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이지 않는 장벽에 관해 - 마틴 에덴 [영화]

글 입력 2020.11.1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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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처럼 말하고 당신처럼 생각하고 싶어요."


 

영화 <마틴 에덴> 속에서 초등교육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노동자(선원) 마틴 에덴'이 우연히 알게 된 '부유층 집안의 엘레나'와 사랑에 빠지고 엘레나에게 한 말이다.

 

가난한 남자와 부유층의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멜로 영화 <마틴 에덴>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생의 본질적인 주제의식'을 담은 다큐 영화에 가깝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마틴 에덴'의 모습을 보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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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상류층 엘레나를 동경하며 그녀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었던 마틴 에덴은 책을 읽고 문법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 그녀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비록 안정적인 수입 없이 글 쓰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오래 받지 못한 그의 글 역시 많은 거절을 당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녀와 함께하고 싶은 열정으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쓴 결과, 잡지사에 드디어 글이 실리며 마틴 에덴은 작가로서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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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계급과 이념 갈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이탈리아에서 마틴의 꾸준한 공부와 작가로서의 활동은 마틴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었고, 마틴 에덴은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이념 갈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반기를 들게 된다.

 

마틴은 상류층의 다소 보수적인 자유주의도, 노동자 계급의 시위가 주장하는 사회주의의 편도 아니었다. 자유주의이건, 사회주의이건, 보수 성향이건, 진보 성향이건, 집단의 방향성을 정하기 이전에 '개인'을 바라볼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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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마틴의 이데올로기를 향한 반항은, 태생부터 상류층인 엘레나 집안에겐 그저 가난했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지식인이 된 자의 '불쾌한 기어오름'에 불과했고, 결국 '출신 계급'의 장벽을 넘지 못한 둘은 멀어지게 된다.

 

마틴 에덴은 엘레나를 동경하는 마음만으로 부와 명예를 얻고, "엘레나처럼 말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지식을 탐닉하던 초롱초롱한 눈빛과 순수한 모습 대신에 이념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 사랑과 열정을 잃고 빈 껍데기로 살아가는 모습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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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에 의해 철저하게 좌절된 삶의 의지, 그리고 남은 환멸.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꿈을 꾸고 싶었지만 홀로 남아 내면적인 방황만 겪게 된 마틴 에덴의 정서적 변화를 마치 1인 2역처럼 연기한 배우 '루카 마리넬리'와 그러한 마틴처럼 투박하고도 거친 연출이 만난 영화 <마틴 에덴>은 결국 마틴 에덴이 외쳤던 '개인주의' 사상처럼, '개인'의 내면과 그것에서 오는 의지가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게 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급을 뛰어넘어 엘레나의 세상에 다가가고 싶다는 열망과 함께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전반부의 마틴 에덴은 그 누구보다도 힘차게 걸었고, 하층민이지만 앞으로 자신이 그려 나갈 미래를 향해 자신만만한 모습을 내비쳤다.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시작했던 학업과 글을 쓰는 일이었기에 어떤 방해 요소들에도 기죽지 않고 불타올랐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상류층에 도달한 후반부의 마틴 에덴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 엘레나와의 '계급 간극'을 좁히지 못한 마틴은 더 이상 그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얻은 부와 명예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기에 갈 길을 잃었고, 앞으로 나아갈 이유도 없어졌다. 마틴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마틴의 몸은 비틀거렸다. 의지가 없는 마틴은 하층민의 삶을 살아갈 때보다도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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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꿈을 꾸고, 동경하고, 사랑했기에 발현될 수 있었던 마틴 에덴의 의지는 그가 그토록 원했던 엘레나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의지는 '보이지 않는 계급의 장벽'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순수한 사랑과 노력으로도 계급의 장벽을 넘지 못한 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환멸만을 안게 된 마틴 에덴의 모습을 보면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인생이 과연 "무엇으로" 좌우되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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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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