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가지 작품, 여러 가지 해석 - 앙리 마티스 특별전

글 입력 2020.11.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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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전시를 관람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전시가 더뎌졌을 뿐만 아니라, 바쁜 생활로 인해 현장을 나간지가 한참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앙리 마티스 특별전'을 보았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올해에는 더 이상 전시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아 곧바로 전시 관람을 했다.

 

 

 

SECTION 1. 오달리스크 드로잉


 

'앙리 마티스 특별전'은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섹션인 <오달리스크 드로잉>에서는 마티스가 그렸던 아라베스크 화풍의 드로잉을 볼 수 있는데, 아마 마티스를 가볍게 알고만 있었던 사람이라면 놀라울 수도 있는 섹션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진짜 마티스의 그림이라고?' - 우리가 알고 있는 마티스는 대단히 추상적이며, 단순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고 있는데 이 첫 번째 섹션에서는 그의 세밀하고 정교한 드로잉, 즉 대표작들과는 다른 느낌의 드로잉들을 볼 수 있어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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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한 눈에 마티스의 작품이라고 떠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여러번 천천히 보다보면 그의 그림임을 알게 된다.

 

자연스러운 모습의 모델들 뒤에 그려져있는 아라베스크는 마치 마티스의 대표작인 <붉은 방>의 벽지를 연상시키게 한다. 아무리 작품에서 색을 빼고, 기존과 다르게 자세히 그렸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그의 '아라베스크 사랑'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섹션이다.

 

특히 섹션 1의 작품들 중 드로잉 <아라베스크>는 뒤의 벽지와 모델의 비중을 비슷하게 주어 마치 모델이 아라베스크의 한 부분 같이 그려져 있어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혼돈을 주는데, 이는 한 가지의 그림을 한 가지의 해석만으로 풀이하는 것이 싫어 보는 이들에게 자유로운 작품 해석을 유도하려고 했던 그의 신념이 잘 드러나있는 작품이다.

 

 

 

SECTION 2. <재즈>와 컷아웃


 

두 번째 섹션은 서커스로 주제로 한 책인 <재즈>와 그의 작품 방식인 컷아웃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두 번째 섹션부터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티스의 화풍을 느낄 수 있으며, 5개의 섹션 중에서도 관람객이 제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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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도슨트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그림을 보고 마음껏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의 작품을 보니, 한 그림을 보고도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딱 보면 파인애플 같기도 하고, 다시 보면 그물 같기도 하고.

 

그렇게 한창 상상을 하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내가 보고 있던 작품은 '공중 그네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성게나 다른 무언가의 형체라고 생각했던 별 같이 생긴 것은 서커스의 화려한 불빛을 표현한 것이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아, 이래서 이런 형태를 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명을 듣기 전과 같은 상상들은 할 수 없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을 들으니 그 한 가지의 해석 밖에는 떠오르지가 않았다.

 

이곳에서 그의 신념을 더욱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기존의 아카데믹하고 모방만 하는 예술에 반발하여 학회에서 탄압을 받으면서 까지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나갔던 그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까지 할 수 있었던 상상들이 바로 마티스가 의도했던 것이기에, 시간이 오래 지나도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것만 같아 경이롭게 느껴졌던 섹션이다.

 

 

 

SECTION 3. 발레 <나이팅게일의 노래>


 

세 번째 섹션은 마티스가 직접 무대부터 의상, 작은 소품까지 신경썼던 발레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발레 공연 영상과 함께 마티스가 디자인한 무대의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가 회화에서 뿐만 아니라 무대 디자인, 의상 디자인등 여러 곳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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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일본의 황제가 중국의 황제에게 선물한 기계식 새를 다룬 안데르센의 동화를 각색한 공연인 <나이팅게일의 노래> 의상 사진이다.

