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신이 받은 위안을 다른 사람에게도 주려는 마음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글 입력 2020.11.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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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단독으로도 음미할 수도 있지만, 시집 안에서 다른 시들과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시집은 한 시인이 자신이 쓴 시를 묶어낸다.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배열된 시들은 앞 시와 뒤 시가 연관되어 있기도 하고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보다도 분명한 구성 방식을 가진 시집이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시를 골라 엮은 시집일 것이다.


나태주의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는 바로 그런 시집이다. 시인 나태주가 위로 받은 시들을 모아둔 시집. 그것만으로도 이 시집의 목적은 독자들에게 아픔을 견뎌낸 시인의 위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시인으로서 자신의 글을 내보인 것이 아니라, 독자로서 읽었던 글을 소중한 마음으로 공유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나태주 시인을 엮은이로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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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수업에서 들어봄직한 시와, 일상에서 사랑받는 시와 낯선 시들이 고루 섞여 있다. 익숙한 시를 읽을 때에는 ‘이 시에 위로받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구나.’하는 동질감이, 낯선 시를 읽을 때에는 ‘이런 기회에 새로운 시를 알아가는구나.’하는 즐거움이 솟아났다.

 

낯선 시만 있었다면 시를 해석하는 데 버겁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익숙한 시가 있어 반가움이 함께 있다. 낯선 시를 보아도 엮은이의 감상을 보며 천천히 생각해볼 여유가 생겨났다.

 

 

왜 그런 마음이 시인에게만 그럴까. 모든 사람의 소망이며 모든 사람의 실망이며 드디어 회한이다. 그렇게 사람은 저마다 자기 자신 앞에 무릎을 꿇는다.

 

- p.29(나태주, <비망록>(문정희) 중에서)

 

 

국내시 114편과 시에 덧붙여진 엮은이의 짧은 글은 시를 읽는데 여러 정보를 준다. 시가 쓰인 상황에 대한 정보, 시를 읽었던 엮은이의 기억 등이 그 내용을 이룬다. 그러니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이 글은 잠시 미뤄두고 혼자 시를 읽은 후 길라잡이를 읽기를 추천한다. 틀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하고 느껴본 다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참고하는 것이 시를 여러모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엮은이가 다른 시인과 지신을 비교하는 말이 흥미로웠다. 최승자 시인의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에서 엮은이는 ‘나 같은 사람은 평생 사랑의 시를 쓰면서도 한결같이 망설이고 중얼거리고 어딘가 미진한 발언만을 일삼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말한다.

 

두 시인 모두 사랑받는 시인이고 각기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독자로서 두 시인의 시선 모두 매력적인데 서로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재밌으면서도 시인의 시선에 대해 생각하며 읽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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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5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내가 네 옆에 있다

2.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3. 인생의 한낮이 지나갈 때

4. 눈물겹지만 세상은 아름답다

5. 오늘이 너의 강물이다

 

 

각 장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위로, 사랑, 인생, 삶의 어려움, 인생의 아름다움 등 여러 주제가 나뉘어 있기 때문에 눈이 가는 주제부터 읽어도 좋다. 오히려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다.

 

삶이란 순간이라는 사실을 느껴보고 싶다면 5장으로, 인생의 고달픔이 버거울 때는 3장이나 4장으로. 원하는 대로 찾아가면 한 문장쯤은 머릿속에 오래오래 남아있을 것이다.

 

 

강한 힘에 밀려 날카로운 눈초리를 피하면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세상이 있었다. 그들은 그들끼리 어울려 불안과 외로움과 고달픔을 달랜다.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내가 있다. 내가 네 옆에 있다. 그렇게 말하기도 하면서.

 

- p.15(나태주, <사평역에서>(곽재구) 중에서)

 


첫 시를 <사평역에서>를 고르고 위와 같은 말을 덧붙인 것은 이 책의 목적이 바로 '내가 네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을 선언하는 것이리라.

 

시인은 책머리에 ‘한 시절, 나에게 와서 나를 살린 이 시들에게 머리 조아려 간절히 주문합니다. 그들에게 가서 그들도 살려달라고.’라는 말을 적었다. 나도 이 리뷰를 통해 비슷한 말을 덧붙이고 싶다. 이 중의 한 문장이라도 힘든 시기 기억에 남아 한숨을 내뱉을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 시는 찬란한 나의 편 -
 

엮은이
나태주

출판사 : &(앤드)

분야
한국시

규격
117*198㎜

쪽 수 : 260쪽

발행일
2020년 10월 30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90927-96-3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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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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