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허한 마음을 채우는 결혼식 '립반윙클의 신부' [영화]

글 입력 2020.11.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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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거짓말을 잔뜩 해버렸다”

 

SNS [플래닛]이 자신의 전부인 ‘나나미’는 [플래닛]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에게 거짓말을 잔뜩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다.

 

“어쩌면,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다시 세상에 혼자 남게 된 ‘나나미’는 [플래닛]을 통해 프로 서비스 맨 ‘아무로’의 도움을 받고 ‘립반윙클’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정체 모를 인물과도 친구가 되는데….

 

과연, 그녀는 진짜 세상과 만날 수 있을까?

 


‘러브레터’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 ‘립반윙클의 신부.’ 영화는 나나미(쿠로키 하루)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도쿄에서 혼자 자취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는 그녀. 현실은 계약직 교사 전전에 학생들의 은근한 무시는 그녀를 허무하게 한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SNS 플래닛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소통창구이다. 어쩌다보니 SNS에서 만난 남자와 손쉽게 결혼까지 골인. 부족한 하객 수도, 엄마의 빈자리도 돈만 지불하면 SNS를 통해 쉽게 메꿀 수 있다.

 

하지만, 교사 계약을 따내지 못해 도망치듯이 한 결혼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청소하다 발견한 여자 귀걸이.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다. SNS에서 만난 프로 서비스 맨 아무로(아야노 고)에게 상황을 알아봐달라고 요청하지만, 오히려 그녀가 바람을 핀 것처럼 오해를 사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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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내쳐진 현실에서 방황하는 나나미. 아무로의 도움으로 하객 아르바이트를 하다 마시로를 알게 된다. 립반윙클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마시로(코코). 이후 아무로가 소개한 고액의 일자리. 저택에 살며 청소만 하면 되는 간단한 아르바이트다. 여기서 다시 만난 마시로. 둘은 마음을 터놓으며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아픈데도 꼭 일을 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는 마시로. 그렇게 돈이 필요했던 이유는 이 저택이 마시로의 것이고, 그 집세를 내기 위해서였다. 무리해서라도 큰 집과 얻고 나나미를 고용한 건 진정한 친구를 얻고 싶었기 때문에. 마시로의 진심에 그녀는 마음을 열고 마음을 터놓기 시작한다.

 

 


1.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진심



마시로가 저택의 고용주였다는 점 외에도 영화에는 한 가지 더 큰 반전이 있다. 사실 마시로는 말기 암 환자였고 같이 죽을 사람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죽을 사람이라고 하면 아무도 자원하지 않을 테니 중개업자인 아무로에게 돈을 지불하고, 아무로가 그 대상으로 골랐던 게 나나미였던 것이다.

 

포르노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동네에서 쫓겨나고, 엄마에게 버림받아 외로이 삶을 떠돌았을 그녀. 떳떳이 밝히지 못할 직업 때문에 누군가와 진솔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보듬어주는 나나미의 진심에 마음의 구멍이 채워지고, 그녀는 홀로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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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미에게도 마시로는 특별한 사람이다. 좀처럼 따낼 수 없었던 정규직 교사와 학생들의 조롱, 현실의 도피처로 선택했던 결혼마저 엎어진 후, 그녀는 인생의 길을 잃었었다. 마시로는 어디에서나 밀려나기 바빴던 나나미를, 진심으로 필요로 해준 유일한 사람이다.

 

비록 같이 죽을 사람을 찾기 위해 나나미를 고용했지만, 그녀와 함께 살 집세를 벌기 위해 아픈데도 병원에도 가지 않는다. 처절하다시피 일자리로 향하는 마시로를 보며 나나미의 마음은 활짝 열린다. 지금까지 이렇게나 자신을 필요로 하고, 관계를 지키기 위해 몸을 불사른 사람이 있던가.

