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메르에릴과 한러대화가 함께 하는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음악회(독도사랑축제)

예술이 주는 고독과 상념 속에서
글 입력 2020.11.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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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클래식 콘서트를 보고 왔습니다. 롯데콘서트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공연장이라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가장 좋은 곳에서 첫 클래식 공연을 보다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현악 오케스트라와 대금, 해금의 국악 연주가 곁들여진 이색적인 공연이었습니다. ‘라메르에릴’은 바다와 섬이라는 뜻으로, 독도 사랑을 예술로써 실천하는 비영리 단체와 한러대화와의 조합입니다. 프로그램 북을 보니 두 단체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단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악기만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의 연주여서인지 물 흐르듯 유연하고 부드러운 음색들을 2시간 넘게 듣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피곤이 풀리는 기분이 들어 참 좋았습니다. 2부의 곡들은 특히나 부드럽고 우아한 곡들이어서 긴장감이라곤 전혀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앙코르 곡으로 ‘백야’를 연주했는데 집으로 가는 동안 내내 입안에 맴돌았다. 겨울인 듯 가을인 듯한 밤에 참 잘 어울렸습니다.

 

1부의 두세 번째 순서인 이영조와 임준희의 창작곡은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우리나라의 굴곡진 역사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한민족의 자부심을 표현한 곡이라고 합니다.

 

특히 임준희의 곡은 국악기인 대금과 해금에 소프라노 성악까지 어우러져 아주 멋졌습니다. 현악 오케스트라의 서양 현악기 소리에 대금의 소리가 얹혀 질 때는 살짝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부드러운 바람 소리 사이로 청량한 새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1악장이 독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는데 홀로 있으나 결코 흔들리지 않는 맑고 꿋꿋한 모습이 대금의 소리로 표현된 듯했습니다.

 

2악장에서는 해금이 서양 현악기와 어울렸습니다. 같은 현악기지만 소리의 맛이나 빛깔이 정말 아주 달랐습니다. 제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해금은 정말 우리 민족성을 드러내는 악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루뭉술하게 굴러가는 듯하다가도 고난이나 시련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단단해지는 모습, 소박하고 정겨우면서도 해학이 있는, 서사를 담고 있는 소리라고 느꼈습니다.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협업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지만 이번 연주를 보며 이런 연주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금 연주자는 전체 해설을 맡기도 했는데 단 한 번의 출연이라니 정말 너무 아쉬웠습니다.

 

성악 부분은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자리 탓인지 소프라노의 소리가 작게 들린 데다가 가사 전달이 전혀 되지 않아 미리 프로그램 북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가사에는 전혀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무대 뒤에 자막이라도 띄워 가사를 알려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환희>가 끝났을 때 이런 점이 아쉬워 <독도 환타지>를 듣기 전 무대가 정리되는 시간에 얼른 프로그램북을 펴서 가사를 조금 봐두었으나 역시 가사 전달이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성악곡의 감상법이 따로 있는건지, 어떻게 하면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2부의 러시아 음악들 중 라흐마니노프의 가곡 <그루지야의 노래>와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 모두 자주 들어본 곡은 아니었지만 좋았고, 집에 가서 다시금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공연장이 있는 잠실은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휘황찬란한 인공적인 빛들이 도시를 밝힌다 한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축제를 즐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음악회나 콘서트 등을 관람할 때면 약간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며 음악을 배경 삼아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기도 합니다. 특히나 거리 두기를 하며 앉으니 더더욱 혼자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나면 마음이 바닥에 착 붙어 뛰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넓고 고요한 미술관에서, 책 냄새 물씬 나는 도서관에서, 웅장한 콘서트홀에서, 예술만이 줄 수 있는 귀중한 고독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은 클래식 채널 아르떼TV에서 생중계되었으며, 찾아보니 전체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어있길래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영상을 덧붙입니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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