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커피로 바라보는 하루 - 시간 블렌딩

글 입력 2020.11.0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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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커피는 더는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나에게 커피는 잠을 깨기 위한 수단이 되었지만, 분명 여유로운 커피 한잔이라는 로망이 있었다. <시간 블렌딩>은 바쁜 일상 속에서 마시는 커피를 통해 하루를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나간 어제를 커피 한 잔처럼

맛있게 마실 여유가 아닐까

 

 

“아, 지금 아이스 아메리카노 몸에 수혈해야 해” 같이 졸업 전시를 준비하던 친구가 말을 붙였다. 써서 먹지 못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래도 가끔,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 한잔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각자 자신만의 여유로운 커피 한잔의 추억이 있다. 필자의 경우, 여행 중 아침을 먹기 위해 들렸던 가게에서의 카페 라떼가 그것이었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불던 여름날,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여유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가끔은 그때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어서 그날의 바람과 커피의 맛을 떠올리고는 한다.

 

하지만, 매일 마시는 카페 음료에서 잠깐의 여유로움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에세이 <시간 블렌딩>은 일상 속 카페와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익숙함 속 어느덧 낯설게 된 여유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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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커피를 마시다 보면,

지난주에도 어제도, 내일도 이래왔던가?”

 

 

언젠가 인턴을 했을 때, 회사 분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면 꼭 커피를 마셨다.

 

5분밖에 앉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회사 분들은 급한 일이 있지 않은 한, 바로 회사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 5분이라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잠시의 휴식을 지키고 싶었다. 그 5분 만이라는 휴식은 여의도역 주변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적용된 듯했다. 한시를 전후로 사람들은 급격하게 없어졌다.

 

잠깐의 휴식을 뒤로 한 채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것은 꽤 힘든 일이기도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매일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바라보며 매일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일은 다른 걸 마시자고 다짐하지만 결국 평일 점심 후에는 어쩔 수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선택지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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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돌아가기 싫은 일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만 마시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임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노는 하나의 다짐을 만든다. 일터로 돌아와 졸음이 솔솔 몰려오고 퇴근 시간까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시간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커피 한 모금을 쏙 마시며 손을 다시 마우스 위에 올려놓는다.

 

하기 싫지만, 그런데도 딱 1초. 그냥 하는 거지라는 마음으로 심적 직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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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많고 우울할 때, 묘한 상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바로 위의 낙타 커피 30분처럼 말이다. 순간적으로 옛날 일이 떠올리면서, 정신적 나이 20대의 내가 10대 시절의 어느 날의 육신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바꾸고 싶은 특정 상황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스스로 시뮬레이션한다.

 

만약, 그때 그 친구에게 다른 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하고 싶었던 것을 더 말했으면 어땠을까? 할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받을 땐 커피 한잔과 함께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상상력이 현실 부담감을 줄어들기도 한다.

 

상상했던 과거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미래의 나, 즉 지금의 나는 어떤 결과를 이행하고 있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10년이 지난 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나의 로망대로 여러 곳을 여행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것들을 상상을 통해 풀어나갈 때가 있다. 어느 카페 안에서의 공간과 카페의 음료가 그 상상력을 더 자극하면서 격려해주기도 한다.

 

에세이 <시간 블렌딩>은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한 직장인의 이야기가 돋보인다. 문득, 인생에 대한 허무함이 몰려올 때, 이 책이 오히려 공감될 수 있다. 하루가 버거워도, 그런데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에세이를 담았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미래가 불확실하면서 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럴 때, 마치 따뜻한 라떼처럼 시간 블렌딩은 독자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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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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