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위암수술, 그 후에 오는 것들

암환자 보호자의 이야기
글 입력 2020.11.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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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술, 그 후에 오는 것들


암환자 보호자의 이야기

[에세이] 8호실 환자 보호자인데요 후속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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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곁에서, 환자와 일상을 함께하고 있으면 정말 건강 밖에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돈이 있으면 건강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돈이 있다고 해서 잘려나간 위를 다시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엄마 손을 잡고 산책을 하다가 품 안에 은행잎이 떨어진 적이 있다. 그순간, 어릴 적 친구가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 은행잎을 쥐고 엄마의 건강을 빌었다. 부디 이루어지기를.

 



1. 음식


 

위암 수술 후 회복이 되면 미음으로 시작해서 흰죽과 계란찜, 두부 같은 반찬이 환자식으로 나온다. 사이사이 간식으로 요거트나 두유, 환자영양식이 나오는데 우리는 담당 교수님이 환자 간식으로 나오는 제품을 탐탁치않게 여겨서 부랴부랴 집으로 유기농 요거트와 바나나를 주문하고 병원 마트에서 100% 과일만 들어간 유기농 주스를 사왔다.

 

위를 반이나 절제했고 식사를 최대한 나눠서 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간식을 찾았다. 카스테라나 백설기빵, 요거트, 밤, 연두부, 과일 정도를 샀는데 빵종류는 소화가 잘 안되고 달아서 초반에 먹다 말았고, 주기적으로 먹고 있는 건 요거트와 과일, 그리고 밤이다. 다만 하루에 먹는 요거트가 40g 남짓, 과일 몇 조각, 밤 몇 알 정도기 때문에 위암환자를 위한 간식은 소량으로 먹을 수 있는 걸 추천한다.


퇴원 후 한동안은 죽을 먹는다. 기력이 없기도 하고 병원에서 미음과 흰죽과 정말 소량의 반찬만 먹었기 때문에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양도 많지 않다. 밥그릇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죽을 시작했다. 주간 먹으면 질릴까봐 중간에 잔치국수와 메밀국수를 도전했었는데 면을 오래 씹으니까 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해서 두어 번 먹고 포기했다. 대신 토마토 스튜를 끓였는데 고기가 없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토마토 스프로 선회했다. 하지만 죽과 스프 모두 멀겋고 맛이 약하기 때문에 오래 먹기는 힘들었다.

 

죽~진밥~밥으로 넘어가면서 누룽지도 같이 먹었고, 두부와 채소를 넣은 멀건 된장찌개를 먹기도 했다(물론 국물은 제외) 밥을 시작했으니 비건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포장해오기도 하고, 커리와 함께 두부면을 먹기도 했다.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환자가 먹고 싶은 음식이 늘어나는데 이때 하나씩 도전해보고 소화가 되는 음식을 찾아야 한다. 오늘 저녁 메뉴는 복국이었다.

 

 

 

2. 보험


 

보호자가 퇴원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간호데스크에 가서 보험회사에 제출할 서류 요청하기. 퇴원 후 2주 뒤에 다시 진료를 보지만, 이왕이면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암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이하 실비) 두 가지를 준비하는데, 보험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암보험에 필요한 병원 서류는 ‘진단서, 검사결과서, 입퇴원 확인서, 진료비 영수증, 수술확인서’정도가 있고 실비에는 ‘진단서 또는 입퇴원 확인서, 진료비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가 있다.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청구하는 경우, 등기로만 신청을 받은 보험회사가 있으니 이 부분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서류가 부족하다고 추가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이후 진료 때 받으면 되는데, 나는 위의 서류와 청구서를 작성해서 암보험을 든 보험회사에 제출했고 사흘 뒤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위암 중 질병코드가 C.16.9의 위유암종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분류 코드로는 암이지만 암종(carcinoma)가 아니라 경계성 종양으로 보는 경우가 있고, 현장심사나 자문을 통해 경계성종양으로 코드가 바뀌는 등 보험금 분쟁이 생긴다고 하니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3. 회복 과정


 

수술 후 1~2개월 동안은 체중이 10% 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이체중이 크게 줄어들면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고 해서, 환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영양분을 챙기기 위해 신경 썼다. 초반엔 죽이 편하다지만 죽만 먹어선 영양이 부족하니 주의해야 한다.

 

사실 보호자 입장에서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다. 식사를 적게 하면 살이 빠지고, 과하게 먹으면 덤핑 증후군이 온다고 하는데 내 몸이 아니니 적정선 찾기가 어려웠다. 가능한 식사시간이 빨라지지 않게 주의하고,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이 많지 않다 싶으면 마지막 식사 후 간식을 챙겼다. 아직까지 덤핑 증후군은 오지 않았고, 체중 감소는 10% 이내다.


위암 환자는 20-30분간 식사를 한 뒤 30분간 살짝 기대앉아서 소화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다음 가벼운 걷기를 통해 장운동을 해준다. 병원에서부터 밥을 먹고 쉬고 병원 산책을 했다. 병동 내에서만 산책하면 금방 질리기 때문에 옥외휴게실을 찾아 번갈아 가면서 돌아다녔다. 수술을 마친 환자가 내내 의료진과 환자만 보는 건 회복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기분 전환할 수 있게 옥외휴게실을 이용했다.

 

퇴원하고서는 하루 한 번씩 동네 산책을 나간다. 수술 후 체력이 많이 떨어져있고 식사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산책이 과해지면 쉽게 피로감을 느껴서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한 시간 내외로 시간을 조절해서 걷고 있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환자가 가사활동을 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몸에 무리가 될 수 있으니 최소 3-4주가 지난 후에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직장인의 경우 수술 후 한 달이 지나면 복귀할 수 있다고 하는데, 환자의 말을 들어보니 한 달이 지나면 슬슬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체력이 뒷받침 된다면 의사와 상담 후 한두달 내 복직을 한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육체활동을 배제할 수 없는 환경이라 발병 후 퇴직을 했고, 다시 일을 시작할 지는 미지수이다.

 

*

 

이 글은 지난 한 달 간 내 일상이다. 내 관심사는, 주된 화제는 모두 환자의 안녕이다. 암 초기이더라도,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더라도 암환자에게 일상은 더디게 찾아온다고 누구도 얘기해주지 않아서 환자도, 보호자도 전과 같지 않은 날들을 보내는 건 쉽지 않다는 걸 몰랐다. 일상을 되찾기 위해 조금씩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이러다보면 저 멀리서 일상이 마중 나올 준비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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