 

그가 디자인한 의상들은 오늘날의 무대에 올려도 될 정도로 어색하지 않으며, 극의 배경에 대한 고증이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마티스가 추구하던 추상적인 형태 또한 결합하여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의상 옆에는 스크린으로 이 의상을 사용한 공연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그저 의상을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보다 이 의상이 무대에서 얼만큼 빛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SECTION 4.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


 

네 번째 섹션은 그가 시집에 넣으려 제작했던 삽화들을 볼 수 있다. 1932년에 발표한 말라르메의 <시집>에서 그는 29점의 삽화를 선보였는데, 그의 드로잉처럼 부드러우며 심플한 삽화는 시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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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 있는 삽화에서도 그의 신념을 볼 수 있다. 삽화들은 모두 부드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심플한 형태를 사용하며, 자세한 묘사를 없애므로써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는 당시의 <시집>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됐을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각자 시를 보며 느낀 감정 그대로 삽화를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마티스가 의도했던 점인 듯 했다.

 

 

 

SECTION 5. 로사리오 성당


 

그는 회화, 디자인 등의 여러 방면에서도 활약했지만, 또 그가 두각을 나타낸 분야가 있었다. 바로 '공예'이다. 이 다섯 번째 섹션에서는 그가 디자인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재현한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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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로사리오 성당에 사용될 스테인드 글라스 제작 뿐만 아니라, 실내벽화 및 실내장식, 사제복 등 거의 모든 부분을 감독했다. 또 이 스테인드 글라스에서는 특별한 점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마티스의 상징 같은 붉은 색을 사용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파랑, 노랑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에서도 붉은 색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바닥에 비추어진 스테인드 글라스의 잔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비록 이곳에 놓인 작품은 태양광을 받지 못하기에 붉은 색을 띄지는 못하지만, 실제 로사리오 성당에 놓인 작품은 밖에서 햇빛이 들어와 글라스를 통과하게 되면 바닥에 놓인 잔상이 붉은 색을 띈다. 붉은 색을 사용하지 않아도 붉은 색을 볼 수 있도록 설계 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을 보며 '매일매일 다른 붉은 색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렇듯 마티스는 추상적이고 자유로운 동시에 이를 위해 굉장히 설계적으로 작품을 제작한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화가였음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작품, 여러 가지 해석


 

도슨트 설명을 한 시간 정도 듣고 다시 첫 번째 섹션으로 돌아가 작품들을 다시 보니, 설명을 듣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품 속에서 살짝살짝 숨겨져있는 아라베스크, 그가 사랑했던 식물들, 그리고 그가 애정하는 창 밖의 풍경들 등. 그가 그렸던 모든 것들은 그가 사랑하는 것들이었고 작품들에서 그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대상을 관람객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보며 관람객들도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떠올리도록 설계해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서커스에서 공중 그네를 타는 그림을 그렸더라도, 내 눈에는 다른 것으로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마티스는 관객들에게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화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얼마 전에 그렸던 내 그림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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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halloween!' 3부작 중 마지막 그림인데, 그라폴리오나 인스타그램에서 예상과는 다르게 반응이 좋았던 그림이다. 나는 이 그림을 그리며 엄청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었는데, 예상 외로 보시는 분들께서 좋아해 주셔서 얼떨떨했던 경험이 있다.

 

전시를 본 후 이 그림이 왜 반응이 좋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니, 보는 이들로금 상상을 해줄 수 있는 그림이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에서 나오는 사람과 강아지는 뒷모습을 보이고 있어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온전히 관람객의 몫이기에 나도 모르게 관람객들에게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던 것 같다. 원래 그리려고 했던 사람과 강아지가 서로 부둥켜 안고 우는 그림을 그렸다면 아마 좋은 반응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앙리 마티스 특별전'은 그의 삶과 작품을 볼 수 있으면서도 상상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줄 수 있게끔 해줄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섹션 별로 구성이 잘 되어 있기에 지루하지 않게 핵심을 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앙리 마티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추천하지만, 특히 그림을 그리며 상상에 대한 고찰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전시가 끝날 무렵에는, 아마 가지고 있던 그림에 대한 고민이 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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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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