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가영? [음악]

내가 사랑한 뮤지션 01
글 입력 2020.11.1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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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외로워질 때는 언제일까?

 

물론 인간은 각자 다 다르므로 천차만별일 테지만, 아무도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거나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외로워지는 건 누구나 다 같을 것이다. 그렇게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을 때, 나의 안부를 따뜻하게 물어오는 누군가가 있다면 반갑기 그지없을 테다.

 

싱어송라이터 '안녕하신가영'의 음악은 언제나 그렇게 반갑고 따뜻하게 나의 안녕함을 걱정하는 인사를 건네는 음악이다.

 

그래서일까. 안녕하신가영의 노랫말은 혼잣말이라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직접 건네는 이야기 같다. 일기장에 적힐 법한 속마음을 조곤조곤 담아내면서도, 듣는 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편지글 같은 가사다. 그리고 노랫말 속 화자는 주로 ‘나’, 청자는 주로 ‘너’로 대변된다.

 

때로 그 둘은 ‘우리’ 라는 낱말로 묶이기도 한다. 그렇게 안녕하신가영의 노랫말은 더 이상 뮤지션 본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안녕하신가영의 음악을 듣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된다. 내가 ‘너’에게 전하고싶은 이야기, 혹은 어떤 ‘너’가 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어서 조금 더 가깝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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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더 어두운 밤 눈을 감으면 환하게 빛나는 밤 /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항상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눈을 뜨면 네가 없어서 눈을 감아야 너를 볼 수 있는 밤

너를 생각하면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안녕하신가영,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중에서

 

때로 이 노랫말은 내가 한 명의 ‘너’를 떠올리며 지새운 밤을 기억나게 하기도 하고, 혹은 어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지새웠을 밤의 어둠의 깊이를 짐작해보게 하기도 한다. 확실한 건, 이 노랫말이 내 인생에 똑똑 젠틀하게 노크를 하고 들어와 나의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안녕하신가영의 음악에는 어딘가 지난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화같은 면이 있다. 가사에도, 그리고 잔잔한 선율에도 연한 순수함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좋아하는 마음’은 말 그대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내 안에서 피어나고 상대에게 전해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의 언어로 풋풋하게 담아낸다.

 

‘숨비소리’는 물질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해녀의 삶과 어머니로서의 자식에 대한 마음을 담담하게 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은 왈츠 리듬 위에 피아노 선율을 얹은 따스한 동요 같은 음악이다. 여기에 노랫말은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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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없는 세상의 사람들은 사랑을 할 때 이렇게 하지 / 언제부터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너를 좋아한다고 / 혹시 내가 널 더 사랑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 오래오래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대할 수 있어서 좋겠다 - 안녕하신가영,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 중에서

 

어쩌면 백가영이라는 뮤지션의 목소리가 유달리 순수함을 간직한, 솔직담백한 매력이 있어서 음악이 더 그렇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안녕하신가영의 음악에는 순수함과 솔직함이 가득하다. 그리고 잔잔한 음악으로 전해지는 누군가의 솔직한 진심과 때묻지 않은 마음은 그 무엇보다 따스한 위로가 된다.

 

삶에서 크게 흔들렸던 순간, 나를 잡아준 것은 안녕하신가영의 음악이었다. 바닷가의 모래사장 위에 맨발로 서 있으면 얕은 파도가 천천히 다가와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듯 부담스럽지 않게, 또 천천히 스며들듯이 전해지는 위로는 그 어떤 강렬한 기쁨보다 큰 힘이 되었다.

 

가장 힘든 순간 때로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는 건 누군가가 나의 안부를 물어오는 것과 같이 단순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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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계절을 지나 따뜻한 봄이 오면 나를 걱정한다던 너의 그 마음을 알까 / 얼어붙은 날들을 지나 따스한 내가 되었으면 하는 외로운 계절 하나 - 안녕하신가영, ‘겨울에서 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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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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