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을 좋아하세요? [공연예술]

한국 뮤지컬 시장은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
글 입력 2020.11.1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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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뮤지컬을 볼까? 공연예술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일까? 뮤지컬의 대중화와 한국 뮤지컬 시장의 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과 진솔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중에는 무대를 사랑하는 공연 애호가도 있었고, 뮤지컬이나 연극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 뮤지컬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미래에 관해서도 의논할 수 있었다.

 

그들과 나눈 솔직하고도 즐거운 대화를 이곳에 옮긴다.

 

* 인터뷰 대상자의 말맛을 살리기 위해 표기는 각자의 스타일에 따른다.

* 인터뷰 대상자의 이름은 뮤지컬 캐릭터의 이름으로 대체하였다.

 

 

 

1. 뮤지컬을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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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찾아보진 않는데 가끔 봐요! 사는 곳과 생활권이 지방이라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어요. 문화생활을 많이 즐기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 같아요.

 

대니) 싫어하는 편은 아닌데, 또 엄청 챙겨 보고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문화생활을 잘 안 해서요.

 

엘파바) 네, 저는 정말 좋아해요. 학교생활을 해서 뮤지컬을 많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요.

 

안나) 저는 좋아하는 편인데 볼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지금까지 본 연극들은 좋았어요. 연극이나 뮤지컬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에 비해서 저는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

 

히카루) 좋아하죠. 제가 그동안 많은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는 행위)’을 해봤는데요. 아이돌 덕질도 해봤고, 유튜버 덕질도 해봤고, 작가 덕질도 해봤어요. 그런데 뮤지컬만 한 게 없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 연기, 글 등을 다 합친 게 딱 뮤지컬이었어요.

 


 

2.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안나) 음, 저는 원래 가수 콘서트를 자주 갔어요. 그런데 콘서트가 주는 즐거움보다 연극이나 뮤지컬이 주는 즐거움이 더 다채로운 것 같아요. 콘서트는 어느 정도 틀이 정해진 공연이잖아요. 그런데 연극과 뮤지컬은 이야기, 음악, 연기가 모두 있는 공연이니까 매력 있고, 끝나고 나서도 더 여운이 남는 것 같아요. 그날마다 배우의 캐스팅이 다르니까 매번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요.

 

히카루) 저는 솔직히 윤소호 배우님의 얼굴과 목소리에 반해서 본격적인 ‘뮤지컬 덕후’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공연예술은 배우의 연기와 음악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관객이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예를 들어 제가 봤던 연극인 <엘리펀트 송>의 경우에는 관람할 때 잘 이해되지 않는 대사가 있었는데, 보고 난 후에는 퍼즐이 맞춰지듯이 극의 복선이 해석되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저는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꼼꼼하게 후기를 써요. 특히 숨겨진 반전이나, 많은 인물이 있는 극은 관람하면서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후기도 찾아보는 편입니다.

 

 

 

3. 기억에 남는 뮤지컬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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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뮤지컬 <영웅>이랑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공연>이요! 영웅은 영상으로 봤고,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실황 영상을 영화관에서 상영해 준 적이 있어서 그때 봤어요. 실제 공연장에서 보진 못해서 나중에 현장에서 직접 감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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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파바) 저는 지방에 사는데요. 중학생 때 서울에 가서 뮤지컬 <위키드>를 본 적이 있어요. 그게 기억에 좋게 남아서, 언젠가 뮤지컬을 더 보리라는 결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올여름에 2박 3일로 서울에 머무르면서 뮤지컬 세 편을 연달아 봤어요. 금전적 부담이 있긴 했지만, ‘에이 모르겠다!’ 하면서 모아둔 돈을 질렀죠. (웃음)

 

첫날에는 뮤지컬 <모차르트!>를 봤어요. 진짜 재밌었어요. 제가 ‘황금별’이라는 넘버를 정말 좋아하고 평소에 즐겨 부르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 곡을 감상한다는 건 소름 끼치도록 좋은 경험이더라고요. 둘째 날에는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을 봤어요.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의 연기가 완벽한 공연이었어요. 마지막으로는 <빨래>를 봤어요. 이 공연은 모두가 공감하기 좋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소극장 공연 특유의 매력이 있어서 좋았어요. 세 공연 모두 각각의 묘미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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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저는 ‘극단 소년’에서 했던 연극 <소년, 천국에 가다>로 처음 공연을 접했어요. 음악이 있는 연극이었으니까, 뮤지컬과 비슷한 장르 아닐까요?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인 피오의 출연 소식을 접하고 피오를 보기 위해 연극을 보러 갔지만, 공연을 보고 나니 작품 자체가 재밌어서 더 찾아보게 됐어요.

