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시간 블렌딩

글 입력 2020.11.02 00:0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시간 블렌딩-표지.jpg

 

 

20대 초중반에는 카페에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디저트를 먹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색다른 디저트가 내 눈을 끌었고 음료는 그저 디저트를 먹다가 잠깐잠깐 마시는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와 오빠의 영향으로 음료에도 점차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 타이밍에 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게 되었다.

 

카페에서 일하고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하게 된 나는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음료를 마시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작가님은 음료 외 디저트를 먹을 때도 느끼는 이야기를 쓰기도 했지만 나는 이 책에서 음료에 더 눈길이 갔다. 그리고 요즈음 바쁘고 정신이 없어 하루하루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날이 많은 나를 돌이켜보는 책이 되었다.

 

매일 쓰던 다이어리도 못 쓰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내 일상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본 '나'의 생각 중 일부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

 

 

KakaoTalk_20201101_204647886.jpg

 

 

[혼커]

 

난 어린 시절에 혼자 있는 것을 싫어했다. 친구 없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걸 꺼렸고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굉장히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후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쇼핑, 영화, 여행, 식사, 카페 등 혼자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커피를 마신다는 건 카페에 혼자 가는 그 과정부터 음료를 마시고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까지 나만 바라보는 시간이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혼자 온 손님들은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있는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눈길이 간다.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내가 알기 때문이 아닐까?

 

 

KakaoTalk_20201101_204648423.jpg

 

 

[카푸치노]

 

올해 5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정신없이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기분전환을 하자고 엄마와 밖에 나와 한 카페에 들어갔다.

 

5월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날씨라 나는 따뜻한 카푸치노를 시켜 마셨다. 외할머니를 보내드린 지 얼마안된 시간이어서 그랬을까. 평소에 시나몬 향이 나는 카푸치노를 즐겨 마셨던 나지만 그날 마셨던 카푸치노는 굉장히 외롭고 씁쓸한 맛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담담한 카푸치노라는 제목을 봤기 때문일까? 슬픔을 달래고 마셨던 카푸치노가 떠오르면서 엄마와 애써 담담한 척을 했던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KakaoTalk_20201101_204648972.jpg

 

 

[아메리카노]

 

단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건강을 챙긴다는 목적으로 단 것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음료도 시럽이 들어가지 않는 음료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일 할 때는 가장 깔끔하게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시는 편이다. 그리고 같은 원두라고 해도 모카포트, 핸드드립, 커피메이커, 커피 머신으로 아메리카노를 만들 때마다 맛이 다 다르다는 것이 아메리카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메리카노의 맛을 잘 몰랐을 때는 그저 쓴맛만 나는 맛 없는 음료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향과 맛을 느끼게 되었다. 쌉싸름한 초콜릿, 시큰한 과일, 향긋한 꽃향기.

 

무궁무진한 다양함을 지닌 아메리카노를 한입 마셨을 때 오는 그 행복감은 아는 사람만 알지 않을까?

 

 

KakaoTalk_20201101_204649124.jpg

 

 

[시간라떼]

 

최근에 즐겨보는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주인공 서달미는 말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선택에 대한 후회가 없다고. 나는 왠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컥했다.

 

나는 문득문득 과거의 선택들이 후회되는 나날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나온 문장처럼 후회가 아닌 토닥여주었더라면 난 덜 괴로웠겠지라는 후회를 또 내비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새롭게 다짐하고 싶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앞으로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선택을 미래에 떠올렸을 때 후회보단 다독임으로 믿고 나아갈 예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 가는 이야기도 있었고 작가님과는 다른 생각으로 음료를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문득 앞으로 내가 카페를 방문하면서 시키는 음료나 디저트들을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그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면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차곡차곡 기록해보면 나중에 큰 시간이 되어 있지 않을까?

 

 




<책 소개>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나간 어제를 커피 한 잔처럼
맛있게 마실 여유가 아닐까
 
 
떠밀리듯 살아가다 보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 대신 내 시간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시간을 지나가는 건 과연 누구일까? 분명 시계는 한치도 틀림없이 제 시간에 맞게 가고 있는데, 내 시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저자는 100년 이상 된 고서와 유물을 현재의 시간에 사진으로 담아내며 문득 어제, 오늘, 내일 사이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길을 잃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희미해져 가는 과거에 다시 조명을 비추니 그럴듯한 현재가 되어, 생동감 있게 살아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고 했다.
 
그것을 글로 적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내 이 책을 엮었다. 현재를 기록했지만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사진과, 과거에서 왔지만 새로워진 전통 문양 일러스트, 그것을 우리 일상과 엮는 글을 모았다.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일상 속에 파란 선인장처럼 다가올 글과 그림. 버거운 하루를 견디기 어려울 때, 이 책을 권한다.
 
 
*
 
시간 블렌딩
- 화요일 점심과 에스프레소 -
 

지은이 : 영진

출판사 : 메이드인

분야
그림/사진 에세이

규격
152*225

쪽 수 : 192쪽

발행일
2020년 10월 01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90545-06-8 (03810)

 

 
 

 

김지연.jpg

 

 

[김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