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홍제천과 유진 상가의 지하 예술공간 – 홍제유연 [시각예술]

[서울은 미술관] 홍제천 공공미술 프로젝트
글 입력 2020.11.2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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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유연.jpg

 

 

‘홍제유연(弘濟流緣)’은 50년 만에 다시 흐르는 홍제천과 유진 상가의 지하 예술공간을 부르는 새로운 이름이다.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사업을 통해 재탄생된 곳으로, 이음과 화합의 뜻을 담은 ‘유연(流緣)’은 새로운 문화 발생지로서 예술과 함께 다양한 교류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미이다.


1970년대 홍제천을 복개한 인공대지 위에 지어진 유진상가는 당시 최고의 주상복합아파트로 근현대 건축상을 보여준다. 또한, 군사용 방어 목적으로 설계되어 분단국가의 전시상을 보여주는 시대 문화의 사료였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 내부순환로 건설로 인해 건물의 일부를 내어주게 되면서 불행은 시작됐다. 지속된 재개발 논쟁과 건물 부분 철거 등으로 노후화된 유진상가는 오늘날 흉물로 인식되었다.


그동안 통제구역이었던 홍제천이 흐르는 유진상가 지하 공간은 ‘열린 홍제천로’라는 이름으로 50년 만에 개방되었으며 최근에 ‘홍제유연’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서울시는 100개의 기둥 사이로 흐르는 홍제천을 예술과 함께 지역 본래의 정서를 회복하고 화합하는 문화의 공간이자 열린 시대를 마중하는 다채로운 감각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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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된지 얼마 되지 않은 홍제유연은 출입구를 찾기가 까다롭다. 길 위에 제대로 된 표지판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은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도 “서대문구 홍은동 홍제천 유진상가 하부”라는 글만 적혀 있다. 다녀와서 알게 된 홍제유연의 입구는 유진상가 뒤쪽에 있는 홍제교 밑이다. 서대문 마을버스 정류장 ‘유진상가다리앞’에서 홍제천으로 내려가면 바로 보인다. 출구는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옆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홍제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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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유연 작품 배치도 ⓒ서울은 미술관

 

 

홍제유연의 출입구를 따로 생각하지 않고 들어가도 작품을 관람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그래도 홍제유연의 작품 배치와 전시 관람 방향을 고려한다면 입구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품과 설명문 간의 거리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반대 방향으로 들어온다면 전시 관람에 혼선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기 _팀코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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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환향녀 이야기에 비춰진 홍제천은 사회에서 억울하게 외면받던 여성들을 위한 치유의 장소였으며,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가장 따뜻한 하천으로 인해 겨울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인기있는 빨래터이자 만남과 교류의 장소로 구전된다.”

 

- 홍제유연 팸플릿 발췌

 

 

팀코워크의 ‘온기’ 작품은 치유와 만남의 장소였던 홍제천의 따뜻한 온기를 담은 빛의 향연을 표현했다. 작가는 ‘널리 구하다(홍제: 弘濟)’라는 뜻을 가진 홍제천에서 사람 중심의 정서 회복을 기원했다.


홍제천의 기둥 사이에 ‘⊓’형으로 자리 잡은 빛은 흐르는 물에 반사된 빛과 합쳐져 어두운 내부를 밝은 온기로 감쌌다. 일렁이는 물 위에 견고하게 자리한 네모난 빛은 아름다웠다. 빛의 색이 앞에서부터 차례로 변하기 시작할 때는 보이지 않는 홍제천의 어둠 속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듯했다.

 

‘온기’의 빛은 어둠을 무섭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 속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주로 붉은색을 띠며 변화하는 빛은 따뜻했다. 과거 홍제천이 상징하던 온화한 정서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온기를 담은 장소의 상징성과 평온한 정서를 빛의 향연으로 아름답게 재현했다.

 

 

 

SunMoonMoonSun,Um... _윤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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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은 해(日)와 달(月)이 결합해 ‘밝다’라는 의미를 갖는 문자로 음양의 대비적 의미가 모여 상보의 의미를 전한다. 자연 빛이 결여된 홍제유연 공간에 문자 그대로의 ‘밝음’을 전하는 의도를 갖는다. / 음(音)은 갑골문에서 말씀 언(言)과 같은 모양으로 소리와 말, 자연과 문화의 구별이 없던 시대의 기원이 담긴 문자이다. 작품 앞에서는 공간에 담긴 말, 소리, 소음에 좀 더 집중하게 하여 우리 주변의 소리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순간을 제공한다.”