 


 

4. 뮤지컬 티켓이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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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뮤지컬은 단순 복제가 불가능하니까, 값어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배포’라는 개념이 있지만 뮤지컬은 그런 게 없잖아요. 물론 저 같은 대학생들에겐 살짝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죠. 그러나 뮤지컬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장점을 살리려면 현장에서 제 돈 내고 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히카루) 솔직히 비쌉니다. 우선 대극장 공연 같은 경우는 제작사들이 푯값을 계속해서 올리는 중이에요. 저는 지방에 살기 때문에 지방 공연으로 올라오는 극을 많이 보는 편인데, 지방 공연의 경우에는 할인이 잘 적용되지 않아서 너무 비싸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물론 그만한 돈을 주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뮤지컬이라면 좋겠지만, 모든 극이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티켓 가격이 비싸니까 공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적어지는 것 같고요.

 

대니) 저처럼 처음 뮤지컬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금액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공연이라면 뮤지컬 팬들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은 금액이겠죠. 그런데 저라면 3~5만 원 이상의 티켓은 구매하기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엘파바) 저는 뮤지컬 <모차르트!>를 예매하면서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런데도 실제로 보니까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었어요. 그 정도의 돈을 내고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공연이었죠.

 

안나) 저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원래 콘서트를 자주 보러 갔는데,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내가 이거 보자고 10만 원어치 티켓과 교통비 10만 원을 들이며 종일 고생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콘서트는 공연의 구성이나 예술적인 완성도보다 무대에 나오는 사람 자체를 보러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대신에 연극이나 뮤지컬은 공연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되죠. 저는 처음 연극을 보러 갈 때 피오를 보기 위해서 당연히 앞 좌석을 골랐는데, 그때는 내용이 눈에 잘 안 들어오고 뭔가 보다 만 듯한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뒷자리에서 예매해서 다시 보고 나니까 더 많은 감동이 남았어요. 그래서 공연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5. 뮤지컬이 영화나 TV 드라마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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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음, 뮤지컬은 큰 도시에서 많이 하고 가격 부담이 있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찰리) 동감해요. 저는 지방에 사니까 극장에 가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해요. 수도권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가려면 왕복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이 들어가니까…. 뮤지컬 그 자체가 가진 특장점을 살리려면 현장에서 봐야 하는 게 맞긴 하지만, 많이 접할 수 없는 게 현실이죠.

 

안나) 정리하자면 접근성과 화제성 때문이 아닐까요. 영화는 광고도 많이 하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배우가 나오잖아요. 하지만 뮤지컬은 누가 나오는지, 어떤 줄거리인지 찾아보지 않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죠.

 

히카루) 맞아요! 뮤지컬은 진입 장벽이 높은 장르에요. 보통 뮤지컬 하면 대부분 대극장 뮤지컬을 떠올리는데, 소위 ‘덕극’이라고 불리는 소극장 뮤지컬이나 창작 초연인 극들도 많아요. 그런데 이런 극들은 홍보가 잘 안되거나, 주어진 시놉시스만 보면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안 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저도 처음에 소극장 뮤지컬을 보러 갈 때 굉장히 어색했어요.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뮤지컬 산업이 많이 대중화되면 좋을 텐데 말이죠.

 


 

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찰리)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모두가 공연예술을 원활하게 접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공연 산업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엘파바) 저는 원래 뮤지컬 영화를 자주 봤는데, 실제로 뮤지컬을 보고 난 후에 정말 차원이 다른 경험을 했다고 느꼈어요. 여태까지 본 뮤지컬들은 정말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앞으로 제가 성인이 되면 더 많이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히카루) 현실적으로 뮤지컬 티켓 가격이 좀 낮아졌으면 좋겠고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공연계가 잠시 주춤한 상황인데, 상황이 더 나아져서 한국 공연이 잘 성장하길 바랍니다.

 

*

 

뮤지컬과 같은 공연은 'Now&Here', 즉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감상하는 예술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사실 누구나 미디어 콘텐츠를 손쉽게 향유할 수 있는 이 시대에, 특정 시간에 맞춰 특정 장소에 찾아간다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티켓을 예매하고 극장을 찾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위 인터뷰 내용에서 나타나듯이, 공연은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무대 위의 배우와 함께 웃고 울며, 그 순간의 희로애락에 함께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는 결심이 생긴다. 그러나 한국 뮤지컬 시장이 가지는 단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높은 티켓 가격, 홍보의 부족,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는 공연 시설 등 위의 인터뷰에서도 보여지는 문제점들이다.

 

공연은 관객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무대와 배우가 나오는 공연이라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공연예술에 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과 함께 성장했다. 그렇기에 뮤지컬 제작사들은 관객이 던지는 물음과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뮤지컬 시장의 장단점을 계속해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예술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공연은 전쟁 상황에서도 계속되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어려움을 버티고 일어나면 더 큰 빛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인류의 소중한 문화와 예술을 지키기 위한 공연계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연계를 응원하고 있음을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라는 다소 보편적이고 묵직한 메시지를 남기며 글을 마친다.


 

The Show Must Go On!

 

 

[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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