표현할만큼 시와 시인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마티스 작품이 가진 특유의 부드러운 윤곽선과 명료하면서도 함축적인 드로잉은 시에서 묻어나는 순수한 분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의 삽화는 시의 내용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그 독자적으로 존재감을 뿜어내곤 했는데, 그의 컷아웃 작업 속에서도 느껴볼 수 있는 개방성 때문이었다. 마티스는 최소한의 선으로만 삽화를 구성하였는데, 이는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관람객 스스로 시의 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도록 한다.

 

 

 

Part 5 로사리오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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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는 자신의 간병인이었던 마리 수녀의 부탁을 받아 1948년부터 4년의 작업에 걸쳐 로사리오 성당의 평면 설계부터 스테인드글라스와 실내벽화, 실내장식, 사제복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완성 시켰다.

 

그는 성당 내부에 풍부한 색채로 예루살렘과 낙원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대비되는 흑백의 벽을 배치하였는데, 이 스테인드글라스는 마치 그의 컷아웃 작품과 같이 빛을 오려내 흑백의 벽에 걸린 간단한 선들로 구성된 작품에 빛을 드리운다. 마티스는 이를 통해 ‘형태와 색의 균형을 통한 무한한 차원을 공간’을 비로소 현실에 재현해내었다.


성당 속에 구현된 그의 말년의 걸작이라 불리우는 이 아름다운 풍경은 단 하루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른 양과 색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성당 안에 오묘한 색채와 선을 뒤엉켜 놓는다.

 

그는 작품 속에 주로 강렬한 붉은 색을 쓰는데 특이하게도 이 스테인드글라스에는 붉은 색이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티스는 결국 스테인 글라스를 통과해 들어오는 자연광의 배합을 통해 붉은 색을 쓰지 않고도 가장 태양빛과 닮은 붉은 색을 구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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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성당의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을 관람할 수 있다. 이 공간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전시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는데, 비록 자연광은 아니기 때문에 성당에 있는 원작보다는 아니겠지만 조명을 통과한 빛들이 비쳐 들며 바닥에 계속해서 변화하는 빛의 춤과 같은 문양을 드리운다. 이 문양은 측면에 위치해 상영되고 있는 영상의 빛과 맞물리며 어느 순간 마티스의 작품 속과 비슷한 붉은 빛을 띄기도 하는 광경을 포착할 수 있다.


앙리 마티스는 생전 그의 노력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는 병마에 시달리며 고달프다고도 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았지만 그가 작품속에서 오직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봄날의 어느 밝은 날의 즐거움 뿐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자신의 노력을 감추고 관람객이 그의 작품 속에서 오로지 안정과 평안감만을 가져가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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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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