 

영화 초반의 어둡고 힘없는 표정은 점차 밝아진다. 마시로를 통해 그녀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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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나오는 두 번의 결혼 장면을 통해 나나미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초반의 결혼식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에서의 결혼식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이상적인’ 결혼식을 위해 가짜 하객을 채워 형식적인 축하를 받고, 빈 어머니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온 가족이 연기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결혼식에 나나미의 표정은 밝지 않다. 칙칙한 색조마저 그 분위기를 더한다. 하지만 마시로와의 결혼 흉내에서는 기쁨에 젖은 새신부의 얼굴을 하고 있다.

 

우연히 구경하게 된 웨딩샵에서 드레스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두 사람. 정식 결혼식도 아니고 축하해주는 하객도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의 얼굴은 잊고 있었던 관계의 ‘본질’을 일깨워준다.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해주고 믿는 진심. 의도는 불순했던 접근이었지만 마시로와의 만남은 나나미가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었다.

 



2.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



마시로에게 자신을 돈으로 고용한 이유를 묻는 나나미. 마시로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게 간단하게 행복이 손에 들어오면 나는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아. 그러니까 적어도 돈을 써서 갚는 게 편해.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부서질 것 같아”


사실 나나미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건을 사는 듯이 결혼도 편하게 손에 넣었다. 쉽게 뺏길까 무섭다.”


잠깐의 호의는 어디에든 있다. 슈퍼에서 산 물건을 부지런히 담아주는 직원의 손이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이름 모를 행인의 호의.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일시적인 것, 언제든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잠깐의 행복이다.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마시로는 진정한 호의와 관계에서 오는 영원한 행복을 원했다. 결국, 자신과 같이 죽어줄 사람을 찾기 위해 아무로에게 돈을 지불한다.

 

사실 병원에서 제때 치료를 하면 더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시로는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사람이었고, 몸에 흉터를 남길 수 없다며 수술을 포기했다. 목숨까지 포기하며 악착같이 돈을 버는 이유는 나나미와 살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 집이 있어야 나나미의 옆에 있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


나나미 또한 남편의 가족에 비해 적은 하객 수를 채우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본래 하객은 부부로서 처음 시작하는 두 사람을 응원하고 앞날을 축하하는 데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축하보다도 ‘머릿수’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된 현실을 잘 비추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그야말로 만능이다. 아무로도 의뢰 내용이 무엇이든지, 심지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라 하더라도 돈만 주면 그것을 아무런 악의 없이 실행한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까지 버려가며 돈을 버는 것. 진실한 마음을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 무시 받지 않기 위해 사람을 사는 것. 돈이 없으면 행복도 보장할 수 없다. 사람의 감정마저 돈이 좌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3. SNS라는 가상 공간



SNS 플래닛은 나나미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수많은 양의 정보가 넘치는 공간이기에 그녀가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이 되기도 했다. 특히, 플래닛이 아니었다면 립반윙클이었던 마시로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의 인생을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도 않은 바람 동영상이 시댁으로 전해지거나, 그녀가 계획했던 인생대로 흘러가지 못하게 한 것 역시 플래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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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아무로는 SNS를 의인화한 인물라는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것들을 알고 있으며 적절한 타이밍에 도움을 주지만, 나나미를 이혼하게 만든 동영상을 시댁으로 보낸 것도 바로 그였다. 심지어 같이 죽을 사람을 찾는 일자리도 산뜻하게 포장해 그녀를 보낸다. 사람이라면 응당 일말의 죄책감을 보일만 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그는 변함없이 그녀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그가 곧 SNS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면 아무런 조건 없이 답을 알려준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에게 해가 되는 정보도 그대로 노출한다. SNS는 선악이나 도덕을 판단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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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미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그에게서 받는 정보를 모두 신용하고 따른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지 못하고 아무로에게 그저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비단 바람 동영상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앗아가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그녀가 미련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영화 밖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 SNS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수많은 정보를 얻고 이것을 통해 삶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엔 맹점이 있다.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니며 잘못된 정보, 나에게 위험이 되는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스스로 잘 판단하여 선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나나미는 SNS에서의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용하여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SNS를 활용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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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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