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길을 걸어 오면서, 길을 걸어 가면서

글 입력 2020.11.0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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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의 일이 아닌, 1년 이상 지속되어 온 상태이다.

 

그 기저에는 근본적인 의문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 고민을 안고, 넘어지기도 뚜벅뚜벅 걸어가기도 하며 오랫동안 무형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 길의 어딘가에서 아트인사이트를 만났다.

 

 

 

지금까지 걸어 왔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진로에 대해 걱정을 하다가 ‘나는 무엇을 잘하지?’, ‘나는 어떤 성격이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물었다.

 

휴학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 고민은 더욱더 불어나고, 불안해졌다. 불안하지만 휴학생으로서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시도해 보았다. 그 많은 경험들 중 하나가 아트인사이트였다.


나는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 성향상 시각, 청각적인 것에 굉장히 예민하고, 두 감각에 집중된 예술을 좋아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미술대학 학생으로서 시각적인 것에만 치중해 공부를 하였다. 텍스트를 등한시하게 되니, 자연스레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어색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진득하게 앉아서 읽고 쓰는 행위 모두를 낯설어 하는 내가, 펜을 잡았다. 당시의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서 별의별 시도를 다 하고 있었고 글을 쓰자는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였고, 걸음마 단계의 글쓴이로서 무엇이 좋을지 몰라 ‘잡식’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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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dous massie illustration

 

 

 

걸어 갈 것이다


 

글쓰기는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다. 단순 블로그 글이나 짧은 구절 등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글을 쓸 때는 몰입을 해야 했고, 일주일에 한 편씩 기고를 하기 위해 생각보다 부지런하여야 했다. 나의 서툰 글들을 보며, 길잡이에게 도움을 요청을 했다 좀 더 어려운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불안했고,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불안한 나를 위한 길잡이들 중 하나로 생각하였다. 길의 방향을 찾기 위해 시도하는 전시 관람, 공간 방문, 영화 감상 등의 모든 활동들을 글로 정리하면, 고민에 대한 정답이 또렷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였던 것이다.

 

글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나는 그렇게 글을 써 내려갔고, 총 스무 편이 넘는 제멋대로의 글을 완성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애정 하는 글들도 생겼고, 글을 쓰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니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걸어온 길을 주마다 돌아 봄으로써 정신없는 일상 가운데 잠깐 멈추는 것의 미덕을 배웠다.

 

인생이 항상 그렇듯 확실한 방향이 보이거나 놀라운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길로 안내되었고 예상치 못한 선물들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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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 levesque illustration



사람은 하나의 길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며, 하나의 방향만을 걷지도 않는다. 그리고 ‘기록’은 빠르게 흐르는 인생의 순간을 포착하여, 조금 멈춰 서서 그 대상을 바라보게 한다. 처음엔 글쓰기를 나아가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뒤를 돌아보게 함으로써 걸어온 길을 실감하게 해주고 있다.

 

요즘의 전례 없이 바쁜 시기에, 추후 에디터 활동에 대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었다. 내년에 졸업 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잘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는 동시에, 글 쓰기가 이미 꽤 많은 것을 나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되뇌었다. 개인적인 일기를 쓰는 것도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하지 않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글과 큰 인연이 없다. 다른 에디터 분들처럼 글과 긴밀한 관계, 또는 그와 준하는 능력을 가진 경우가 아니었던 나는, 어쩌면 아직도 글을 쓰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글 쓰기는 아직도 나에게 꽤 어색한 대상이지만, 내가 나를 표현하고, 스스로 쌓는 자산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용기를 내어 ‘가늘고 길게’, 그것이 미미할지라도 계속해서 나아가 보려 한다.

 

 

 

노지우 태그.jpg

 

 

[노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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