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팬심으로 써내려간 소설 - 문학으로 덕질하다
-
좋아하다보니 좀 더 알고 싶었던 것이고 나아가서는 그들 인물에 관해 쓰고 싶다는 욕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죠
- 작가의 말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란 뜻의 단어 '덕질'이있다. 그리고 이 덕질이 바탕이 되어 나온 창작물 중 '팬픽'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정의를 살펴보면 팬 작가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욕망을 반영한 글쓰기를 통해 원작이 구현하지 못한 잠재적 가능성을 탐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오랜시간 작가가 좋아하던 예술가들(또는 소설화시킨다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만한)을 향한 작가의 덕심이 가득한 팬픽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대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애정이 필요할까? 아무리 애정이 있는 것이라고 한들 이를 글로 풀어내는 것은 생각만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글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자주 생각하고, 큰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 인물 9명과 외국 인물 8명을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작가는 총 17명을 대상으로 스마트소설을 만들어냈다. 스마트소설이란 짧은 형식 안에 깊은 내용을 담으려는 픽션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스마트소설은 기존의 단편소설에 비해 분량이 적다. 17편의 소설이 들어있지만 가볍지 않은 내용이 가벼운 분량으로 담겨있다.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김명순'과 '나혜석' 이 아닌가 싶다. 처음 책을 폈을 때는 작가가 인물을 대상으로 소설을 썼다는 내용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현실의 이야기를 담은 듯한 글이 적혀있었다. 김명순의 이야기는 그와 그의 친구가 대화하는 내용으로, 나혜석의 이야기는 세상을 떠난지 70년도 지난 나혜석의 영혼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함과 동시에 현대시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명순과 나혜석은 마지막은 너무도 슬펐다. 가난에 시달리다 타국에서 정신병으로 사망했다고 전해지는 김명순과 길거리에서 신원미상으로 객사를 한 나혜석. 시대를 앞서나갔던, 그래서 그 끝이 더 마음아프게 다가오는 둘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듯 하다. 김명순의 이야기는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왔고, 나혜석의 이야기는 부디 그녀가 소설과 같은 생각과 마음이기를 바라게 했다.
다만 책을 읽으며 작은 우려의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소설이라고 명시를 해 놓았지만, 김명순과 나혜석편은 그들의 입장에서 소설을 풀어냈기에 소설이 아닌 실제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이 쓰여지긴 했으나 주인공들의 생애와 관련하여 정확한 사전지식이 없을 경우, 소설의 내용을 쓰여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작가가 예술가들에 대한 애정이 크기에 소설에 사실감이 잘 담긴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자칫 잘못하면 소설이 현실의 일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한국 인물 9명과 외국 인물 8명을 향한 작가의 팬픽을 모두 읽었다. 17명의 인물을 덕질하며 소설을 써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소설마다 인물 한 명 한 명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애정을 넘어 소설까지 쓰게 한 예술가를 향한 작가의 덕질. 그만큼 마음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에 부러움과 놀라움을 선사해준 책이었다.
*차례작가의 말한국인물스마트소설김명순 _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해 보아라이병헌 _ 종만이, 꿈을 이루다마광수 _ 금빛 눈의 여자박진영 _ 은발의 댄서오윤 _ 칼들의 노래나혜석 _ 후회하지 않아이상 _ 술집 광주지훈 _ 덕질하는 자, 성덕의 꿈을 꾸는가이상봉 _ 열한 번째외국인물스마트소설데이비드 보위 _ 실은 나 화성인이야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_ 뱀파이어 소녀샤를 보들레르 _ 집사 애인알렉산더 맥퀸 _ 내가 잭이다에이미 와인하우스 _ 파파라치 컷장 미셸 바스키아 _ 스타가 될지도 몰라파트리크 쥐스킨트 _ 나의 창조자이시며 나를 소멸시킨 자재니스 조플린 _ 첼시호텔 411호
문학으로 덕질하다- 인물스마트소설 -
지은이 : 신중선
출판사 : 문학나무
분야한국소설
규격128*210mm / 올 컬러
쪽 수 : 224쪽
발행일2020년 10월 30일
정가 : 15,000원
ISBN979-11-5629-108-4 (03810)
저자 소개
신중선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출판잡지를 전공했다. 장편소설로 『하드록 카페』 『비밀의 화원』 『돈워리 마미』 『네가 누구인지 말해』가 있으며 소설집으로는 『환영 혹은 몬스터』 『누나는 봄이면 이사를 간다』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고요한 인생』이 있다. 2018년 소설집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우수문학으로 선정되었다.[김태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