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 소설의 즐거움 [문학]

글 입력 2020.11.0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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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 읽고 도서관에서 도저히 읽은 책이 없었던 12살에, 나는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읽었다. ‘끝없는’이라는 제목에 맞게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던 그 책은 내게 매일 도서관에 갈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끝없는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 나는 다시 곤란해졌다. 분명 결말을 읽었음에도 나는 모르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계속 될 것이라는 게 서러웠다. 분명 소설 속 캐릭터는 계속해서 살아갈 이야기를 나는 이제 읽지 못한다니 외로웠다.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는데 끝없는 이야기의 프리퀄인 작품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랄프 이자우의 『비밀의 도서관』이었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작가라니? 독자가 창작자가 되고 작품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장르 문학을 읽게 되었다.

 

처음부터 장르문학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판타지 소설을 시리즈로 샀지만, 1권만 읽고 중고로 팔아버린 적도 있었고,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외전인 『브리 테너』를 본편보다 먼저 봤다가, 본편을 읽고 후회했던 적도 있었다. 『드래곤 라자』와 『룬의 아이들』이 아마 내가 읽은 마지막 장르 문학이 되지 않을까했다. 중학교 때는 한창 추리소설에 빠져 히가시노 게이고와 기시 유스케의 추리소설을 사 모으고 읽었었다. 그러나 추리 소설을 읽을수록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점점 어느 작품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내용이 흐려지며 점점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동안은 순문학에 집중하는 줄 알았다. 웹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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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나는 로맨스 판타지는 맨 정신에 읽을 수 없는 독자였다. 인기 순위에 있는 웹 소설을 읽었다가 1화만에 포기하고 나서는 웹 소설에서는 나도 모르는 편견이 생겼었다. 옛날 인소 작가들이 전부 웹 소설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웹 소설에는 로맨스 장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정통 판타지, 현대 판타지, 퓨전 판타지, 무협, 선협 등등. 처음에는 웹 소설 특유의 직관적인 제목에 경악했었다. ‘룬의 아이들’, ‘눈물을 마시는 새’와 같은 제목에 익숙해져 있다가 ‘재벌가 OOO’, ‘나 혼자 OOO’라는 직관적이면서도 비슷한 패턴의 작품을 읽으려니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액션도 ‘쿠궁’, ‘콰과과광’이나, 맞춤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대사들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독자들이 열광하는 작품인 만큼, 주목할 요소가 많았다.

 

내가 처음 읽은 웹 소설은 현대 판타지 장르였다. 주인공은 하나의 명확한 목표가 정해져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시간을 되돌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여기서부터 독자들은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다. 특정한 계기로 시간을 되돌린다는 게 가능한가? 주인공은 타인과 어떻게 사이가 틀어졌을까? 당장 5년 전으로 돌아가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작가는 이 모든 것을 세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주요 서사를 이끌어갈 뿐이다. 그 사이에 비어진 공백은 온전히 독자의 영역이다. 그리고 일일연재 시장에서 그 공백은 독자들이 각자 채우면서 몰입이 발생하고 독자는 다음 화를 계속해서 결제하게 된다. 일일연재와 즉각적인 SNS 반응이 어우러져 독자는 마치 웹 소설 속에 있는 세상이 우리와 함께 이어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특히 현대 판타지 장르에 경우 현재 한국의 상황을 중점으로 다루다보니 마치 실존하는 세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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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끝없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이 많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어렸고 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웹 소설을 읽는 현대에는 그 감상을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특히 일일연재 시장인 웹 소설에서는 SNS로 빠른 속도로 이번 연재분에 관한 감상과 다음 전개 추측, 그리고 캐릭터간의 관계성을 분석하는 글이 매일 쏟아졌다. 심지어 몇몇 작품에서는 독자의 댓글을 실제 작품 속에 인용하는 등 실시간 소통하는 것 같은 연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독자는 마치 일일 연속극을 보는 것처럼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나 또한 작품에 과하게 몰입하는 독자로, 200~300화가 넘어가는 장편 소설이 나와 함께 나아간다는 점에서 소설에 집중하게 되었다. 심지어 인물간의 관계성에 미쳐 2차 창작 행사에서 직접 창작물을 발행한 적도 있다. 독자의 몰입과 웹 소설만의 드라마틱한 전개가 합쳐져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얼마 전, 웹 소설은 ‘스낵 컬쳐’라는 말을 들었다. 대게 일일 연재로 하루에 5,500자씩 플랫폼에 올라온다. 한 화는 100원으로 평균 200~300화로 완결된다. 즉, 하루 5,500자 안에 기승전결이 이루어지거나 서사의 유의미한 전개가 있어야 하며 독자가 다음 화를 결제할 수 있을 정도로 한 화의 마무리까지 뇌리에 박혀야만 한다. 이제 문학이 책 한 권으로 팔리는 게 아니라 일일 드라마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스낵 컬쳐’라는 말 그대로 하루에 잠깐의 시간을 투자해서 읽고 생각나면 다시 그 다음 화를 기다리거나 몰아서 읽는다.

 

웹 소설이 순문학과 어떻게 다른지 감이 안 온다면,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생각해보자. 막장 드라마로 유명하지만, 시청률은 하늘을 찔렀으며 전 국민이 열광했다. 한 화에 사건의 시작부터 다음 화를 미치도록 기다리게 하는 엔딩 장면까지. 만약 <아내의 유혹>을 하루 5,500자의 소설로 연재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분명 매일매일 다음 내용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실제로 웹 소설은 소설로 끝나지만은 않는다. 웹 소설을 원작으로 웹툰, 드라마,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작년을 뜨겁게 달군 웹 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의 경우에는 1억뷰를 넘기고, 웹툰으로 각색되어 현재 네이버 웹툰 상위권에 있으며 영화 <신과 함께> 제작사에서 영화화 계약을 확정했다. 특히 현대 판타지 장르는 영상화하기가 다른 장르보다 수월하다는 점에서 웹 드라마나 TV 드라마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젠 한 작품을 글로, 이미지로, 만화로,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주인공의 명확한 목표, 그리고 기승전결이 이루어진 한 화. 독자는 실시간으로 더 뻗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에 관해 공유하며 각자의 감상을 공유한다. 『끝없는 이야기』로 『비밀의 도서관』이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뻗어나가는 이야기에 독자가 주목하여 각자의 감상을 공유하는 것은 이젠 익숙한 사례가 되었다. 최소 200화는 넘는 장편 소설이라는 것과 일일연재라는 요소가 어우러져 웹 소설 시장은 지금도 무수한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독자의 입장에서 나는 뻗어나가는 이야기에 기꺼이 몸을 맡기며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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