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시리야, ... 아니, 카카오, 넌 조용히 해 - 인공지능, 말을 걸다 [도서]

글 입력 2020.10.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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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가 ‘포스트 코로나’가 아닐까? ‘~이후’라는 뜻을 가진 ‘포스트’와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나 비대면 중심의 새로운 생활방식을 뜻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경제학 용어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정상의 기준’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알려진 ‘뉴 노멀’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빠질 수 없는 단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전, 우리 사회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미래의 모습은 어땠는지 잠시 생각해보자. 아마도 AI, 빅데이터, 포스트 휴먼, 더 넓은 개념의 IoT 등 인터넷과 사물, 그리고 인공지능이 합쳐진 새로운 시대를 구상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비포(before) 코로나가 전생처럼 요원하게 느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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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휴먼과 AI의 등장으로 파괴된 인류, 혹은 AI와 감정적으로 교류하며 위안을 얻는 인류 등 이미 인공지능은 수많은 영화와 소설로 등장한 바 있다. 뉴스에서도 인공지능이 수능을 풀었다는 기사나 소설을 썼다는 기사, 코딩에 성공했다는 기사 등 그간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자부해왔던 예술, 창작, 사고의 영역에 인공지능이 보란 듯 인간을 뛰어넘는 경우도 왕왕 존재했다. 도대체 인공지능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책 ‘인공지능, 말을 걸다’에서는 이미 우리 주변에 자리 잡기 시작한 인공지능을 살펴보며 그 미래를 이야기한다. 주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인공지능 기기 중 하나인 인공지능 스피커나 인공지능 비서 등을 통해 기성세대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2010년대 생)의 인식차도 살펴본다. 인공지능의 원리를 깊게 탐색하기보다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쉬운 언어로 풀어 설명해둔 책이기에 뼛속까지 문과인 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공지능 스피커가 집에 하나둘 늘어났던 것이 기억난다. 시작은 카카오 미니였고, 사은품으로 받은 롯데의 인공지능 스피커도 집안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지금은 SK텔레콤의 ‘누구’도 TV 옆에서 우리 가족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휴대폰에는 아이폰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가 내 말을 들어준다.

 

더 나아가보자면, 나는 운동을 할 때 샤오미 ‘미밴드’를 착용하고 휴대폰 어플과 연동하여 나의 운동 시간과 운동 강도, 소모 칼로리를 기록한다. TV는 스마트TV이기 때문에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고 싶을 때도 굳이 휴대폰의 작은 화면을 보거나 노트북을 켤 필요 없이 TV 전원만 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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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과 어피치가 매달려 있는

귀여운 디자인에 반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당연하게 스며들어 온 인공지능과 IoT는 이제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려가전기구’가 되어버렸다. 물론 기기들의 장단점은 존재한다. 우리 집에 그렇게나 많았던 인공지능 스피커는 이제 전원이 꺼져있거나 벽장 안에 박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네?” 내지는, “잘 못 들었어요.”라고 대답을 하는 바람에 화들짝 놀랄 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며, “저녁 추천해줘.”라는 명령이 어려웠는지 ‘저녁’이 포함된 식당으로의 최단경로를 안내해버려 동작을 멈추느라 애를 먹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는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도 그 문제를 지적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의인화 수준이 높다고 인식되는 가상비서라고 해서 반드시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상호 작용 경험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가상 비서를 인간에 가깝다고 인식할 경우 가상 비서의 전반적인 능력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제 가상 비서와 상호 작용한 후 기대가 충족되기 어렵다. (68쪽)
 


사실 나는 시리를 제대로 이용해 본 경험이 없다. 심심할 때 시리에게 ‘헤이 카카오’라고 불러보거나 ‘오케이 구글’이라고 불러본 것 외에는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시리에게 기대치가 높다기보다는 시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기능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용에 불편을 겪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스피커는 조금 달랐다. 특히 카카오에서 제작한 카카오 미니 스피커는 생김새도 깜찍했고 나름대로 능력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카카오톡과 연동을 할 만큼의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혹여 말을 잘못 알아듣고 뜬금없이 교수님께 메시지를 보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었다) 주 기능을 현명히 이용한 이용자는 아니었지만,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방금 시리에게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죄송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보니 카카오 미니에 대한 나의 기대치는 점점 상승했고, 그만큼 실망하는 경험도 늘었다. 하도 말을 잘 알아듣다보니 ‘카카오’라는 단어 하나에도 “네?” 혹은 “부르셨어요?” 하고 대답을 해서 우리 집에서는 한동안 ‘카카오’가 금기어였을 정도였다.


흥미로웠던 것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인공지능 인식이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나는 90년대 생으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는, 구세대의 끝자락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직도 인공지능 스피커가 신기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은 스피커가 말을 하는 것에 전혀 의문도 호기심도 갖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웠다. 태어났을 때부터 스피커는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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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어른들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인간에게 종속된 ‘조력자’로 인식하는 반면, 아동들은 인공지능 스피커와의 관계를 수평적인 관계와 수직적인 관계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정의했다. 가령 아동들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친구’, ‘선생님’, ‘동생’, ‘어른’ 등으로 지칭하면서 상하 관계와 같은 관계 설정에 혼란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 흥미로웠던 것은 아동들이 대체로 인공지능 스피커의 실패와 오류를 허용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한 아동은 이렇게 언급했다. “클로바가 이해를 못해도 제가 다시 얘기해주면 되잖아요. 사람도 실수하잖아요.” (42~43쪽)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일을 하기 시작할 20년 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과학의 발전도 궁금하지만 그 과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간답게 해석할 인류가 더욱 궁금하다. 설계된 대답만을 내놓는 인공지능 스피커에게도 아동과 2030, 그리고 노년층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점차 흐릿해질 미래에는 과연 어떤 모습의 사회가 이루어져 있을지 궁금해졌다.


얼마 전, 인공지능이 쓴 칼럼이 매우 화제가 되었다. 가디언에 실린 ‘이 칼럼은 로봇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이었는데,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라는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문장으로 시작해 명확한 기승전결과 뚜렷한 메시지가 돋보이는 칼럼이었다. 로봇이 인간을 공격할 계획이 없는 이유에 관해 아주 논리적으로 전개한 글이었는데, 나는 글 자체보다 마지막에 덧붙은 편집자의 주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쓴 글보다 편집하는 데에 시간이 덜 들었다는 마지막 문장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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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guardian

 

 

어쩌면 인공지능을 ‘극복해야 할 대상’, 혹은 ‘경쟁해야 할 괴물’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가 인공지능을 제대로 알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인공지능과 함께 하기 시작했던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감각은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기보다 그들과 어떻게 공생해야 할지,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할 때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사회를 활보한다면 그들은 주택계약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인간과 인공지능이 소송에 휘말린다면 변호사는 인간이 되어야 할지 인공지능이 되어야 할지, 애초에 인공지능도 인간처럼 직업 선택의 자유와 권리를 부여해야 할지 등등, 과학의 진보와 발맞추어 사회의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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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말을 걸다

 

 

지은이

박현아


출판사 : 스리체어스


분야

인문사회


규격

128X188(mm)


쪽 수 : 108쪽


발행일

2020년 10월 08일


정가 : 12,000원

 

 

[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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