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incerity is Scary; 정직함은 무서워 [음악]

글 입력 2020.10.2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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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직의 무능



언제부터 '정직=손해'라는 말이 현실을 꿰뚫은 진리가 되었을까?

노력이나 성실 같은 단어가 언제부터 촌스럽고 민망한 것으로 여겨졌을까?

 

안타깝게도 이 '정직'이란 말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 이유는 우리 사회의 현실 때문인 듯하다. 과거 한국의 경제가 압축성장을 겪으면서 경제성, 실용성, 가성비에 반하는 다른 가치들은 유린되어왔고 아직 그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지 못한 것 같다. '정직하면 손해 본다'라는 말이 통념화 되어버리면서 정직함은 곧 무능함으로 치부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솔직했음에 왜 죄책감을 느꼈을까. 사람을 다루는 얄팍한 스킬에 대한 지극한 환상은 본질적인 감정을 대체할 만한 가벼운 언어를 계속해서 생산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얕은 말들로 치부하기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감정들은 생각보다 깊고 충실하다.

 

 

 

2. 거짓을 마음 깊숙이 알고 있을 때의 지옥


 

세상의 기준이 나의 기준인 마냥 아등바등 살아다가 언제부턴가 자신의 다리로 걷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의 섬뜩함. 나는 이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진심과 정성 없이 쏟아 부운 시간과 노력의 덩어리는 주체의식을 이루는데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한마디로 온전한 ‘나’의 고통, ‘나’의 아이디어, ‘나’의 시간과 애정, 이것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결과도 자부심으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것이다. 그저 허함을 가리기 위한 자기방어 기제만 열심히 발동시키고 있을 뿐.

 

그러나 하나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열 가지의 거짓말이 필요하고, 한순간의 자기 속임을 위해서는 수만 가지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빗대어 이룬 결실을 나의 것인 척 합리화하기까진 소름 끼치게 촘촘한 거짓의 알고리즘이 수반되기에, '정직함'이 비효율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말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두근거리는 상상이 단절된 꿈은 두려움으로 비롯된 타협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쉬울 때는 앞으로 없다는 마음으로 조금은 가능성에 낙관적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근거리는 곳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은'이라는 생각을 마음 깊숙이 담아두고 스스로 선택을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실을 마주하는 게 무서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누구보다 열심히 도망만 치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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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sty is a very expensive gift.

Do not expect it from cheap people"

"정직함은 아주 비싼 재능이다.

싸구려 인간들에게 기대하지 마라"

 

_Warren Buffett(워런 버핏)


 

정직한 노력으로 진실된 세상을 살고 있다는 자신감이 하루하루 일어나 숨을 쉬는 이유가 될  수 있지않을까?

 

 

 

3. Sincerity is Scary_ The 1975


 

 

 

Irony is okay, I suppose

아이러니 한건 괜찮아, 내가 보기엔

Culture is to blame

이런 문화를 비난해야지.

You try and mask your pain in the most postmodern way

넌 네 고통들을 가장 포스트모던한 방식으로 감추려고 하지

 

 

The 1975의 보컬/기타 매튜 힐리(Matthew Healy)는 자신의 곡 'Sincerity is Scary' 가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진심을 다하는 건 항상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진실하기 위해서는 감상적이어야 하고 자신을 드러내야 하니까. 시니컬한 태도가 세상 살기는 편하잖아? "제기랄 뭐 어쩌라고" 해버리는 게 훨씬 쉬우니까. 아니면 그냥 비웃어 버리던가."

 

그의 가사는 정직함이 조롱거리로 소비되면서도 아이러니와 냉소적인 표현을 자기방어 수단으로 사용하는 역설적인 포스트모던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있다. 이건 진정성 혹은 정직함이 조롱당하는 사회의 탓이 크기는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흔히 '꽃밭에 있다'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무비판적 긍정은 분명 문제가 있고 그 극단에 서 있는 듯하지만 사실 사회와 사람을 값싸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니컬(cynical)'을 택한 것뿐인 이들 또한 할 말은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을 가장한 '본질 흐리기'는 침해고 폭력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하나에 몰입하는 것이 촌스럽고 영리하지 못한 일이라는 일념 하에 우리는 적당하게 숨을 쉬는 법을 학습하고 있고 상황과 꿈에 한 발자국 떨어져 관조를 하는 것은 마치 대단한 능력인 마냥 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이는 성숙한 것도, 영리한 것도 아닌 솔직함은 부끄럽고, 진심이 무서운 현대인들의 관습화된 행동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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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1975 "Sincerity Is Scary" Official Lyrics & Meaning | Verified

 

 

"자기를 포장하는 건 정말 괜찮아요. 다양한 문제들 속에서 감정 소모를 막는 검증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실함이 어려운 거고 무거운 것들을 여리고 진실된 마음으로 마주하는 건 진짜 힘든 일이잖아요"_Matthew Healy

 

 

I'm sure that you're not just another girl

내 생각에 넌 다른 여자들과는 달라

I'm sure that you're gonna say that I was sexist

그럼 넌 나에게 성차별자라고 하겠지

 

 

"만약 네가 성적으로 폭력적인 녀석이었다면, 미투가 무섭겠지. (…)  다들 이런 식으로 말하잖아 '무서워서 여자한테 뭔 말이나 하겠어? 여자들 주변에선 이젠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답은 그 누구에게 적용해도 '적절한' 행동을 하면 되는 거야. '객관적'으로 적절한 것들 말이야"

 

 

Instead of calling me out, you should be pulling me in

날 불러내는 대신, 끌어들이는게 좋을거야

 

 

인터넷에서 'call out'이란 누군가가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발언이나 행동을 했을 경우 우르르 달려들어 그 사람의 삶을 모두를 허물어버리는 행동을 의미한다. 이에 Matthew Healy는 '문제적 발언을 했을 때마구 공격할 것이 아니라, 그 발언이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며 부정적인 것만을 찾으려 하지 말아'야한다고 전한다. 본질과 목적 같은 건 가뿐히 생략되고 '폭력을 위한 폭력', '비난을 위한 비난'만 남은 현 사회의 분위기가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으나 그것이 마치 인과응보의 합당한 결과인 양 떠드는 집단에게 반기를 들기란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그게 더 너그러운 사회로 돌아가고자 할 때 눈여겨봐야 할 것들인 것 같아. 사과가 사과로 받아들여지는 그런 사회 말이야."_Matthew He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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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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