 

- 작가노트 발췌

 

 

윤형민의 ‘SunMoonMoonSun,Um...’ 작품은 문자가 기원하는 의미를 이해하며 공간에 담긴 빛과 소리를 재정의하고 있다. 자연·인공과 같은 상대적 관념이 서로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는 관계를 상징한 문자의 개념과 만나 먼 과거부터 흐르던 홍제천의 시간과 공간을 관통한다.


작품은 한자 밝을 명(明)과 소리 음(音)이 홍제천 위에 거꾸로 놓여있다. 수면 위에 투영된 문자는 관람객에게 똑바로 보이지만 물에 의해 흐려져서 빛의 뭉텅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렷하지만 거꾸로 된 문자와 흔들리지만 바로 된 수면에 비친 문자는 실제와 반영의 시각적인 대립을 보여주면서도 떨어뜨릴 수 없는 상보적 관계를 나타낸다. 또한, 홍제천의 흐르는 물소리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수면에 닿는 소리는 어둠 속의 고요한 공간에서 큰 울림을 준다. 과거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에서 명(明)과 음(音)은 새롭게 시작하는 홍제천의 환경을 색다른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외에도 빛의 이미지로 그려낸 뮌(Mioon)의 ‘흐르는 빛, 빛의 서사’, 3D 홀로그램 기술로 구현된 사운드 아트 진기종의 ‘미장센_홍제연가’, 홍제천의 인공 숲길을 조명 예술로 만든 팀코워크의 ‘숨길’ 등이 있다. 전시된 모든 작품은 총 8개로 홍제천의 특수한 환경을 이용하여 흐르는 물길을 따라 빛, 소리, 온도 등 보이지 않는 생명과 자연을 표현했다.


***

 

‘유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홍제천의 숨겨져 있던 낯선 공간은 예술과 함께 유연한 태도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아쉬웠던 부분은 표지판의 부재로 인해 찾기 힘든 출입구와 작품과 설명문의 부적절한 위치이다.


“홍제역 1번 출구에서 약 500m 이내”라는 정보만 알고 갔다가 마주한 광경은 혼돈 그 자체였다. 세 명이 나란히 걸으면 어깨가 닿을 듯 좁은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과 바로 옆 도로를 꽉 채우는 차들, 그 위에 있는 내부순환로에서 들리는 차들의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뒤늦게 인터넷을 뒤적였으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반대 방향으로 관람하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 전시를 감상하는 것에 큰 상관은 없었지만, 전시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작품과 설명문이 멀리 있는 경우 설명문이 어떤 작품을 소개하는지 헷갈린다. 이에 설명문 상단 왼쪽에 픽토그램을 그려 넣어 혼선을 줄였지만 ‘SunMoonMoonSun,Um...’처럼 멀리 떨어진 작품이나 ‘숨길’처럼 긴 호흡으로 관람해야 하는 작품은 픽토그램을 보고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도 아쉬움보다 ‘홍제유연’이 가진 특별한 공간의 발견과 새로운 문화 장소의 탄생을 봤다는 기쁨이 컸다. 무엇보다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쓰임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던 홍제천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더불어 홍제천과 유진상가의 인연을 홍제유연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가진 장소로 변화시키며, 예술의 유연한 사고로 주변과 소통하는 열린 공공공간으로 만들었다.

 

어둡지만 빛을 잃어버리지 않은 따스한 공간으로 거듭난 홍제유연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예술이 흐르는 물빛길 '홍제유연'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48-84

홍제교 인근 유진상가 지하

(서대문구 마을버스 정류장 '유진상가다리앞')

 

2020.07.01 ~ (상설운영)

매일 10:00 ~ 22:00 (무료 자율 관람)

 

 

 [참고자료]

홍제유연 작품 설명문과 팸플릿

“홍제유연, 2019” 서울은 미술관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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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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