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도서]

나의 부족함을 사랑하기 위해
글 입력 2020.11.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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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어느 정도는 맞지 않나? 라는 반문으로 책을 접하게 됐다. 책의 제목에서 '나는 정말 괜찮아야 할 필요는 없다.'라는 답이 의도적으로 유도되었다고 느껴졌기 때문일까, 한동안 힐링, 위로, 공감을 주제로 한 도서들의 유행에 거부감을 느꼈던 나는 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걷지 못 한채 책을 넘겨야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에세이라는 장르에서 힐링, 위로, 공감이라는 주제를 가진 책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났다. 책을 평가하고, 별점을 매기는 습관은 없지만, 위와 같은 주제들로 책의 글을 채웠음에도 책의 내용과 내 마음의 공명이 일어났던 경험은 굉장히 드물었기에 국내 에세이, 특히나 위로와 공감을 말하려고 하는 제목을 보게 되면 책에 대한 믿음을 별로 주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얄팍한 자존심이 있었던 것 같다. 트렌드는 당시 대중들의 감정과 취향을 반영한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는 빅데이터라고 생각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었던 것이고, 특정 도서에 대한 나의 판단과는 다르게 큰 필요성을 느끼는 타인이 있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나는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글을 쓴 작가들에 대한 오만방자한 평가를 은연중에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에세이라는 장르를 통해 남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 것인데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청자(독자) 입장도 고려를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꽤 지루했던 경험이 많았거든.

 

그래도 유행엔 매번 과도기가 있는 것 같다. 최근 국내 에세이 작품들도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나 '아무튼' 시리즈를 읽다 보면 계속해서 읽게 돼,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오곤 한다. 작품성도, 개성도 인상 깊은 작품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론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작품이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이어서 그런지,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라는 순하디순한 책의 제목이 정겹게 다가오곤 했다.

 

도입부를 읽다보니 책의 저자가 수녀님인 것도 알게 되었다.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직업의 귀천을 따져서 평가를 내린 것은 아니다. 내가 불자라 할지라도 가끔은 고해성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마음 속 묵혀져 있는 고민과 걱정을 하나씩 열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에 의지를 더하고 싶었을 뿐이다.

 

생각보다 중요한 고민은 시간이 해결해 주곤 한다. 결정을 내려야 할 기한이 보통 있고, 선택을 하게 되면 득과 실이 분명하게 떨어지곤 한다. 성과에 따라 나의 환경과 기분이 분명하고 감정의 변화도 큰 자국이 남을진 몰라도 강한 자극은 쉽게 마음을 떠나곤 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고민은 평생을 함께한다. 적어도 나의 20대, 특정한 시절을 기억할 때 함께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은연중에 의식하고 있던 나의 고민을 만날 수 있다. 사랑, 소통, 마음, 대화와 같이 익숙하고 보통의 사람들이 갖고 있을 고민이 담겨있다. 56편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글이 담겨있음에도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글들은 없었다. 아마 내가 느끼고 있는 익숙한 이 감정이 책의 큰 장점일지도 모른다. 수녀님과 수녀님 지인의 이야기는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한다. 에피소드가 내 경험과 지나게 일치한 적도 있고 특히나 상대방을 대할 때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나의 입장을, 정돈되어있는 문장으로 만나는 경험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수녀님이 쓰신 글 중 내가 공감한 고민을 한 번 같이 나눠볼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일단 몇 문장을 간추려서 소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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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더 부당하고 더 무자비하므로 풍랑에 시달리는 것은 오직 나 하니뿐이다.

 

살레시오 성인은 "이런 사람들은 마음의 고요를 잃게 되고 격분에 흔들려 불편한 가시를 배려고 하지만 오히려 가시는 더욱 깊이 몸속으로 들어가 더 큰 고통을 겪는다" 라고 했다. p.34

 


분노라는 감정은 정말 어렵다. 화를 내봐야 불타는 장작이 되는 것은 결국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사그라지지를 않는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의 나를 되돌아보면 마른 장작 같았다. 정말 좋은 땔감. 젖은 장작처럼 차분하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부러웠다. 분노가 정신적으로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성향을 많이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부정적인 생각은 내면에서부터 나를 망친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했었다. 그래서 살레시오 성인의 말이 와닿았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현재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분노 자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작은 불씨 하나가 산불을 일으키는 것처럼 가만히 놔두면 큰 불이 되고, 독이 되어 마음을 다치게 한다.

 

마음의 고요를 지키는 것, 남은 인생을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 마음속에 새겨야 할 말처럼 느껴진다.

 

 

신영복 선생은 [담론]에서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귀곡자의 말을 빌려 "설說이 열悅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말은 듣는 상대가 기뻐해야 한다'는 뜻이다. p.112

 

 

많은 사람이 가진 욕망 중 하나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위치나 재력, 남녀노소와 관계없이 사람들은 타인에게 인정 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욕망을 이루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말'이다. 우린 다수가 모여있는 대화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가끔은 들어주는 사람 없이 서로 돌아가면서 말을 하기 급급한 상황마저 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가끔은 만회할 수 없는 실수를 한다.

 

잘 말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물론 두 능력이 균형을 갖춰야 하겠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듣는 것을 선택하겠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과 호감을 쌓기 위한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특히나 '말은 상대가 기뻐해야 한다.'는 말처럼 대화라는 행위는 상대방을 위한 배려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해야 할 듯싶다. '설이 열 해야 한다.' 참고로 설은 舌(혀)가 아니라 說(말씀)이다. 한 단어로 문장의 뜻이 완전히 변한다.

 

 

내 생각만이 최고의 진리인 양 자신 있게 주장하지만 결국 내가 얼마나 열등한 존재인지를 보여줄 뿐이라는 것을 p.118

 

공격적인 말투, 그 자체로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옳은 말일지라도. p.119

 

 

몇 가지만 고르다 보니 대화와 말에 대한 구절을 고르게 된다. 일상과 가장 밀접하고, 사랑이나 분노, 애정과 외로움 같은 다양한 감정과도 얽혀있어서 더욱 공감이 되는 것 같다.

 

가끔은 '말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에 대한 감정과는 별개로, 어딘가에서 파생된 말이 갖은 영향력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거센 폭풍이 내 입에서 상대방에게 전달되지만, 폭풍의 영향력은 발생한 직후부터 상대방에게 도착하는 순간까지 너와 나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인생의 목표가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오늘의 나를 가꾸고 웃음 짓게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정말 도움을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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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나 -
 

지은이
김용은

출판사 : 싱긋

분야
에세이

규격
140*210mm

쪽 수 : 228쪽

발행일
2020년 09월 24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0277-78-5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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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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