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글 입력 2020.11.0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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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우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아니요"라고 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책 제목과 눈이 맞아본 적은 있지만, 책 내용과는 눈이 맞아본 적은 없다"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책의 제목이 호기심이나 울림을 준다면 책의 내용을 깊게 살피지 않고 읽어버리는 일이 다반수다. 그만큼 책의 핵심을 담고 있는 책 제목에 눈이 맞아 손에 든 순간은 많았지만, 정작 그 속의 내용이 마음속 깊이 남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책과 눈이 맞은 순간은 어떠한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 이번 도서를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 책은 내게 조금은 어렵게 다가왔다. 처음엔 '그래서 왜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 거야?', '지금 이 내용이 제목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와 같은 질문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곧 이 책은 유영만 교수가 지금까지 책을 읽으며 사유했던 것들로 가득 찬 책이라는 것을 깨닫고, 책이 내게 어렵게 다가온 이유가 그의 사유의 길이가 길고도 깊어서임을 깨달았다.

 

"내가 읽은 글의 길이만큼,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치열한 사유를 깊이 파고들어 갔느냐의 정도에 따라 나의 사유의 깊이와 길이도 결정된다. 읽은 길이만큼 머릿속에 사유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고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길이를 결정한다 - 에필로그"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콘텐츠를 가볍게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미디어, 전시, 도서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학부시절 과제를 위해 콘텐츠 속에서 무엇이라도 얻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지, 졸업을 한 지금은 더욱이 의식적으로라도 가볍게 즐기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습관이 되었는지 대부분을 가볍게 넘어간다. 그래서 글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일까.

 

유영만 교수는 읽은 글의 길이만큼, 그 속에서 얼마나 치열한 사유를 깊이 파고들어 갔느냐의 정도에 따라 나의 사유의 깊이와 길이도 결정된다고 말한다. 책으로 만난 저자의 사유는 정말 길고도 깊었다. 순간 방심하여 눈동자만 글을 읽으면 저자의 사유의 끈을 놓쳐 미아가 되고 만다. 끈을 놓치기를 수십 번, 평소보다도 완독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렇기에 저자는 '독자는 철저하게 고독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글에 온전히 집중하고 책이란 광산 속 의미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앞서 말했듯 책은 저자의 사유로 가득하다. 중간중간 숱한 자기계발서적에서 한 번쯤은 읽어본 듯한 말들도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되는 문장들과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문장들도 함께이다. 그의 문장에 한 줄 한 줄 줄을 긋고 나면 어느새 나만의 취향이 묻은 문장모음집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긴 글을 읽고 나의 관점에서 발췌하고 요약하는 능력은 독서의 기본기이자 필살기라고 하는데, 이를 잊고 지냈음을 깨닫는다. 나만의 사유의 길이를 늘이기 위해서는 읽기의 길이도, 방식도, 연습도 필요함을 배운다. 우선, 책에서 모은 문장들을 보며 연습을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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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올해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우리 삶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사람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은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한 독서일 것이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발적인 질문이다. 독서가인 유영만 교수는 책과 눈이 맞아서 읽고 말았던 행복감이 몸을 관통하면서 남긴 얼룩과 무늬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사유의 흔적을 기록했다. 여기서 제시된 모든 글은 책에 빠졌던 독자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빠져나와 저자가 되어 지식을 창조하는 독서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체험적 기록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연결돼 있을 때 불안하지 않고 혼자 떨어져 있으면 외로움을 느낀다. 시간이 날 때마다 SNS에 연결돼 있는 나를 확인하려는 이유다. 이처럼 현대인들이 극도로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맺고 있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외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뭔가를 필요로 할 때 거절당하지는 않을지를 생각하면서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뭔가를 깊이 사색하고 성찰하는 생산적인 시간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절당한 소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외로움은 나는 원하지만 타인이 나를 버린 관계로 내가 느끼는 정신적 공허감을 지칭한다. 그러나 고독은 타인이 원하지만 내가 먼저 관계 속에서 떨어져 나와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며 반성하고 성찰하며 보내는 적극적인 자아발견 시간이다. 외로운 사람은 점점 더 외로움에 휩싸여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지 못하지만 고독한 사람은 책읽기를 통해 자기 내면과 대화를 한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에서 유영만 교수는 고독한 책읽기를 통해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참다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알려준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두꺼운 책을 읽기보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흐르는 조각글이나 짤막한 영상을 수시로 본다. 깊이 읽지 않고 대강 훑어본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대신에 영상을 보고 찍고 올린다. 읽는 행위가 보는 행위로 바뀌고 쓰기가 찍기로 바뀌면서 인지양식은 물론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영상 미디어가 대세를 이루고 텍스트를 대체하는 이미지 시대가 펼쳐진다고 해도 심오한 학문적 이론과 난해하고 복잡한 과학적 발견을 모두 이미지가 첨부된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전달할 수가 없다. 영상을 보기만 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주장하는 메시지를 내것으로 만들 수 없다. 오직 읽기를 통해 깨달음을 정련하고 쓰기를 통해 사유를 체계화해야 비로소 내것으로 체화된다. 읽고 쓰지 않으면 남에게 읽히고 쓰임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읽는다는 행위는 눈으로 시작하지만 뇌로 입력되는 순간 생각이 시작된다. 저자가 말하는 의도의 뒤안길을 걸어들어가 의미의 껍질 속으로 파고들어가야 한다. 저자의 의미가 묻혀 있는 책이라는 광산에서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를 캐물어야 한다. 내가 읽은 글의 길이만큼,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치열한 사유를 깊이 파고들어갔느냐의 정도에 따라 나의 사유의 깊이와 길이도 결정된다. 읽은 길이만큼 머릿속에 사유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고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길이를 결정한다. 긴 글을 읽지 않으면 우리의 사유도 거기에 상응해서 사유의 길이도 길어지지 않는다. 즉 짧은 동영상이나 짧은 글만 보면 내 사유의 길이도 짧아진다. 사유가 짧아지면 시야가 좁아지고 복잡한 문제를 끌어안고 긴 호흡으로 미래를 전망하고 현재를 들여다보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이 실종되기 시작한다. 긴 글속에서 작가가 도대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주의를 기울여 집중하지 않으면 글의 요지나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도 또는 의지를 간파해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들의 뇌는 이미 짧은 글을 대충 보고 빨리 판단하는 습관에 이미 관성이 생겼다. 습관적으로 훑어보고 빨리 다른 곳으로 넘어가려는 속독이 이미 독서의 관성으로 자리 잡아서 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능력은 이제 소수의 전문가나 지니는 능력이다. 긴 글을 읽고 나의 관점에서 발췌하고 요약하는 능력은 독서의 기본기이자 필살기다. 요약하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남의 사고에 종속되어 살 수밖에 없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는 짧은 동영상과 짧은 글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을 위해, 사유를 기르고 지식을 창조하는 독서법을 안내한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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