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전시를 가까이 하기 힘든 한 해였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서 위로를 받거나, 여운을 남겨오는 경험이 무척 생경하게 느껴졌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앙리 마티스 특별전>은 일상 속의 환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전시였다.
언제나 전시장의 초입이 주는 설렘이 있다.
전시 전체의 분위기가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첫 인상이여서 그런걸까, 전시장 입구에서 티켓을 갓 받았을 때의 두근거림은 직접 오프라인 전시장을 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티스의 컷아웃을 메인 디자인으로 활용했다. 판화, 드로잉, 컷아웃을 비롯해 의상디자인 같은 색다른 마티스의 작품관을 볼 수 있어 야수파 화가로 잘 알려진 마티스의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마티스의 드로잉이다.
마티스는 대상을 재현하기 보다는 선이 지닌 표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원형적 드로잉을 추구했다. 간결하게 대상의 특징만을 캐치한 다수의 드로잉과 판화 에디션 작업들을 보면, 둥글둥글하고 모나지 않은 연결된 곡선 속에서 마티스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컷아웃은 마티스의 작업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과, 한 작가의 발전된 작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리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노쇠하고 상했을 때, 마티스가 선택한 것은 가위로 색종이를 오려 붙인 '컷아웃' 기법이었다.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어 고안한 방법이었지만, 마티스 본인은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던 형태와 색 사이의 간극에 대한 해결점을 찾았다고 한다.
삶의 끝의 끝, 그 순간까지 작품에 열심을 기하던 마티스는 결국 둘 중 그 어느 것에도 치중하지 않으며, 균형이 맞추어지는 이상적인 방법론을 발견해낸 것이다.
흥미롭고 이색적이었던 부분은 단연 '발레 의상' 섹션이었다.
마티스가 의상 디자인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우리에게 마티스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형태의 표현으로 기억되어 있다.
마티스는 이러한 자신의 장점을 활용하여 '나이팅게일의 노래'라는 발레 의상의 패턴을 디자인했다. 마티스가 활동하던 시대에 순수 회화 작가로서 디자인의 영역을 겸했다는 것이 무척 유연하고 현대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동시대 미술을 해나가는 작가들에게도 무척 큰 귀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내가 꿈꾸는 것은 균형과 평온함의 예술, 즉 안락의자처럼 인간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시키는 예술이다.
- 앙리 마티스
인상적이었던 로사리오 성당 내부의 장식은 마티스가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감각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운이 좋게도 도슨트를 들을 수 있었는데, 전시 해설에 따르면 '마티스는 평생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정서적으로 고통스러운 사람이었지만 죽기 전 날까지 드로잉 여러 점을 남길만큼 작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사람들이 자신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작품을 보고 전혀 느낄 수 없기를 바랬다.'고 한다.
마티스의 작품은 매체나 방법론과 무관하게 '기분이 참 평온해지는' 작업들이다. 누군가 나에게 '행복을 주제로 작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을 만들기까지는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라는 말을 해준 것이 떠올랐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작업했고, 고민하며 사람들에게 행복과 평온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했던 마티스의 작업세계를 함께 느껴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